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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너무 뻔한 얘기” 종주국 미국에서원전이 추가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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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3월 28일, 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한 미국 펜실베니아
드리마일 섬의 핵발전소
필자는 지난 8월
말에 전력시장 자유화 정책을 조사하기 위해 에너지전문가들과 함께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담당 공무원에게 미국에선
왜 원전이 추가 건설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질문이 싱겁다는 듯이 이렇게 간명하게 대답했다.

“첫째 미국민들이 원전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둘째 전력 시장에서 발전소 건설 주체인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며 셋째는 핵폐기물 처분이 골치 아픈 문제이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 드리마일섬(TMI) 원전에서 노심이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후 미국 전역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떤 기업이라도 여론을 무시하고 원전을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연방
핵규제위원회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1984년 새로 지은 짐머 원전이 곧바로 문을 닫았고 1989년엔 3년 밖에 안된 쇼레험 원전과 15년된
란초세코 원전이 각각 지자체 반대와 주민 투표 때문에 가동을 멈추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는 투자 위험도를
크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에선 민간회사들이 발전소를 짓고 전기를 판매해왔다. 그런데 안전 비용이 증가하고 건설 절차가 더 복잡해지면서
1백만 킬로와트 원전 1기를 짓는데 2조원이 들고 15년이 걸린다. 완공된 발전소는 40년을 별탈없이 가동해야 투자 수익이 창출된다. 가동 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곧바로 적자사업으로 전락한다.

투자 회수에 반세기나 걸리는 불확실한 사업에 거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배짱 좋은 기업은 없었다. 투자자들은 원전을 외면했다. 거기에다 가동이 끝난 원전을 폐쇄하고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비용도
과거보다 더 높게 평가되어 경제성은 더욱 악화되었다.

핵폐기물 처분은 미국에서도 풀기 힘든
과제이다. 저준위 핵폐기물은 반웰처분장에 모아서 처분해오고 있지만 1만년 이상 생물권과 안전하게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것은
원전 종주국 미국에서조차 쉽지 않다.

1960년대부터 처분방식을 연구하여 지하 깊숙한 안정된 지층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묻는 방식을
정하고 1987년부터 후보지인 유카산에서 최적 지점을 조사해오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0년에 세계 최초로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 같지 않다. 유카산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주와 지자체들이 고준위 핵폐기물
수송차량의 통과를 완강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엔 10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지만 모두 1979년 이전에 완공되거나 발주된
원전들이다. 미국의 원전산업계는 일본과 한국, 대만 시장 덕분에 겨우 연명해왔다. 원전의 사정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나라 중에서 원전을 추가할 계획이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불과하다. 원전을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거나 이미 완전히 폐쇄한 나라가 13개국이다. 체르노빌 사고 직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 5기를 몽땅 폐쇄한 이탈리아도 여기
포함된다. 환경정책이 미국보다 발달한 탓에 정책이나 법으로 원전 이용을 규제하거나 폐쇄 중인 나라가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 5개국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원전 이용을 규제하진 않지만 추가 계획은 없다.

반세기 밖에 안된 원전은 이미 짧았던 영광을
추억하며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그 빈자리는 효율이 높은 가스열병합 발전이 잠시 머물렀다가 결국 재생가능에너지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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