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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관객민주주의를 넘어 참여민주주의로

지난 2월 14일, 부안방사성폐기장 유치에 대해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72.04%라는 높은 투표율과 91.83%라는 반대율은 부안 주민들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적 효력이 있니 없니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개표결과발표후 환하게 미소를 내보이는 하승수 사무처장

부안 주민들은 처음부터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부안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투표를 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부안 주민 다수의 의사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부안주민들의 민심에 대해서는 답을 하기는커녕, 동문서답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안 주민들은 정부의 답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안 주민들이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서 느낀 것은 “정부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안 주민들은 방사성폐기장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 부안 지역을 보다 생태적이고 평화롭고 민주적인 지역공동체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민투표때와 같은 높은 참여의 열기만 있다면, 대안적인 발전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흔히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들을 해 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정책결정권은 관료와 정치인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정책결정권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그리고 일부 기득권 세력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정책의 대상으로만 전락해 있는 것이 어떻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안 주민들이 분노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부안 주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부안 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에 대해 항의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저항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습니다. 저항도 참여의 방법이지만, 결국 주민들의 의사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와 같은 방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추진하다보니, 오히려 이번 주민투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보다도 더 의미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주민투표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주민들 스스로 참여해서 주민투표를 만들었습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주민투표가
성사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우편요금을 아끼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2만 가구가 넘는 집들로 투표안내문을
일일이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우체국을 통한 것보다도 더 빨리 전달되었습니다. 기술이 있는 주민들은 기표대와 투표함을 만들어 주셨고,
주부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투표를 홍보했습니다. 이와 같은 참여의 폭과 열기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런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정부로서도 주민들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따르지 않을수록 정부는 부안에서
초라한 존재가 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부안은 방폐장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주민들이 활발하게 참여하여 문제를 결정해 가는
자치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주민자치란 주민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에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결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 때에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번 부안의 주민투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관객민주주의(국민이 정책결정의 관객으로 전락해 있는 민주주의)’를 넘어서 진정한 참여민주주의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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