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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장 반대 부안 학생 500여명 2일간의 상경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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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9.4. pm 1:30 at
KyungBok Palace]

“대통령할아버지, 지금 부안이 어떤 줄 아세요?”
등교거부한 이유, 순수마음 담은 수백통 편지 청와대 전달

▲ 4일 서울로 올라온 250여명의 부안학생들은 경복궁을 방문했다. 이들은 직접 쓴 편지와
곱게 접은 종이학을 편지함에 담아 왔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 순식간에‘노란물결’로 가득찼다.

지난 3일과 같이 노란 티셔츠를 입고 노란 머리수건을 두른 부안 초등학생 250여명이 서울을 방문한 것이다.

변산, 격포 학생들에 이어 이번에는 부안, 창북, 계화 일대 학생들이 모였다. 버스 6대에 타고 온 이들은 경복궁에 도착, 그들이
서울에 올라온 이유를 서울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선 학생들은 준비해온 포스터지에 색종이를 찢어 붙여서‘핵없는 세상 아름다운 부안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즉석 프랭카드를 만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고사리같은 자그만 손으로 종이를 찢어 붙이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거 왜 만드니?”
“우리 마음을 보여 줄려고요.” “핵은 위험한 거에요. 핵없는 세상이 좋아요.”

저마다 느끼는 바를 조곤조곤 말하는 아이들은 분명 ‘핵없는 세상’에서 살길 원하고 있었다.

여러 학생들이 즉석에서 완성된 프랭카드를 나눠 든 채 자리를 메우고 바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대표로 나선 3명의 여학생들이
지난 밤 고민해 썼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전문을 다 실어 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보세요)

대통령님께

벌써 9월이 시작된지도 3일이 지났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어제가 대통령님의 생신이었다고 보았습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생신
축하드립니다.

▲ 홍세라양(창북초. 6년)

저는 전라북도 부안의 창북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홍세라입니다.

나라의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신 대통령님께 부안에 사는 어린이로서 저의 마음과 더불어 친구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글을
올립니다.

요즘 부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대통령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저희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에게 저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엽서도 쓰고 종이학을 접어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오늘까지 9일째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습지랑 과제물을 주셔서 부모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도 하고,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은 슬픈 일입니다.

부안에서는 나이 드신 어른들부터 저희같이 어린 아이들까지 한목소리로 외치는 일이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부안에
세워지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나고 자란 아름다운 부안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생기는 것을 반대합니다.

방사성폐기물은 위험하고,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야 해롭지 않은 물질로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일은 저희와 저희의
후손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같이 어린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창북초등학교 전교어린이회 회장입니다. 창북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우리 학교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믿고 뽑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학교의 여러 가지 문제를 친구들과 함께 상의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후에 그 일을 결정합니다. 대통령님이나 김종규 군수님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부모님이나 밤마다 수협앞에 모이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부안에 유치하기로 결정할 때,
그런 노력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충분히 상의한 후에 결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또 약속은 진짜로 지킬 수 있는 것이거나 그럴 생각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더라도 다른 사람이 오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태도는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정직하게 답변하는 모습,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우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하시는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제 주변의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방사성폐기물처리장입니다.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무엇보다 제일 기뻐하시던 어머니께서 등교거부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잠시동안 공부나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뒤로하고, 저는 제가 사는 세상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원하는 일이 빨리 이뤄져서 배워보지 못한 2학기 책을 펴고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훌륭한 분이어서 부모님께서는 좋아하셨답니다. 그래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지하셨고, 당선되셨을 때는 함께
기뻐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통령님을 믿고 지지한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시는 대통령님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우리나라의 모든 일들이 잘 되기를
두 손 꼬옥 모으고 기도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홍세라양은 “우리와 같은 초등학생들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서로 의견을 나눈 후에 결정하는데, 부안군수님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라며
비민주적인 결정을 내린 부안군수를 평했다.

▲ ‘천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데…’ 부안 학생들이 접은 종이학.
이 드럼통은 청와대에 전달하려 했으나 부피가 크다는 이유로 전달되지 못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홍양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가지 않을래요. 공부는 다시 할 수 있어도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우리 고향은 다시 지킬 수 없잖아요.”라며 당차게 대답했다.

대통령할아버지에게 부안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다며 열심히 편지를 읽었던 부안초등학교 6학년
유미옥양은 “교과서에서 핵에 대해 배울 때 청정에너지라고만 알고 넘어 갔었는데 이번에 다시 핵에 대해 배운 후 그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며 왜곡된 교육을 꼬집었다.

“우리 군민 모두 ‘핵박사’ 다 되었어요. 6살된 아이도 핵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유양은 편지를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우리 문제로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그 일을 하고 있어요. 등교거부는
우리의 의지이지 어른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니예요. 저희는 핵폐기장이 백지화 할때까지 등교거부를 할래요.”라고 전했다.

아이들을 인솔하느라 정신이 없던 김경은 교무에게 등교거부에 대해 묻자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포기했겠습니까. 이런
마음을 담고 있는 부안 엄마들의 함성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등교거부를 부정적으로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종이학 천마리가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 줄 거에요”
소망의 편지, 대통령아저씨가 읽을 수 있을까

편지 낭독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표학생 5명은 부안 학생들의 소망편지가 가득 채워져 있는 편지함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 자신들의 의견이 대통령아저씨께 전달된다는 것에 기뻐하며 대표학생들이 편지함을
안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경복궁 서문에서 이들은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비록 오는 버스안에서 까지 접었던 천마리에 가까운 종이학은 부피가 크다는 이유로 직접 전달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가 청와대로 전달된다’는 것에 만족하며 바싹 긴장하며 나섰다.

잠시후 대표단이 청와대로 향하는 경복궁 서문 앞에 도착했다. 평소에 열려 있던 철문이
경찰에 의해 닫혀 있었다.

순조롭게 편지를 전달할 것이라 예상했던 대표단들과 인솔 선생님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경찰측은 “단체의 주장을 의미하는 같은 색의 티셔츠와 모자는 안된다.”며 막아섰다.

반핵민주학교에서 자원활동하고 있는 유두희씨는 “아이들이 폭력을 쓰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기들이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한다는 것인데,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고 있던 이우람군(부안초.4년)은 “청와대에 미쳐 가지 못하는
것은 의외인 것 같아요. 우리의 생각을 전하려는 것 뿐인데…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당연하네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시원한 물한잔 마시는 게 소원이야.”
“아니다, 핵폐기장이 먼저 없어지는 게 소원이에요.”

30여분동안 철문 앞에 주저앉아 있던 학생들은 조금씩 지쳐갔지만 그 와중에도 우선 바라는 것은 핵폐기장 철회였다.

▲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대표학생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복장에 문제가 있다며 경찰이 그들을
막아선 것이다.


30여분의 실랑이 끝에 결국 대표학생들은 ‘핵없는 세상’이란 구호가 새겨진 노란 머리수건과 모자 등을 벗고 청와대 민원실로 향했고,
이들은 순찰차의 호위를 받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그동안 나머지 학생 240여명은 자리를 지키며 대표단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30여분 후 대표단이 도착했다.

대표단으로서 함께 청와대를 다녀온 김세웅군(부안초.6년)은 “편지만 전달하고 왔어요. 민원실에 계시는 분이 그냥 꼭 전달해주겠다고만
이야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두희씨는 “편지 전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다. 솔직히 관계자가 나와 최소한의 인사는 할 줄 알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예정대로라면 청와대를 관람하기로 했던 상경학생들은 경복궁을 돌아보는 것으로 서울 일정을 마치고 이날 5시즈음 부안으로 돌아갔다.



























글,사진/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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