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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깃발 휘날리며” 한국 자치민주주의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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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태극기 휘날리며’의 인기가 대단하다. 태극기보다
노란 반핵깃발을 더욱 세차게 휘날리고 싶었던 그 날. 부안군민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벅찬 감동으로 세차게 박수를 쳤던 그 날을
그려본다.

단 하루만에 5만여명의 주민가운데 3만7천여명의 주민들이 투표를 해 72%이상이 넘는 참여율을 보였던 2·14 부안 방폐장유치찬반
주민투표. 2월14일과 같은 선례가 없었던 것으로도 놀랄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참여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데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민투표는 충분히 의미 있고, 충분히 대표성 있는 부안주민들의 기본권 행사였다.

▲ 투표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는 부안 주민들 ⓒ 조한혜진

지난 14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부안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12시간동안 이루어진 부안방폐장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72.04%의 투표율을 보이며 반대 91.83%의 압도적인 결과를 내놓아
부안 방폐장 유치 반대가 주민의 의견으로 확정되었음을 공표했다. 군민들의 거침없는 기쁨의 소리가 부안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2004년 2월 14일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온 부안의 밤은 참 아름다웠다. 군민 스스로의 손으로 지켜낸 밤이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주관위는 이날 개표결과 발표를 통해 “한국 최초의 주민 자주관리에 의한 주민투표가 가장 평온하고 가장 높은 참여 하에 이루어졌다.”며,
“별다른 불상사 없이 공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하에서 투표가 종료된 것은 부안 주민들의 성숙한 주민의식과 평화염원의 열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주관위 위원장인 박원순 변호사는 “주민의 이해와 동의가 없는 졸속 국책사업의 유치는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며, “부안 주민들은
생업으로 돌아가 무너진 지역경제를 일으키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찬성이든 반대이든 서로를 껴안고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비록 바라지 않던 찬성측의 위도투표소 점거로 인해 위도 주민들의 투표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핵폐기장 유치 찬반에
대해 부안군민 전체에게 의사를 묻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매우 크다.

▲ 2월14일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는 부안군민들. 투표를 개시한 김종국씨(59,부안읍)는
주관위에게 빨간 장미꽃을 받았다.ⓒ 조한혜진

주민승리, 주민의 손으로 지켜낸 생명의 부안

투표의 시작을 알렸던 아침 6시부터 92%의 반대 결과를 낸 자정까지 주민투표의 전
과정은 장면마다 감동을 자아냈다.
부안 제2투표소였던 부안초등학교에서 가장 먼저 투표인명단에 도장을 찍었던 부안읍 서외리에 살고 있는 김종국씨(59). 부안과
함께 주민투표의 첫테이프를 끊었다. 김씨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이 투표가 빨리 갈등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손으로 투표를 한 것이니 주민의 뜻에 따라달라.”라며 소감을 밝혔다. 첫 번째로 투표를 한 주민에게 주기로 했던
주관위의 빨간 장미꽃 한송이도 김씨의 품에 안겨 더욱 빛을 발하였다.

세 번째로 영광의 장미꽃을 받았다는 조병일(60. 부안읍 서외리)씨는 “기다리던 주민투표를 하니 매우 홀가분하다. 반면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투표임에도 정부가 인정을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부안 주민이 스스로 투표를 실시한다는
것이 긍지이지만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다. 슬기롭게 이루지 못하고 꼭 이렇게 큰 행사까지 치루어야 했었나…군수이하 군민이
합심해서 이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누군가가 주는 꽃보다 기분 좋은 꽃”이라며 “이날 새벽같이 달려온 투표장에서 받은 장미꽃이 시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귀뜸했다. 그의 말대로 전무후무한 이 부안방폐장유치찬반 주민투표가 부안 주민들의 마음속에 깊숙히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주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투표권을 가진 부안 주민 중에는 주민등록증 앞자리가 11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1911년에 태어난,
현재 나이가 94세인 이 분의 마음에도 후손들에게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부안 땅을 물려주기 위한 소망이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적효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확실한 핵폐기장 반대 의사표현을 한 바 정부는
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자명하다.

시간 뚝! 7개월간의 부안투쟁 이곳에 묻다

승리의 기쁨, 아픈 기억들까지 모두 담아 묻을 수 있을까.
부안 군민들은 ‘시간뚝’이라는 커다란 독(타임캡슐)에 지난 7개월동안의 반핵 투쟁관련 물품들을 정성껏 담았다. 그리고 이를 부안을
지켜낸 날, 2월 15일 부안읍 수협 앞 반핵민주광장 한켠에 묻었다.
타임캡슐의 의미는 단순히 그 기간동안의 일을 ‘추억’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부안 반핵민주광장에 묻힌 ‘시간뚝’은 폭력과
분열과 위선에 맞서 지켜왔던 7개월간 투쟁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담은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분명히 기억해두어야 할‘역사의 창고’이다.
7개월간의 투쟁일지, 부안반핵대책위 노래패의 노랑고무신, 뚝딱뚝딱! 촛불집회 무대를 만들고 철거했던 연장들, 부안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언론의 기록들, 부안군민의 마음으로 부안소식을 전달했던 참소리의 영상들, 부안군 곳곳에 구겨짐없이 펄럭이던 반핵깃발,
반핵민주광장을 노란색으로 물들였던 노란조끼, 머리수건, 핵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며 등교거부했던 부안 학생들의 외침들, 또 태풍매미를
버텨냈던 노란비옷, 삼보일배때 신었던 신발, 무릎보호대, 주민투표결과까지…. 부안 군민들은 ‘시간뚝’에 이들을 담았다.

▲ 승리의 기쁨, 아픈 기억들까지 모두 묻는다. 부안투쟁 7개월간의 대장정이 담겨있는 ‘시간뚝’.ⓒ
조한혜진

이 모든 것들이 독 안으로 들어갈 때 지난 여름부터 해를 넘겨 올해 겨울까지 그 치열하고
혹독했던 부안 반핵투쟁들의 장면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이 앞에서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거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시선을 고정시켰다.

핵폐기장 백지화 선언, 새로운 부안 공동체 만들자!

고통을 넘어 희망의 부안
통치를 넘어 자치의 부안
반핵, 생명, 평화의 세상
핵폐기장 백지화
부안 자치 공동체를 선언합니다.

2월 15일을 말미암아 부안은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밤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주민투표는 새로운 참여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했고, 부안 주민 70% 이상이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음에
부안은 더욱 민주적이고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지역공동체로 거듭 날 것을 시사했다.

오늘 이 순간 우리는 핵폐기장 백지화를 선언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또 하나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고낭의 숲을 헤치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함께 달려온
전국의 양심과 뭇 생명들과 연대하여 달려온
아름다웠던 투쟁, 반핵 투쟁이 우리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꿈!

반핵, 생명, 평화를 위한
부안 자치공동체의 길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할 우리 부안군

이제 생활 속에서 만들어 가겠습니다.
생활속의 자치공동체를 열어가겠습니다.

-2004. 2.15 부안선언문 중 발췌-

임무를 마친 부안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이후 부안지역 발전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힘으로 전환할 것이며 주민들간의 화해를 도모하고 지역발전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이라고 향후
역할을 다짐했다.
환경연합은 15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부안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희망을 엿보고 미래를 배웠다. 이제 반목과 갈등을 넘어 상생과
평화를 실현하고 자치의 모범으로 우뚝 서는 아름다운 부안을 가꾸는 일에 전국의 뜻 있는 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월 14일 이후 이목이 부안으로 집중되고 있다.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핵폐기장 백지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부안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부안 군민들의 의지가 전국의 양심을 부안으로 이끌고 있다. 아픔 속에 고통받던 부안의 상처가 상생하여 말끔히 아물어지길 기대한다.

글/사이버기자 조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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