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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폭도라 불리는…

한나라당 최대표가 열흘간 단식을 하고선 휠체어 타고 국회로 갔습니다. 언론은 최대표의 단식의
의미, 향후 방향 등 분석기사 쓰기에 분주합니다. 이런 분주함 뒤에는 몹시 춥고 바람 부는 남도의 서해바다 한켠에 관심조차 거둔
채 신부 한 분이 스스로 죽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11월12일부터 부안 수협 앞 천막에서 부안 성당 문규현 신부가 ‘핵폐기물처리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면서 12월 9일 27일째 단식중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살아 있는 땅을 버리자는
정부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안은 저런 성직자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만 하다.ⓒ부안21





2003년 부안에 산다는 것은



해방 후에 부안 사람들이 요즘처럼 행복(?)한 적 없었습니다.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정부에서 개발시켜 주겠다고 난립니다. 선거철도
아닌데, 핵폐기장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과 프랑스에 여행시켜주겠다는 그 친절에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핵폐기장
유치를 위해서라면 전 군민을 달나라에라도 보낼 기셉니다.



부안에 건설업자들이 넘치고, 군수의 사조직 사람들이 염치 좋게도 발전협의회다, 사랑나눔회라는 이름으로 얼굴 내밀고 유치찬성 기자회견을
합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찬성분위기가 확산된 양 보도합니다.



전라도는 땅이 없어서 개발에서 소외된 것이 아니고 정책의 소외가 더 문제임에도 갯벌 죽여서 땅 만들어야 한다고 개발의 환상을
심어 왔고, 이젠 핵폐기장까지 유치해야 개발된다고 야단입니다. 정말 개발해주고 싶으면 균형발전으로 가면 될 것인데 핵폐기장과
개발을 세트로 묶어서 선물인양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경찰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지 할아비 할미 같은 사람들도 방패로 찍어서 병원에 보내는 용감무쌍함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교도소에 갇혀 있지만 부안 사람을 과잉 진압한 경찰이 어려움 당했다는 말은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당연한 발언이나 조그만 행복은 깔아뭉개도 된다는 위험 속에서 부안 사람들은 가쁜 숨 몰아쉬며 삽니다.












▲경찰은 7만 인구도 안되는
부안에 8천여 전경을 풀어 반핵민주광장에서의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허지만 부안에서 ‘핵폐기장 백지화’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며 밝히는 촛불은 더욱 훨훨 타오르고 있다.ⓒ부안21





당신은 항상



이용범 시인은 문규현 신부를 시로 그렸습니다.










당신은/항상 낮은 곳에서/힘 없는 자/가난한 자의 편에서/그들과 함께
얼굴 맞대고/부대끼며 /살아왔습니다.

…………….

당신은/산란을 위해/거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가녀린 연어입니다.

……………..

당신을 위해/종교도 갖지 않은 채/기도합니다./부디 건강하시길.





시인은 종교 없이도 기도하며 ‘우리신부님’이라 부릅니다. 새만금 갯벌 살리려 삼보일배하며 떠난 800리 길. 핵폐기장 문제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생명을 건 단식. 주변에서는 너무 과격하지 않느냐, 혹은 국책 사업을 발목 잡으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도 합니다. 그러나 신부님 말씀대로 생명을 살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 아닙니다. 국책사업이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야지요. 잘못된 사업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올테니까요. 고향 사람들의 오해받으며 낮은 곳을 향하여 가난한자 편에서 부대끼며,
거센 물결 거스르는 가녀린 연어.



단식하는 신부님 생각에 부안 사람들은 밥 먹는 자리도 편치 못합니다. 성당 식구들 너도나도 함께 갑니다. 소리내지 않고 단식하는
사람들 늘어갑니다. 부안에 단식의 시대가 왔습니다. 정작 단식을 하고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단식하는 일이 계속됩니다.



‘통일의 꽃’이라 불리는 임수경이 부안에 와서, 신부님은 이제 쉴 때도 되었건만 왜 이리도 고생만 하시느냐고 눈물 흘렀습니다.
많은 종교인들이 신의 뜻을 기다린다며 기도에만 매달리는데 신부님은 소외 받는 사람과 함께 하며 고생 한 짐 가득 지고 좁은길
가십니다. 옆집 할머니는 신부님 얘기만 나오면 눈물 글썽입니다. 편치 않는 걸음에 몸 뒤척이며 촛불시위에 나서는 80 넘은 할머니
모습 자주 봅니다.












▲12월10일로 단식 28일째,
22일째인 문규현 신부와 김인경 교무(사진촬영 12월8일).





폭도라 불리는 사람들과 함께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신부님을 번번이 폭행했습니다. 몇 차례나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부안 사람들
생각으로 병원에 오래 눕지도 못합니다. 촛불 하나 들고 피흘리며 거리를 떠도는 부안 사람들과 함께 갑니다. 강도 만난 사람 돕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같이 갑니다. 이제 몸 숙여 곡기 끊고 자진(自盡)으로 가는 길 택했습니다. 날씨도 추워 수협 앞에 있는
텐트가 바람에 몹시 흔들리고, 촛불하나 켜고 앉아 있는 밤은 전경들이 막아섭니다.



대통령께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래에 살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그것이 실현되는 날까지 나는 기꺼이
당신이 폭도라 부르는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폭도라 불리는 부안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부님. 나이든 성직자가 30일 다 되도록 단식하는 처절한 절망뿐인 이 시대는 비극입니다.
목숨 걸지 않으면 지역과 생명을 살릴 수 없다는 극단의 사실에 가슴 찢습니다. 전근대사회도 아닌 21세기의 2003년에 신부님은
몸 던져 험한 길 가십니다. 언제쯤 무기 녹여서 삽과 보습으로 평화 만들고, 언제 가서야 이 나라는 목소리 작은자들을 살피고
국책사업이라는 맹목적인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내와 함께 살 한 점 없이 초췌한 신부님 찾아뵙고 웃는 모습 잊지
못하고 집으로 가는 늦은 밤에 서로는 말 없이 눈물 흘립니다.

글/ 정재철 (부안 백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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