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기고]기후변화협약을 둘러싼 신종 러시안 룰렛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우석훈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경제학박사

지난 주부터 북부 이탈리아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는 지구온난화현상에 대해서 유엔의 각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위사결정기구인 9차 당사국총회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이번 회의의 관심사는 단연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라고 불리는 한 외교
문서에 대해서 비준할 것인가 아닌가에 달려있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구의 미래가 러시아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이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시점,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가 의정서 비준에 대한 거부를 시사하였다가 하루만에
다른 외교 관리를 통해서 다시 비준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환경정상회의에서
만들어졌으며,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맨 마지막으로 이 협약에 조인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협약은 산업혁명 이후로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며 지금까지 지구가 더워지는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들에게 온실가스의 발생량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 권고사항을 의무사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1997년 일본의 교토에서 각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90년 수준보다 5.2%를 감축하도록
결정하였고, 이 결정이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이다.

‘금세기가 시작할 때 발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 교토의정서가 2003년이 다 지나가는 시점까지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아들 부시가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새로운 일방주의 외교를 일종의 독트린으로 선언한 부시 대통령이 맨
처음 국제사회에 선보인 것이 교토의정서 비준거부였고, 미국의 선언 이후 2년 동안 교토의정서가는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겪은
셈이다. 지난 2년 동안 국제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자국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던 일본과 캐나다 등의 주요 국가들이 의정서를
비준한 이후 발효를 위해서 이제 러시아의 비준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러시아 같은 초강대국가들이 합쳐서 선진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며, 의정서는
발효를 위해서 선진국의 55% 이상이 되는 국가들이 비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도의적으로만 따지자면 더 많은 원죄를 가진
국가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만, 국제사회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도록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상당 부분은 각 국가의 자발적 노력에 호소하는 방법 밖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으므로, 어쩔 수는 없다.

현재 베트남을 포함한 120여개 국가가 교토의정서에 비준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작년 인도에서의 8차 당사국총회를 즈음하여
의정서에 비준한 바 있고, 북한도 현재 비준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제 남은 러시아와 미국의 이 외교적 일방주의에 세계 각국이
분노와 비난 그리고 회유를 매일같이 쏟아 붓는 것이 현 실정인데, 다른 외교조치와 달리 기후변화협약은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더욱 치명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러시아도 고민을 가지고 있다. 동구의 붕괴 이후 침체된 경제가 1999년 이후 회생하기 시작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7~10%씩 온실가스 발생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어없이 온실가스를 계속 발생시키고, 러시아도
마찬가지라면, 향후 중국이 한 차례, 인도가 한 차례, 그리고 기타 개도국들도 한 차례씩 온실가스 배출의 권리를 행사하고
나면 남는 것은 그야말로 한 번도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파멸과 공멸 밖에 남는 것은 없다. 이 시점에서 러시아의 이해와 노력을
다시 한 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해수온도가 평균 0.7도
상승하였다. 또한 1인당 온실가스 발생량도 이미 일본과 프랑스 수준을 넘어 독일 수준을 육박하고 있고, 이는 2000년부터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발생량이 하강하기 시작한 일본과 국제적 대비를 이뤄,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한국이 이러한 빠른
온실가스 발생을 주목할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결코 우리나라도 이 죽음의 러시안 룰렛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최근의
부안사태가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에 빠진 교토의정서가 러시아의 손 끝만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화석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석탁과 석유로부터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끊임없이 대기로 방출되고 있으며, 지구는 조금씩 계속 더워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일방주의가 전 세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금번 당사국총회가 이러한 신종 러시안 룰렛을 멈추고 전세계가 같이 노력하는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admin

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