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심층분석]양성자가속기의 이중성

“그때는 어떻든 조금 경쟁적인 것으로 봤다. 오히려 부안이 참 좋겠고 또 선물이 많이 붙어있으니까 이것은 좀 전라북도로
가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라는 판단도 좀 있고 해서 서둘러서 규정을 고쳐서 절차를 단축했다. 문을 좀 더 열어놓고 신청을 더 받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서둘러서 단축해서 했다.”



이는 지난 달 26일 전북지역 언론인들과의 대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위에서 말하는 ‘선물’이란 양성자가속기 사업과의
연계추진이다. 이 사업은 당시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첨단산업으로 인식되어 5개 지역에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었다. 위 대통령
말을 보면 이 사업을 부안에 주기 위해 서둘러 규정도 고치고 절차를 단축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양성자 가속기사업을 핵폐기장과
연계추진하라”고 대통령 자신이 지시한 4월 15일 무렵에 이미 부안을 핵폐기장으로 정해 놓았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양성자기속기 사업은 결국 핵변환 사업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이며 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핵폐기물을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서는 근처에 모아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양성자가속기사업의 이러한 이중성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첨단산업의 메카가 된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이것을 긴 진공관에
넣고 전압을 걸어주면 음극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 가속장치가 양성자 가속기다.












▲일본 로카쇼무라 핵연기지/자료출처
KBS환경스페셜ⓒ부안21

이러한 양성자가속기는 수소를 방전시켜 얻은 양성자를 빠른 속도로 가속시키는 장치다. 직경 20∼30㎝, 길이 7백여m의 구리통이
기본 모형. 양성자가 가속기를 통하면 초속 수백㎞부터 빛의 속도인 30만㎞까지 속도를 낸다. 양성자를 초당 500㎞로 가속해
물질에 부딪히면 물질표면의 원자가 툭툭 떨어져 나온다. 이때 양성자는 물체 표면을 뚫고 쑥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소재표면을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서 초당 14만㎞로 가속해 부딪히면 양성자가 원자핵과 반응해 2000여종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들어 낸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의료용, 연구용, 산업용으로 쓰이며, 플루토늄 등 핵폐기물에 부딪쳐 이를 변형시켜 반감기를 낮추고 방사능이 나오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과학기술부에서는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전략방위계획(SDI)의 일환으로 소형 양성자가속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래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과학기술부는 원자력연구소에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을
두고 1997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상반기에 1단계 사업이 마무리 되었는데 연구팀에 따르면 그간 50keV(킬로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빔을 40mA까지 인출할 수 있는 입사기 및 3MeV(메가 전자볼트)의 ‘고주파 사중극 가속기(RFQ)’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현재 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2단계 양성자가속기사업은 2012년까지 총 1,300억원을 투입하여 100MeV급 가속기를 건설한다는
일정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IT, BT 등 첨단산업 및 의료분야에 이용한다는 것이 과기부와 원자력연구소의 공식적인 홍보내용이다.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은 2002년 12월 사업 유치기관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2003년 1월에 전라북도, 강원대, 익산시,
경북대, 철원군 등지를 돌며 지역설명회 개최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들어갔다.



5개 자치단체에서는 이 사업을 유치하면 연간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원 이상에 이르고,‘첨단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선점하게 된다고 주민들에게 홍보하면서 저마다 우리 지역이 최적지라며 유치전에 열을 올렸다. 전북 익산, 전남 영광, 강원 춘천·철원,
대구시와 경북대 등 5개 기관이 예비검토와 서면평가를 거쳐 1차 후보지로 선정됐다.












▲자료출처/한겨레21





“핵폐기장에 끼워팔아라”



이처럼 양성자가속기사업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할 무렵인 4월 15일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대표성 있는 주민들이 합의해서
부지선정을 신청하면 양성자 가속기 사업유치에 가산점을 주는 등 연계해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4월 21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중앙일간지에 공고를 냈다. 10개부처 장관과 한수원 사장 등 11명 공동 명의로 낸 이
공고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서 양성자가속기사업을 신청하는 경우 특별가산점을 주겠다’고 하였으며,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를 이전토록 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신청지역의 발전을 위해 획기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공고는 “3000억원의 지역 지원금을 제공하며 용도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하였으며
또한 “주민에 대한 직접지원도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핵폐기장 건설과 업무상 직접적인 관련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문화관광부장관, 농림부장관의 이름까지 들어있는 이 공고에 유독 한명숙
환경부장관만 빠져있어 논란이 일었다. 시민.환경단체나 지역 주민 등이 핵폐기장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방사능오염
우려인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장관의 이름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신문을 보고서야 광고게재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주무부처 중 하나이면서도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도 핵폐기장 건설을 환경친화적인 사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한 환경단체의 간부는
“환경부장관조차 배제된 핵폐기장 건설사업에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선뜻 유치할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느냐”면서 “정부가 이 광고를
통해 핵폐기장 건설이 환경친화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음을 시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5월 1일자 한 일간지에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확보사업과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 연계 추진’이라는 제목 아래 이의
유치를 안내하는 공고가 과학기술부 장관과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장, 그리고 산자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의 이름으로 실렸다.
울진, 영덕, 고창, 영덕에서 신청하면 우선 선정한다는 것과 기존의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 신청을 한 지역에서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하려면 추가로 핵폐기장 유치 신청서를 내면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리고 4개 후보지역 이외에서 신청하면,



“용역보고서상의 도출단계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하되 동일 단계내의 복수지역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부지선정위원회에서’ 보고서 상의
순위와 부지조사 결과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고 하였다. 또한 “자율유치신청에 따른 부지조사는 7. 15 이후 실시하되 조사
순서는 4개 후보지–>11개지역–>20개 지역….등 후보부지 도출단계 순”으로 한다고 하였다.



이 때까지 양성자가속기사업은 각 언론에 의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보도되었다. 어느 언론도 ‘양성자 가속기 사업’의 이면에
숨은 핵확산 정책을 뚫어보지 못했거나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정부의 이러한 연계 방침에 ‘끼워팔기’식이라고까지 보도하였다.





최종목적은 핵폐기물 변환사업



그러나 반핵국민행동은 “정부가 양성자가속기 사업에 대해 첨단산업 활용기술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국내 원자력 관계자들은 국제학회에서
공공연히 ‘이 사업의 목적이 핵변환에 있다’고 밝혔다”며 “정부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한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한 핵폐기물 변환사업은 기술적 연관성 때문에 애초부터 핵폐기장 주변에 건설하도록 계획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핵폐기장 유치 지역에 양성자 가속기 시설을 연계해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상 주민들을 속이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로 반핵국민행동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추진중인 과학기술부 산하 양성자기반공학개발단의 최병호 단장은
2002년 8월 경주에서 열린 ‘제21차 국제선형가속기 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한국 양성자가속기 사업의 최종 목적은 1기가전자볼트(GeV)급
핵폐기물 변환사업”이라며 “현재 100메가전자볼트(MeV)급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고 핵변환용인 1GeV급 가속기 운영기술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100MeV급이라면 부지 5만평이면 충분할텐데 10만평의 부지를 확보하려는
것도 추후 핵변환용으로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2001년 12월 10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기사의 일부이다.









“프로그램 기획 책임자인 주포국 원자력 연구원은 “선진국이 더 높은 수준의 양성자가속기를 얻기 위해 국가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원자력 개발의 걸림돌이 돼 왔던 원자로의 안전성, 사용한 핵
연료의 처리 등의 문제를 양성자가속기 구동 핵 변환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발전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적으로 50여년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 재처리를 통한
핵연료의 재사용은 핵산업계로 보면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핵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게 되면, 항구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플루토늄 핵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즉, 핵발전 ->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 재처리(플루토늄
추출) -> 고속증식로 가동 -> 핵폐기물 -> 재처리 -> 고속증식로 가동 … 의 싸이클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에서 언제나 핵사고와 핵오염의 위험은 상존하고 핵폐기물은 더 많이 생긴다. 또한 고속증식로는 공기와 만나면 폭발하는
액체나트륨을 냉각수로 쓰기 때문에 작은 사고로도 매우 위험하다. 결국 이를 개발했던 일본과 프랑스는 이를 포기했으나, 우리나라는
이 기술을 들여와서 2006년까지 고속증식로 설계 연구에만 1,200억 원을 들일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은 핵폐기물 중에서도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사용후 핵연료까지 한 군데로 모으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정부는 2008년까지 30만평 내외 규모의 핵폐기장을 2군데 건설하면서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 건립도 함께 추진중이며
2016년부터는 사용후 핵연료를 이 곳으로 이동시켜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사용후 핵연료는 위험성이 대단히 높아 이동시 사고가 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우려되는 물질”이라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군데로 모으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핵 재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폐기장이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의 핵단지가 돼버린 일본 로카쇼무라를 1995년 4월에 방문했던 박병상 교수(인하대, 생물학)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일행은 로카쇼무라 홍보관을 포함하여 로카쇼무라를 한바퀴 돌며 시찰하였는데 이제 이곳은 가동 중인 우라늄농축공장,
중·저준위핵폐기물매립장과 한창 건설 중인 고준위폐기물매립시설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공장들로 이루어진 일본 최대의,
아니 세계 최대의 핵시설 밀집지역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일본의 의도대로 핵연 사이클이 돌아갈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대의 핵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는 핵 선진국인 미국에서조차 군사용을 제외하고는 재처리를 포기하고 그대로
보관하기로 결정한 예를 보더라도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얼마나 기술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현재 세계에는 26개국에 420여 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지만 상업용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 뿐이라는 사실도 그 좋은 예이다. 그나마 가동 중인 프랑스의 경우도 잦은 고장과 사고로
가동률이 30% 선에 머물고 있으며, 영국은 재처리 공장 주변의 방사능 오염이 현저히 증가하여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방침을 재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처리 공장가동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의 불가피성, 사용 후 핵연료 또는
플루토늄 수송의 위험성 및 높은 플루토늄 생산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로서는 사용 후 핵연료를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이 찬핵, 반핵 불구하고 핵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굳이 핵폐기장을 지어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한 데 모으려는 저의는 무엇인가.ⓒ부안21





‘미국 관련 가능성’ 예견



핵 선진국인 미국도 포기한 이 사업을 우리 나라가 무리한 수를 써가며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KAIST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은
현재 소내에 분산 보관하는 것이 위험도 덜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데 굳이 핵폐기장을 지어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한
데 모으려는 저의는 무엇인가.



다음은 지난 5월 7일자 <한겨레>의 보도에서 이 일이 미국과 관련돼 있음을 조심스레 읽을 수 있다.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한 핵변환사업은 미국에서 주도해왔으며 그 배경에는 민주당 정권의 비핵정책으로 연구예산을
잃어가던 원자력 학계, 핵폐기물 정책의 대중 반발을 무마하려는 핵산업계, 핵군비증강을 위해 재처리사업을 부활시킨
부시 정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핵변환사업의 핵심요소인 사용후 핵연료의 고온 건식 재처리
기술은 30여년간 미국 핵기술 연구를 주도해온 아르곤 국립연구소가 지난 94년 실험용 액체금속로가 환경문제를 우려한
하원의 반대로 폐쇄된 뒤 대안으로 개발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포드 정권 시절 핵확산 논란으로 핵재처리사업을 금지했으나
2001년 부시가 들어서면서 “고온 건식 재처리 기법은 플루토늄의 추출 순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핵확산 가능성이
적다”는 논리로 부활시켰다.미국 내부에서 연구예산을 얻기 어려운 연구소들이 일본이나 한국을 활용해 공동연구 방식으로
재처리기술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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