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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민 하루하루 대서사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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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이버기자 조혜진

11월 2일 부안을 찾았을 때 구속자 석방을 위한 벼룩시장 가판에 낯익은 그림의 표지를 담은 책을 하나 발견했다.
‘부안독립선언’(도서출판 밝). 핵추방을 위한 부안지역 교사모임의 회장 이강산 선생님이 반핵서사시집을 펴낸 것이다.

너무나 생생하게 부안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어 책장을 넘기면서 부안을 그려보았다. 이 시들은 이강산 선생님의 뜨거운
가슴이다.
작은 것 하나도 선생님의 시선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서사시는 부안군민들의 것이다.

목이 터저라 외치는 ‘핵폐기장 절대반대’구호, 부안군 곳곳마다 펄럭이던 프랑카드와 노란색 깃발은 부안군민들의 절규이며 마음이었다.

작가 김지하씨는 여는 글을 통해 “이강산 선생은 우주의 중심으로 생명을 회복시키려는 터에 감히 누구 맘대로 반 생명의 핵폐기장을
들어오려 했는가를 묻고, 참으로 자랑스런 부안 땅이나 초목 군생을 몰라도 너무 몰랐음을 통렬하게 밝히고 있다.”며, “스스로
무덤 파버린 재화나 욕망을 비롯한 거싲과 어둠의 역사가 이제 끝장 나 신명나는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예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안성당 문규현 신부는 “우리의 삶과 우리의 투쟁과 우리의 혼이 엄청난 역사의 장을 일구고 있다. 그 역사에 대한 기록을 이강산
선생님은 시로 선명하고 분명하게 적어가고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부안 군민들은 하루하루 대서사시를 쓰고 있다. 그 시가 전국에 만파로 흘러 국민들의 마음에 전달되길 바란다.

부안
촛불전쟁

무덥고 비 잦던
지난 7월 중순 이래

가슴 복판에서
울컥 쏟아져 올랐던 눈물 눈물들

그렇게 가슴앓이는 시작되었다.

술마시고
고스톱에 카드놀음하거나
연속극에 취해 눈이 가물가물하던

저녁 시간에
밀물 썰물은 생존의 본능
막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부안 밤하늘에
따사로운 벗으로 슬며시 다가선
수천 수만 별 꽃씨방에서

가슴가슴마다
나로부터의 전쟁이
꿈틀거리더니

잘난 내가
부둥켜 얼싸안은 우리로

그저 그랬던
부안 땅 하늘이

뼛속 깊이
사무쳐오는 그리움
목 놓아 부르는 사모곡으로

불꽃은
그렇게 타오르며
나의 세포들 생사를 갈랐다.

……(중간 생략)

하늘은 핵 태풍에 까물어치던 부안을
촛불 일렁임으로 보듬어 세우고

뿌옇게 떠버린 나를
푸르러 상큼한 우리로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여유

그 옛날
우리 조상님 네가
흙바닥에 그렸던 따스함으로…

빙 빙 둘러앉아
풋풋한 상추조림에 달큼한 무젓 맛으로
못 밥 두레 새참이 되살아날 때

금은보화나
번쩍거리는 명패가 보이질 않아도
가슴 두근거려 터져 오르는 뿌듯함
두둥실 차오르는 삶의 재미여!

나는
부안의 우리는 서러움에서
이렇게 기쁨으로 울어버렸다.

어쩌다가
먹고사는 굴레에 걸려
핵을 찬성하였다고 얼물쩌거린다며
친구를 죽이고 싶었던 속 좁아 미친 소견아

나를 죽여
우리를 살리는 등교거부운동을
비웃듯 빠득빠득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눈길이 미워 쳐다보기 싫었던 삐뚫어진 심뽀야

이제는
가슴을 활짝 펴
눈꼴사나움을 누그러뜨리고

별나라 수호천사 내려와
우리네 삭막함을 품어준 것처럼
따스함으로 이웃을 감싸 안으리라.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며
대충 교단에 서서 개 폼만 잡다가
아이들로부터 존경받기를 바랐던
직장인 얌체교사에서

종이되어
발을 씻어주면

달맞이 꽃
환하게 피어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려니

평화와 자유를
나풀나풀 스치우는 촛불이여

부안 사람들
뒷 뜰 대나무처럼
오롯한 당당함으로

거대한 공룡
핵 마피아 세력이랑
제3차 세계대전을 치루고 있지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의 대결이다.

하루살이 아픔에도
금새 눈물 글썽거리는 나팔꽃과
우아한 말을 계속 돌리는 번쩍 속임수의 싸움이고

나만을 위하여
얼렁뚱땅 사탕발림이나
막강 자본과 권력을 남용하여
모셔야할 주인네를 철저히 죽이려는 자들과

너를 위하여
나를 죽이는 사람

구름 아래
억새풀 꽃 환경지킴이들이나
논빼미 속 지렁이 장기 지증자들과의
전쟁이려니

부안 하늘은
천지조화 찢기움에
여름 내내 울부짖었고

부안 땅은
코미디 패륜 폭정에
어쩔 줄 몰라 부들부들 떨다가
오곡 백과 말라비틀어졌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아
아이들의 또 아이들아
너희에게 무엇이 꼭 필요하겠니?

더도 말고
덜도 말게 시원한 바람이랑

기름진 땅과 갯벌 해맑은 냇가에서
맘껏 물장구치는 소금쟁이 가재 버들치
노랫소리를 들려주련다.

비록 머슴놈
잘 못 뽑은 업보로

시방 부안 사람들은
촛불이랑 시름 고통 안고 꺼져가지만

밤 이슬 맞으며
끊임없이 피어나는 백일홍 미소에서
승리의 새벽 어느새 다가와

파릇파릇
미나리 새싹들에게 선물 가득 쏟아주니
끝 없이 감사하고 기쁘단다.

고구마 구강처럼…

– 作 이강산 (핵추방을 위한 부안지역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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