국제연대 활동소식

아시아 보건 포럼 참관기

안녕하세요?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자원활동가 모임 그린허브에서 일하는 김민우입니다. 지난 9월 6일과 7일 이틀간 보건의료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아시아 보건 포럼 2003’에 참가하고 느낀 점들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이 포럼은 아시아 민중의 보건 향상을 위해서, 그리고 WTO(국제무역기구)와 초국적기업들의 횡포에 대항해서 보건의료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무엇을 해야 하며,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어떻게 연대해서 함께 일할 것인지를 공부하는 자리였습니다. 이틀간 참가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거기서 보고 배운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홈페이지 (www.kfhr.or.kr)을
보시면 더 자세한 얘기들과 사진들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미얀마 배낭의료지원단 (Back Pack Worker Team)

미얀마는 50년이 넘게 내전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버마족이 집권하고 있고 다른 부족들은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유엔 등이 이들 사이의 내전을 중재하려고 여러 번 노력했지만, 일본과 영국 등의 기업들이 이런 화해
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기업은 미얀마의 산림 등 천연자원을 노리고 들어갔는데, 부패한 정권 아래에 있어야
자기들이 나쁜 짓을 하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유엔에서 버마족 집권당을 경고하면서 경제제재를 썼지만 오히려 이들 외국기업들이
버마정권에게 재정지원을 하는 바람에 유엔의 조치가 무력화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들의 건강은 좋아질 겨를이 없습니다. 집권당은 다른 종족 사람들을 강제이주시켜 강제노동을 시키고 이들은
이런 강제이주를 피해 점점 더 깊은 밀림으로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배낭의료지원단은 이렇게 도망다니는 소수민족들의 의료문제를
돕고 있습니다. 태국에 있는 본부에서 6개월에 한번씩 약품을 공급받아 배낭에 짊어지고는 밀림 속을 다니며 진료를 하는 것입니다.
발표를 해준 소 로멜 씨에게 격려와 연대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소로멜 씨 이메일: bphwt@loxinfo.co.th)

2. 전세계 물 사유화 문제

상하수도 공급 사업이 민간기업에게 넘겨지는 것을 물 사유화라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500만명의 사람들이 매년 수인성 (물을
통해 옮기는)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니, 물의 문제는 의료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물 기업들은 월드뱅크
등의 금융기관과 손잡고 저개발국 정부를 협박해서 상하수도 사업권을 따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하수도 사업권을 이들 기업에게
안 넘기면 월드뱅크 등의 금융기관이 외채를 당장 갚으라고 협박하는 식입니다. 이들 초국적기업이 상하수도 사업권을 따내면 이윤을
챙기기 위해 그 즉시 수도 요금을 몇 배로 올리는 등 횡포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마산시가 2001년에 정수장을 외국 물기업에게 매각하려 했지만 공무원 노조의 반대운동으로 무산되었다는 사례와 볼리비아에서 외국
물기업에게 강물을 통째로 팔아 수도물값이 임금의 20%까지 치솟았다는 사례를 발표하자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외국에서
별로 실력이 좋지도 않은 병원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려 하는데, 국민들 중엔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국내 병원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물 사유화도 마찬가지다. 상수도 사업본부는 깨끗한 수도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기업에 맡긴다고 하면 좋아할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수도물이 안 좋다면 그것은 예산 부족 탓이지 기술 부족 탓이 아니다. 초국적 물 기업들은 물
전문가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협박과 로비의 전문가이다. 이런 사실들을 알려 내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3. WTO에 대항해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참가자 중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제가 느끼기에 에벌린 홍이었습니다. (에벌린 홍 이메일: twnet@po.jarring.my)
에벌린은 말레이지아에 있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다가 제3세계네트워크에서 상근활동가로 전환한 사람입니다. WTO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각국 외교부의 담당 공무원들도 잘 모릅니다. 시민사회단체도 무엇이 문제인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선진국의 기업들에 고용된 변호사들 뿐입니다. 에벌린은 WTO에 대한 뛰어난 분석력으로
상황들을 설명해 주었고 대안들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에벌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WTO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보건 문제를 예로 들면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보건기구(WHO)를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국제보건기구가 내놓는 권고안은 WTO와는 정반대이다. 각국의 정부에게 국제보건기구의 권고안을 따르라고 압력을
넣음으로써 사태를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에벨린은 1970년대에 국제보건기구 모임에서 “의료를 민중의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라는 매우 혁신적인 결의안을 각국 대표들이 합의한 적이 있다며, 이를 준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또한 아시아 시민단체의 연대에 대해서 에벌린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자리에 있는 배낭의료지원단에게 재정 지원이나 의약품 지원을 하는 것이 일종의 연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어떤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를 시민단체들이 서로 도와 가며 감시하고 함께 알려내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횡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혹은 각자의 나라에서 싸워나갔던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다.”

다음에는 이런 모임이 있을 때마다 여러분에게 공지해서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참가를 통해서 저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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