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칼럼]기상이변에도 사회적, 국가적 차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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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네델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린 유엔차원의 기후변화 국제회의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느 국제회의장에서와 같이 초강대국
미국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마침 미국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장이 언론인과 참관인들로 가득차고
미국대표가 단상에 올라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일어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순식간에 미국대표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케잌이었다. 케잌은 미국대표의 면상에 보기좋게 명중했고 험하게 일그러진 얼굴만큼이나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후를 악화시키는 최대의 원인국가인 미국이 기후협약에 서명하지 않고 국제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얻고 있는데 대한 언론인
출신의 한 환경운동가의 돌출적 항의행동이었다.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위원회 최예용

지구온난화의 주요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의 세계방출량의 25% 이상을 배출하는 미국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기후조약은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전세계 지도자들와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제기한 이래 12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국제조약으로서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그러는 사이 매년 수백만, 수천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이상기후로 인한 이재민으로 고통받고 그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금전적 피해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를 연신 기록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경고하고 있는 바, 기후조약이 맺어지고 당장 각 국가들에 대한 강제적인 배출규제가 실시된다고 하더라고 이미 배출되어 대기를
뒤덮고 있는 물질들 때문에 실질적 효과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실천마저 거부하는 미국정부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비난의 화살이 한 환경운동가의 손에 들린 케잌이 되어 미국대표의 면상을 날려버린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얼핏 생각하면 자연재해의 일종이다. 폭염, 홍수, 한파, 폭설 그리고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들은
인류가 오랫동안 겪어와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현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기후들이 과거와 달리 극심한 형태를 띠면서
더욱 심화되고 예측이 매우 힘들정도로 불규칙적으로 되어 간다는 데 있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이 자연활동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활동에 있다는 점에 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든 사람들에게 예외없이
적용되는 기상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원인과 결과에 있어 큰 사회적, 경제적 나아가 국제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 국제사회에서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들에게 피해가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오염원은 오히려 사회적 강자, 경제적 강자 그리고 앞서 언급한 미국과 같은 국제적 강자들이 주범으로 지목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후변화’라는 말이 다소 가치중립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마치 자연과학적인 문제인 듯 느껴지지만 사실은 ‘매우
불평등한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기후불평등의 문제 – Matter of Climate Inequity’라고
정의하는 환경운동가 또는 과학자들이 많다.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이 글에서 사회적, 경제적 약자라고 하면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과 같은 전형적인 계층 외에
빈부격차와 관계없이 모든 노약자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대부분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오염에 의한 위험인구’에 속한다. 금년여름과
같은 폭염이 이어지면 이들 약자그룹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들은 폭염을 피해 피서를 갈 여력도 없거니와 일상생활속에서
냉방장치를 설치할 여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냉방장치가 설치된 곳에서 근무하는 화이트칼라들에
비해 견디기 힘들 정도의 혹독한 여름을 견뎌야 한다. 기상청에서는 올 여름 더위가 예년의 여름에 비해 기록을 갱신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지만 사람들의 체감더위는 매우 심했는데 갈수록 체감더위가 심각해질 것 같다. 객관적인 고온현상도 참기 힘들지만 냉방장치를 통해
외부로 더운 열기를 뿜어내 동일지역내에서 사회적 차별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사실은 무더위에 짜증을 얻는 격이 된다. 이들 냉방장치의
연료는 화석연료로 기후변화의 원인물질이 아닌가?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근래 들어 냉방장치를 갖춘다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부의상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일반화되어 가고 있으므로.
자동차를 보유하는 비율만큼이나 냉방기를 갖추는 것이 일반화되는 것을 시간문제로 보인다. 때문에 극빈층으로 갈수록 기후문제에 있어
더욱 차별받고 힘든 처지로 몰리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과 교통난의 주범인 자동차의 문제를 논할 때 ‘자동차 공유제도’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도입되지 않고 있지만 유럽과 미주 일부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개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소수의 자동차를 다수가 꼭 필요할 때만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카풀이나 상업적 렌터카와 달리 이 제도는 지역공동체
방식으로 운영된다. 냉방장치의 경우도 이런 시각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학교나,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타,
마을회관, 경로당 등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동의 장소에 냉방장치를 설치하여 아주 견디기 힘든 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냉방제도’라고 할 수 있는 이 방식이 한두 명 많게는 서너 명의 핵가족을 위해 집안 전체를
냉방시키는 비효율과 다른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고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현재의 개별냉방 보다는 훨씬 나은 방식이
아닐까?

어쩌면 실현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방식’보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기술적 접근을 택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즉,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냉방기술보다는 과도기적으로 천연가스를 이용하거나 궁극적으로 수소전지와 같이 지구온난화물질을
내뿜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개별냉방 방식이 가능하도록 애쓰는 것이다. 다른 환경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접근이 갖는
한계는 환경친화적인 기술의 이용을 기존의 산업시스템이 가로막거나 소수에 의해 독점되어 또다른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이다.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의 개발이 상용화단계에 있지만
기존의 석유사용 자동차 공급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는 산업계를 바꿔놓지 않으면 친환경자동차기술이 무용지물이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연료를 사용하는 냉방기술 역시 현재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가로 책정되어 있거나 제도적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장벽들이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문제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기술적 접근과 사회정치적 접근을 가능한 동시에 연결하는 것이 되겠다.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이 연계되고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켜 친환경냉방기술의 보급이 개별가구보다는 공공장소에 우선적으로 보급되도록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상더위 현상을 친환경적인 냉방기술을 통해 공공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야 하는데, 하나는 핵발전소를 통한 전기공급시스템을
지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의 거대화를 극복하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추구하는 일이다. 폭염과 홍수 등의 이상기후의 피해가
거대도시지역에서 더욱 극단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위문제를 논하면서 너무 거창한 이야기까지 꺼내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문제가 사실상 현대 산업화의 근본적 결함인 반환경에너지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대 도시화의 문제와 과학기술의 문제가 같이 결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기후불평등의 문제가 사회적불평등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육체적 약자인 노약자가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하에서 차별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 유럽전력
특히 프랑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히트웨이브 즉 이상고온현상으로 피서철 집에 홀로 남은 독거노인들과 병약자들이 일만 명 넘게
사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빈곤층에 속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욱 컸을 것이다. 소위 한
국가가 갖고 있는 사회안전망의 주변부에 살고 있거나 아예 안전망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폭염과 홍수 등 이상기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사례는 경제선진국이라고 예외가 없음을 보여주며 한 국가의 사회안전망 내용이 폭염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풍부해져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풍부함에 보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친환경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욱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한 국가 내에서의 이상기후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문제가 지구적 차원에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크게
다르지 않게 확대 재생산된 형태와 규모로 재현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앞서 예로든 미국의 경우, 소수의 미국사람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격이 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신들의
에너지사용 행태를 유지하기 위해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위해 이라크전쟁을 고의로 야기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서구 경제선진국들의 과거 경제발전과정에서 내뿜은 온실가스가 주원인이 되어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문제는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는 기후협약의 기본정신에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는데 ‘차별화된 온실가스의 저감목표설정’이
그것이다. 즉, 과거에 온실가스를 얼마나 많이 배출했었는지가 의무감축목표를 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현실을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기후변화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은 대부분 저개발국가들
즉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이 몰려있는 아프리카지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작은 섬나라들이다. 국제사회에서의
남과 북, 즉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들 사이의 갈등은 기후문제에서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이 문제의 해결은 매우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모든 나라들이 기존의 화석연료발전과 핵발전 방식에서 풍력과 태양력 등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를 도입하기 시작하고 ‘기후문제의 사회적, 국제적 불평등’의 측면을 받아들인다면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란 매우 사회적인 존재로 더위자체가 참기 힘들다기 보다는 사회적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가 더욱 견디기 힘들다는 사실과
이러한 문제는 국가간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앞서 예로 든 네델란드 헤이그의 유엔 기후변화 회의장에서 일어난 다른 예를 소개한다. 2주일에
걸친 회의가 끝나가는데도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않자 회의 마지막 날에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매우 전통적인 방식의 경고액션을 전개했다.
작은 트럭위에 대형스피커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회의장이 떠나갈 정도의 싸이렌을 울려댄 것이다. ‘기후경고 – Climate Alarm’
이라고 불린 이 시위는 2시간여 계속되어 모든 정부대표단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린피스는 경찰에 의해 쉽게 제지당할 것을 예상하여
트럭적재함을 쇠창살로 아예 봉해버렸고 자동차 키를 빼돌려 경찰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기후경고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당신들
정부대표단은 2주일 동안 도대체 무슨 성과를 냈는가? 기후협상은 다름아닌 돈거래 – Climate Talk is Money Talk’

언제 그랬느냐 싶게 무더위가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이 무더우면 눈이 많고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온다는 것이 선조들의 경험이다. 이제 폭염이 아닌 폭설과 혹한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후가 극심하게 변화하여 지구생태계와 인간사회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 기후변화의 내용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 기후변화는 왜곡된
경제와 사회관계에서 비롯되며 사회적, 국제적 불평등의 조건하에서 더욱 악화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기후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적 해결보다는
사회운동과 국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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