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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암흑을 부르는 중앙집중식 전력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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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전 미국의 대규모 정전사태 직후 “미국과 같은 정전 사태는 한국에서 절대로 발생할 수 없다“던 한국전력과 정부의 호언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 태풍 매미로 한국에서는 무려 140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어야 했다. 이번 태풍으로 국민들이 겪는 고초와
정부의 안일한 방재 체계로 인한 문제점은 자명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국내 전력수급체계의 문제점은 향후 기상재해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 이를 지적코자 한다.
기상재해는 그로 인한 직접 피해도 크지만 이번 사태처럼 송배전망의 파괴 또는 교란을 가져와 광역 정전 사태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번 태풍으로 많은 국민들이 정전이나 재해를 겪고 있을 때 재해대책본부나 소방서들이 비상용 발전기마저 갖추지 않아
방재활동은커녕 스스로 ‘재해 당사자’로 전락한 상황은 단순한 방재시스템의 문제를 떠나 우리 전력수급 구조의 맹점을 드러냈다.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정전 사태에 대해 국내외에서는 미국의 발전사업이 민영이어서, 또는 송배전망이 노후화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진단이 주류를 이루었다. 국내에서는 전자의 경우 발전산업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가, 후자의 경우 무리한 송변전시설
건설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한전의 송배전 부서가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핵심 원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세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캘리포니아나 뉴욕 사례 말고도 미국 서부 9개주, 캐나다 몬트리올, 뉴질랜드,
인도, 베네수엘라 등 민영/국영, 노후설비/최신설비 여부에 상관없이 수백만가구 수준의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바 있다. 이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폭설, 폭우, 폭염, 특정 지역의 수요 폭증으로 인한 송전망 병목현상, 단순 기기 오작동 등 제각각 서로 달랐다.
반면 이들 모두가 갖고 있던 공통점은 수백만가구가 단지 한 두개의 송전망과 몇 개의 대형발전소에만 전력을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관련정보 [논평]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한 송전탑, 핵발전소 사고, 근본대책은 재생가능위주 분산형 전력구조로의 전환 전문

이렇게 될 경우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놓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데, 문제는 우리의 처지가 이들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전력의 42%를 소비하면서도 전력 자급율은 5% 미만인 수도권이 장래에 닥칠 수 있는 대규모 정전사태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 지역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발전소를 충청 이남 지역에 건설해왔다.
그 결과 약 2천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경북 울진원전, 충남 당진화력 등 150㎞이상 떨어진 단지 몇개의 외부 전원에 의존하는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 한번의 전력시스템 실패로 인해 수십층 짜리 빌딩이 밀집된 수도권 지역이 직면하게 될 위험을
생각해보면 아찔하기 짝이 없다.

기존 고압 송전선로를 확대하는 것은 정전 확률은 낮출 수 있겠으나, 실제 정전이 발생했을 때에는 오히려 그 피해규모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수도권에 석탄발전이나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비현실적이다. 또한 평상시에는 사용도 않는
비상용 발전기를 건물마다 들여놓는 것 역시 비경제적이다.

필자는 정부 당국이 나서서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분산형 전원을 적극 보급할 것을 제안한다. 분산형 전원이란 가스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등 소규모 발전설비를 해당 수요지와 건물에 설치하여 비상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송전 손실과 전력계통 전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의 정전 사태 와중에도 금융기관, 관공서, 경찰서 등은 이같은 분산형 전원을 갖추고 있어서 혼란의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지난 10년 동안 아파트 단지나 대형건물 위주로 건물형 열병발전기를 보급해왔고 경제성 역시 입증되었다.
그러나 아직 보급량이 9만kw(영광원전 1기의 1/10)에 머무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 아니라 한전이 이러한 설비의
송배전망 연계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과 석탄화력 위주로 편성된 한전의 기술 체제에서는 작은 규모의 전원이 구미에
맞지 않겠으나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할 때, 정부가 나서서 이를 적극 개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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