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6살 생일 맞은 교토의정서 아직 ‘미발효중’

첫눈이 날리는 12월 초 이태리 밀라노에서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차원의 9번째 당사국총회(COP 9 of United
Natio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가 2주 일정으로 열렸다. 예년과 달리
회의장의 분위기는 매우 침체되어 있고 별다른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회의장으로 통하는 길목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회의장 입구를 제외한 주변에는 기후변화회의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깃발조차 걸어놓지 않아 일반인들은 이곳에서 이러한
회의가 열리는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이다.

▲ 지구온난화 주요물질인 이산화탄소 20%가 수송,교통에서 배출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포스터, 불필요한 교통량증대의
문제점, 대중교통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최예용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규제하는 1차 대상 38개국 중 전체의 36.1%를 차지하는
미국이 진작에 불참하고 있어 김이 빠져 있는 데다가 교토의정서 비준의 키를 쥐고 있는 17.4%의 러시아마저 자국의 경제악영향을
이유로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외에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호주인데 2.1%로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는 비중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상황이 벌써 3년여간 지속되어 이번 회의 때는 민간환경운동단체들 조차 미국을 성토하고 비난하는데 지쳐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큰데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과연 대국적 관점에서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뛰어 넘어 비준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 오히려 유럽연합 가입 등의 선물을 주면서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 때문에 회의장을 찾은 많은 환경운동가들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매우
실무적인 문제를 다루는 회의가 조용히 진행될 뿐이다. 회의장 입구 로비에 십 여개의 국가별 홍보부스가 있는데 아무도 찾아가지
않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부스가 있어 다가가보니 미국이었다.

▲ 2주일간의 회의와 각종 기자회견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발생에 관한 기자회견.
영국 런던대 소속의 이 환경역학자는 수인성질병(설사)이 온도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기후변화문제가 유엔차원에서 제기되어 공식의제로 설정된 게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 때이니까
이미 11년이 지났고, 구체적인 감축목표가 정해진 교토프로토콜이 만들어진 것이 1997년이니까 5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지구촌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성토하는 야유도 러시아의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구촌 기후변화회의장. 그래서인지
아예 회의참가 자체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며 불참한 엔지오들도 많다고 한다. 미국이 빠지는 등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실천에 옮겨진다해도
제구실을 다할지 의문인데, 그나마도 차일피일 미루어져 교착상태에 빠진 유엔기후협약은 찢겨져 너덜거리는 종이호랑이 그 자체다.

▲ 한국 정부대표인 한명숙 환경부장관의 보고내용을 모니터링하는 민간대표단. 국내에서는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응조치를
전혀하지 않으면서 국제회의에 나가 그럴듯한 공자왈을 늘어놓는다면서 꼬집었다. ⓒ최예용

늘 그랬지만 관료급 장관회의 역시 상투적인 기후문제의 중요성강조와 당위적인 관심을 촉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연설이라기보다 실무적인 보고형태로 장관들이 앉은 자리에서 2-3분 여에 걸쳐 간단하게 말하는 게 전부다.
한국의 환경장관 보고는 11일 금요일 오전에 있었다. 한명숙 장관은 기후변화 해결에 있어 연료전지와 같은 기술개발과 기업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촉매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관연설을 지켜보던 한국 민간단체 참가단은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정부차원의 기후변화
대책단이 전혀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국제회의에 나와서는 공자왈 한다고 혀를 찼다. 작년 인도회의때 장관이 불참했던 한국은
이번에 환경장관을 대표로 3개 부처의 국장들이 참가하고 지속가능위원회에서도 참가하는 등 제법 큰 규모로 참가하고 있다.

2주간의 회의일정이 마무리 되어 가면서 한 두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은 회의 후반인 12월11일
발표한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이다. ‘ 최근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문제가 전세계의 설사를 야기하는 질병의 2.4%와 말라리아
질병의 2%의 원인이다. 여기에 2000년도에만 세계적으로 15만명의 기후변화관련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550만 신체장애보정연수가 발생했다. (장애가 발생한 사람의 수와 연수를 같이 계산 한 것, 즉 1년간 신체장애를 갖는 사람의
수가 550만명이거나, 10년간 장애를 갖는 사람이 55만명이라는 뜻)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보건영향이 심각하고 악화되어 가는데
유엔차원의 기후변화해결노력은 요원하다’ 는 지적이다. 기후변화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많은 참가자
및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회의장 입구에 비치된 보고서는 몰려든 사람들로 곧바로 동이 날 정도였다.

또 하나 회의장을 가득 채운 프로그램은 독일 정부의 2004년 6월에 열릴 제1회 재생가능에너지
국제회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유엔기후회의 전 사무총장의 사회로 브라질 환경장관, 독일 환경장관이 차례로 교착상태에 빠진 기후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국제회의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회의마감을 앞둔 금요일 저녁, 회의장 로비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있었다. 1997년 일본의 교토에서
만들어진 기후변화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진 6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파티가 열린 것. 축하케익에는 개발도상국 6개나라의 깃발이 꽂혀져
선진국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성과 없이 마무리되어 아쉬움으로 가득한 회의장에서 엉망이 된 교토의정서가 그나마
완전히 좌초하지 않은 것을 위로하는 분위기였다. 이어 영국,독일,아르헨티나,일본 및 한국 등 7개 나라에서 참가한 각국 지구의
벗 활동가 실무회의에서는 회의마무리에 대한 최종 성명문구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매우 실망스럽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담자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루어 교토의정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 기후회의장 한켠에 전시된 풍자그림. 남아메리카공화국의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위기의 지구를 구하기는 커녕 국가이기주의에
빠진 나라들을 비판하고 있다. ⓒ최예용

▲ 기후변화 국제회의장 복도에서 벌어진 풍자퍼포먼스. 분장한 사람이 유명화가의 그림을 표현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그림 좌우에는 기후변화문제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세계 여러기업들, 단체들의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노력한다는데 왜 실질적인 효과는 없냐는 지적이다. ⓒ최예용

▲ 회의 마감을 앞두고 열린 지구의벗 활동가들의 성명서 채택을 위한 검토회의. 영국,독일, 유럽, 아르헨티나, 일본
및 한국에서 참가한 지구의벗 활동가들이 비록 성과없이 끝나 아쉽지만 미국의 입김을 막아낸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내용으로 성명을 채택하자고 합의했다. ⓒ최예용

▲ 성과없이 끝난 기후회의 마지막날에 교토의정서 채택 6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최예용

2003년 12월12일
이태리 밀라노에서
글,사진/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기후변화 9차 회의, 민간단체 참가단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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