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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엄마 아빠가 너희들의 미래 꼭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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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분한마음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잠든 모습마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니 눈물만 하염없이 흐릅니다. 발전도 필요 없고 돈도 필요 없는데, 그냥 지금처럼만
살고 싶은데 갑자기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나의 삶을, 우리 가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부안 읍내로 나가지 않으면 핵폐기장이 만들어 질까봐 아침마다 두 아이 손을 잡고 나갑니다.
처음에는 ‘막는 데까지 막아보자. 그래도 안되면 이사가자!’생각했었는데, 내가 왜! 우리가 왜! 누구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한단 말입니까. 핵폐기장 막아낼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네살박이 아이의 입에서 “핵폐기장 결사반대”“김종규는 물러가라”가 거침없이 나오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지만 애써
현실을 감추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핵폐기장 막아낼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 훗날 아이들과 오늘을 이야기하며 웃겠지요.
아이들의 또 아이들. 건강한 그 아이들도 오늘의 이야기를 하며 웃겠지요. 그날을 위해 핵폐기장 끝까지 막아낼 것입니다.

애들아 엄마, 아빠가 너희들의 미래 꼭 지켜줄게.

윗글은 7월 30일 부안군민 상경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에
참여했던 이경미(33.농업)씨가 삭발 전 남긴 소감 전문이다.

전라북도 부안군에 살고 있는 60여명의 군민들이 서울에 올랐다. 상경하자마자 빨간 띠를 두르고 청와대 앞에서 “핵폐기장 안돼”라고
외치며 그 동안 상처 입었던 몸과 마음을 서울시민들에게 보여주었다.

▲ 삭발하며 오열하고 있는 한청관씨

핵폐기장백지화·핵발전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12시부터 청와대 앞 신교사거리에서 ‘핵폐기장 철회 및 폭력진압 부안군민 상경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배제한
노무현 정부의 핵폐기장 유치 강행을 규탄했다.

이날 상경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안군민 7명은 제 머리를
깎고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이야기했다.

부안군 진서면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성숙씨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삭발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여자에게 긴 머리카락은 아름다움과 마찬가지인 것을, 곧바로
나아가지 못하는 노무현 정부에 항의하며 내 몸의 일부를 내던지는 부안의 어머니들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 이오순씨(부안군 상서면)

격포에서 부녀회장직을 맡고 있는 정명자(65)씨는 “가족들이 여기 못 오게 말렸지. 하지만 별 수 있것남. 지역을 위해, 격포와
부안군민들을 위해 삭발하는 것이여.”라고 말했다.

또 “지금 잘려진 머리카락을 산자부에 보낼 것인디. 이걸 보고 산자부 장관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마음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네.”라며
당당하게 한마디 말을 던졌다.

부안읍내에서 온 김만순씨는 “돈으로 군민을 우롱하는 정부를 막기 위해 왔다.”며 격분한 마음을 표했다.

이밖에 부안군 변산읍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는 김선옥(40)씨는 “집회가 있은 후부터 농사일도 제쳐두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30도를 웃도는 서울 여름 날씨에 삭발한 아주머니들 머리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햇빛에 반사돼 반짝거렸다.

▲ 일가족 5명이 함께 상경했다는 한숙희씨 가족.

부안군 상서면의 이오순씨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날 삭발하던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삭발하고 밤낮으로 나와서 시위를 벌여야 하는가.”라며
울부짖었다.

이에 “여때껏 우리가 정부가 준 돈으로 먹고살지 않았다. 땅파고 밭을 갈구며 살았다. 개발이고 발전이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일가족 5명과 함께 상경한 한숙희(부안군 격포리)씨는 “핵에
대한 것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뛰어 놀고 있는 이 땅을 그대로 내버려둬라”고 말했다.

부안에 사는 3살박이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리 평화롭지 않은 듯 했다. 한씨 품에 안겨 떠날 줄 모르던 아들 김한샘(3)군은
두 눈을 지긋히 감고 있었다. 김군은 경찰들이 입고 있는 검은 복장과 방패, 곤봉만 보아도 지난 집회모습을 떠올리며 겁에 질려했다.

▲ 김갑숙씨. 변산반도 지도가 그려져있는 손수건을 펼쳐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집회에서 부안 여성 중 처음으로 삭발을 했다는 김갑숙씨는 “나는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장을 가지지도 않았어.
이 손수건을 봐봐. 아름다운 부안의 변산반도 국립공원 지도가 그려져 있지. 왜 이곳에 위험한 핵폐기장을 세워야 하능가? 핵폐기장은
부안이든 전국 어디든 안돼.”라며 목에 메고 있던 손수건을 펼쳐 보였다.

▲ 억울함에 울부짖는 부안 주민.

부안에서
올라온 아주머니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오히려 악에 바쳐 눈물도 안나온다는 주부도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린
아이들까지 경찰의 폭력진압에 무릎꿇어야 했던 지난 날 부안의 모습.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30일 상경한 부안군민들은 이틀간 서울에 머물면서 경찰청과 정부청사, 국가인권위원회에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글,사진/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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