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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핵폐기장 유치를 위한 3천억원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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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특별법 추진이 지난 20여년간 정부 핵폐기장 정책의 실패 원인이었던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적 추진’의 재판이 될까 걱정스럽다.

이 법안은 핵폐기장 유치지역에 대한 3000억+∂의 지원금과 유치지역지원위원회 구성 등 전폭적인
지원이 골자다. 핵발전소 인근 피해 주민들이나 그동안 핵폐기장 후보지로 거론되어 고통 받은 주민들에게 생겨난 불신의 벽과 보상
요구 등이 결국 특별법 제정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은 오히려 핵폐기장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더욱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회적 합의 과정이나 핵에너지 정책의 전반적 로드맵 등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제시는 뒷전이면서 3천억이라는
무리수를 두어 또다시 국민들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위해 3천억의 지원금 얘기를 흘린 것과 다름없다. 3천억 이상의
특별회계를 해당 기초지자체장이 관리하도록 해 부안 때와 같이 지자체장이 지역의 민의나 타당성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신청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현재 핵폐기물 관리에 대한 법률이 개별 규정에 흩어져 있는 실정에 비춰 핵폐기장 선정은 구체적
일정과 방법을 포함한 핵폐기물 관리 전반에 대한 합리적 절차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이번 법안처럼 단발적이고 순서를 무시한 정책은
문제를 푸는데 악영향만 미칠 것이다.

지난해에도 11개 시·군에서 핵폐기장 유치와 반대를 둘러싼 지역 내 공방이 심각했다. 지역사회의
분열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심각한 갈등과 국론 분열을 경험했다. 정부가 법안이 통과되면 문제들이 말끔히 정리될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핵폐기장의 ‘안정성’이 주민 ‘수용성’으로 담보될 수 없는 것이다.

지엽 말단적인 방편이 아니라 대승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핵에너지 정책은
총리 한 개인의 호불호(好不好)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핵폐기물이나 핵발전소를 더 건설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새로운
환경·생태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민적 합의로 대안을 찾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어느 선택이
되든 그것은 오로지 민주적 절차에 의한 국민적·사회적 합의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글/ 정인환 교수(협성대학교 도시 · 지역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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