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핵폐기장 현금보상과 국민 자존심

이필렬(에너지대안센터 대표)

대한민국 최초로 혐오시설 부근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현금보상을 받는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것도 막대한 액수의 돈으로 말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면서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일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보상은 주민들이 생계의 터전을
완전히 빼앗기게 된 것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댐을 건설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되어서 보상을 해준다거나, 간척으로 인해서 어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 데 대해 보상을
해주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또는 발전소나 공장에서 나오는 온배수나 오염물질로 인해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을 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선정된 위도 주민에게 약속된 보상은 단지 동네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데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는 것입니다.

주민들로서는 땅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어장을 빼앗기는 것도 아니도, 그렇다고 핵폐기장
때문에 어장이나 동네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한 가구당 3억-5억이라는 막대한 액수의
보상금을 지급하려 합니다.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산자부장관과 행자부 장관이 주민들 앞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현금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정부에서는 그렇게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현금보상 소식을 듣고 저는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꽤 고심했습니다. 조금은
참담한 심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 고장에 대한 자부심, 지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돈 앞에서는 그런
것을 손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내가 왜 노무현을
지지했는가 하는 원망과 후회의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깨끗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과 국민참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정부에서 어떻게 한국 최초로 돈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이건 법이 인정해주는 매수와 다를바 없는 것입니다. 법이 인정하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지, 만일
유치신청을 하라고 몰래 주민들에게 돈을 나누어주었다면 당연히 매수 죄로 처벌받을 짓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공개적, 합법적으로 주민들을 매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정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나지만, 비난보다는 정부와 우리
국민에게 한가지 호소를 하고 싶습니다.
원자력발전이 정말 우리 자존심을 완전히 버리고 서로서로 매수하고 매수당해야 할 정도로 필수불가결한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자고요. 원자력발전을 하지 못하고 핵폐기물을 묻지 못하면 우리가 모두 망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자존심을 깡그리 버리면서라도
처분장을 건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길이 있는데도 그렇게 자존심을 버리는 길을 선택한다면, 이거야말로 궁극적으로 망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적정한
수준의 자존심은 자기를 받쳐주고 곧게 세워주는 반석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존심이 날라가면 그때부터 이 사람의 삶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게 되고 타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또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평생 깊은 수치심으로 고통받게 됩니다.

저는 이번 정부의 현금보상 계획이 우리사회 전체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 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사회는 더욱 더 물질과 돈에 매달리게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조금씩 망가지게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물질과 돈은 좀더 품위있고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품위를 버리고
자존심을 팽개치게 되면 삶 자체가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돈으로 핵폐기장 건설을 성공시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손실은 핵폐기장 건설로 얻어지는 이득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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