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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태양건축, 에너지 위기에 대한 건축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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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에 지어진 헬리오트롭. 태양을 따라 회전한다.
<사진출처:에너지대안센터>
* ‘태양건축과 에너지 전환’. 에너지대안센터와 광주환경연합이 얼마 전 주최했던 국제워크샵
제목이다. 몇몇 일간지에 관련 기사가 나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태양건축의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태양건축의
개념을 간단히 소개한다.



태양건축, 에너지 위기에 대한 건축계의 대응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까지 빨라야 50년은 걸릴 전망이다. 에너지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은 더욱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태양건축이다. 주택과 공공건물, 상업용 빌딩 등 건물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그릇이다. 난방의
비중이 큰 독일에선 가정·상업 부문의 에너지소비량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한국에서도
가정·상업·공공 건물에서 에너지의 1/4가량을 소비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쓰는 그릇인 건물의 에너지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나아가 건물이 에너지 생산 기지가 된다면 에너지 전환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태양건축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그릇인 건물이 태양에너지 이용을 극대화하여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변모함을 지향하는 새로운 건축 언어이다. 즉, 에너지위기, 생태 위기에 대한 건축계의 대응이 태양건축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태양건축의 오래된 기원



태양건축은 단순하게 태양열집열판이나 태양광발전기 등을 설치한 집을 일컬는 말이 아니다.
태양에너지를 자연적인 방식(Passive)으로 적극 활용하여 별도의 난방과 에어컨이 없이도 쾌적함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건축이다. 이런 태양건축의 개념은 에너지 위기, 생태 위기에 대한 건축계의 대응으로
형성되어 확산되고 있지만 그 기원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이라크가 바로 서구 문명이 처음
등장한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다. 집을 짓고 배를 만들고 연료에 쓸 나무를 얻고자
광활한 숲을 없앤 결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붕괴되고 비옥한 땅은 메말라버렸다. 서구 문명의 원류를 제공하는
그리스와 에게해 주변 지역도 고대엔 지금보다 훨씬 숲이 울창하고 비옥한 곳이었다. 도시가
커지고 생산성이 높아지고 인구가 늘면서 목재 수요는 급증하였고 급기야 땔감으로 쓸 나무(에너지)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고대 아테네에서 이미 태양건축이 등장하였다. 기원 전 5세기 중엽의 집 형태를 보면
햇빛을 잘 받도록 설계된 건축이 당시에 이미 보편화되었다. 남향 구조의 집은 겨울철 해가 낮게 뜰 때 햇빛이
방안 깊숙이까지 들어오도록 해주었다. 태양열 이용의 주창자였던 소크라테스도 그런 집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무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난방을 해결할 수 있는 수칙을 제안했다. “집은 겨울철에 해가
잘 들어야 하며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북쪽으로부터 잘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양열 원칙은
기원전 4세기에 그리스 여러 곳과 소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자연형 태양 건축 (Passive Solar Architecture)



태양건축은 소크라테스가 주창한 것처럼 주변 환경에 맞게 건물 배치와 창, 벽체를 잘 고려하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을 짓는 것이다. 태양이 보내는,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여 에너지소비와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방식(active)으로 에너지를 자립하는 건축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태양 건축은
사회적 건축이며 생태적 건축, 그리고 건강한 집짓기다. 태양건축가 롤프 디쉬의 신조는 태양건축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 준다. “에너지를 아끼자, 태양의 힘을 활용하자, 이로써 삶의 가치를 높이자”.

태양건축은 건물의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유럽의 가정에선 각각 난방에 57%, 급탕에 25%,
취사에 7%, 그리고 조명과 전기에 11%씩 에너지를 소비한다. 한국의 일반주택에서도 난방에
63%, 급탕에 14%, 취사에 9%, 전기에 14%씩 에너지를 쓴다. 난방에너지를 먼저 절감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과적인 일이다. 건물 내부의 에너지는 벽과 창, 바닥과 지붕을 통해서 빠져나간다. 환기과정에서도 열에너지가
낭비된다. 그래서 단열과 환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건물을 지을 때 셀룰로오즈나 암면 같은 단열재로
30-40센티미터 두께로 바깥 단열을 해야 한다. 유리창은 가운데에 아르곤 같은 비활성기체를
채운 이중유리 또는 삼중유리를 써서 열 관류율을 기존 유리창의 1/8까지 낮춘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환기를 할 때 기계적 환기장치를 이용하여 오염된 공기는 내보내면서 열은 90% 이상 회수한다. 여름엔 반대로
햇빛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건물 남쪽에 활엽수를 심고 창마다 외부 차양을 해서 햇빛을 가린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내부 블라인드는 복사열의 절반만 차단하지만 외부 차양은 4/5나 차단하여 실내가 더워지는
것을 막는다. 복사열은 막되 반사판 등을 이용하여 채광용으론 햇빛을 실내로 끌어들여 조명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밤에는 찬공기를 끌여 들여 건물을 식힌다. 이런 식으로 건물을 지으면 에너지 소비가 기존 건물의 1/3에
불과한 연간 평방미터당 100킬로와트시 이하로 줄어든다. 일부 자연형 태양 건물은 기존
건물의 1/5∼1/10 정도 밖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태양열 집열판이나 태양광전지판을 설치하고 지열이나
바이오매스 이용을 추가하면 건물 에너지 자립도 가능하다.



태양건축의 필수 요소, 통합적 설계



태양건축은 관계자들의 수평적 의사 소통에 기반한 통합적 설계를 필요로 한다. 건축가와 엔지니어, 의뢰인이 초기에
면밀히 고려한 후 설계와 시공, 나아가 운영·관리를 최적화하면 기존 건물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건축이 가능해진다. 유럽에서 진행 중인 25개 태양건물 프로젝트는 통합적 설계가 이루어진다면 기존
건물과 비슷한 건축비로도 에너지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더 쾌적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면 세계는 전쟁을 부르는 에너지원 고갈을 극복하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기후변화를
억제하며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서 태양 건축은 필수적이며 태양 건축의 확산은
에너지 전환의 신뢰성과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국내에서도 태양건축의 새물결이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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