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부안학생 서울에 온 이유를 아능가~”

[2003.9.29. pm 15:00 at Jong-Myo park]

“꼬맹이 손님들 여기까지 왔네”
“저아이들이 부안에서 온 학생들인가봐”

서울사람들에게는 검게 탄 얼굴에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부안 학생들이 낯설다. 하지만 그들이 학교도 안가고 서울까지 온 이유는 대충
아는 눈치이다.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종묘공원 앞에 부안 학생 1000여명이 모여 서울시민들을 향해 “핵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요.”을
외치며 그들의 희망을 알렸다.

핵폐기장 유치반대로 한달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부안지역 학생 1천여명이 서울 종묘공원 등지에서 핵폐기장 반대 문화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1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 먼저 한강 둔치에서 핵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마음을 담은 노란 종이배 천여개를 강물에 띄웠다.

또한 종묘공원에서는 준비해온 공연과 노래를 선보이고,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온 서울로 그들의 목소리가 퍼져 나가길
기원했다.

학생들은 가을운동회를 대신해 열린 오늘 행사에서 노란색 핵박 터트리기와 ‘핵없는 세상’인사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핵없는 아름다운 세상 함께 만들어요.”

근래 부안읍내 수협 앞 민주광장에서 밤낮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공연이 고스란히 서울 종묘공원에 마련된 무대로 옮겨졌다.

부안 학생들은 위도 핵폐기장 유치 전후의 상황을 부안군민들의 관점에서 신명나게 재연해보였다.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섞여 김종규
군수 등의 얼굴을 그려낸 종이탈을 쓰고 연기하는 모습이 꽤 자유로워 보였다.

이 모두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순수제작 프로그램이다. 어른들은 다만 아이들이 이곳까지 와서 안전하게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했다.

▲ 이호소윤 양

종묘공원에 모여든 서울시민들은 이들의 공연을 보며 부안의 현실을 마음속에 새겼다.

이어 서울지역 청소년들이 부안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풀어 놓았다.
이홍서윤(9. 마음에드는학교-대안학교)는 “몇일 전 엄마에게 부안에 살고 있는 언니, 오빠, 또래 친구들이 서울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한달 째 학교를 가지 않고 있다더군요. 핵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알리려고 서울에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네요. 우리함께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요.”라며 부안 학생들을 지지했다.

어머니, 아버지 희망은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 우리를 소리없이 축복하던 바람과, 언제나 아낌없이 우리를 비추던 햇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가 한때 미래의 에너지라고 생각했던 원자력 에너지의
수만배가 되는 에너지를 뿜어 주던 태양열, 아무런 쓰레기도 남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인 바람이 우리 주위에 끝이 없이 주어져 있습니다.

부모님, 부모님의 선택이 저희의 미래를 빼앗아 갈 수도 있고, 잘 가꾸어 돌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깨끗한 에너지를 앞으로 쓰기로 약속했고, 핵없는 세상을 선포하며 만세 부를 그날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부모님 한분 한분이 핵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깨끗한 에너지와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해 주시는 겁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역사의 책장이 넘어가면, 지금 저희가 밤길을 걸어가며 부모님과 함께 봤던 불빛들을 미래세대와 함께 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빛이 죽음의 핵발전이 아닌, 자연이 내려주신 선물로 만든 축복의 불빛임을 그 미래세대에게 속삭일 것입니다. 그때
부모님도 꼭 계셔 주십시오. 그 자리에 밤하늘에 밝혀있는 별빛들로, 우리들에게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어주십시오.”

– 낭독 부안여고 2학년 신현화

편지 낭독연습을 하며 많이 슬퍼했다는 신현화(부안여고 2)양은 “두달이 넘는 시간동안 매일같이 초에 불을 밝히고 계시는 우리

부모님들은 모두 저희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약속대로 이 세상을 깨끗한 모습으로 물려주기 위해서 말이죠.”라며 이 땅의 모든
부모님께 감사드렸다.

학생들을 인솔하려 함께 왔다던 한 학부모. 얼굴이 낯익다. 가만히 살펴보자니 지난 8월 무덥던 여름 언저리 서울로 올라온 부안
지역주민 중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던 이오순씨(부안군 상서면)이다.

“어머,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많이 야위신 것 같아요.”

이오순씨는 “좀 말랐죠? 그동안 맘고생도 많았어요. 뭐, 다 그렇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런 현실에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에 아픕니다. 등교거부를 한 부안학생들의 평화행진에 작은 도움이 될까 해서 함께 서울에 왔습니다.”라며 다부진
마음을 표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등교거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금방 눈시울을 적셨다.

이씨는”우리 부안 아이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오늘 온 이곳 종묘공원에는 서울 학생들이 가을 소풍으로 왔더군요. 하지만 부안 아이들은
이렇게 그들의 의견을 알리려 먼 곳까지 와야 했습니다. 솔직히 뛰어 놀고 떠들어 대는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핵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외치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습니다.”라며 울먹였다.

아이들이 평화 행진하는데 경찰이 막을 필요 있나

오후 5시께 종묘공원 앞 문화공연 등 행사를 마친 1천여명의 학생들과 부안 상경자들은 조계사까지 평화 가두행진을 하기로 했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서울시민들에게 노란 물결의 힘을 보여주겠다던 아이들이 2km를 못가 종로 중심도로 한복판에서 멈춰섰다.

YBM 빌딩 건너편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부터 막혔다. 집회신고가 여기까지 났기 때문에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것이 종로경찰서
측의 주장이었다.

주황색 라인이 처지고 수백명의 경찰들이 멀찌감치 행렬을 둘러쌓았다.
결국 행렬을 멈춘 아이들은 길가에 앉았고, 함께 온 선생님들은 혹시나 아이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헛된 시간을 보낼까봐 걱정스레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또 다른 것을 배우고 있었다. 오히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어른들이 아이들을 통해 미소를 배웠다.

▲ 경찰들이 길을 막고 서 있지만 아이들은 힘들어 하지 않는다.
▲ 천진난만한 아이들 속에 우뚝 서있는 바람개비. 희망이 보인다.

부안 학생들은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기쁨의 그날위해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아이들의 마음은 그런가보다. 힘들 때, 어려울 때 그렇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결국 20여분간의 휴식(?)끝에 부안에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 초중고등학생 1천여명은 “자연에너지를 사용하자.”,”핵폐기장
절대 안돼”등의 구호를 외치며 인사동을 거쳐 조계사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하루동안의 서울일정을 마치고 부안으로 향했다.

글/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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