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물러설 수 없는 단호한 외침, 핵폐기장 반대’

‘물러설
수 없는 절절한 외침, 핵 결사반대’

핵반대 군수퇴진 부안군민 1만인대회 열려

분노 가득한 시위현장 부상자 60여명
집회서 정균환 의원“핵을 대신할 에너지를 만들어야”

농민 트랙터 반납하고…
상민 서터 문 닫고…
어민 배 묶고…
모이자!

7월 22일, 오전부터 부안군 읍내 수협 앞 사거리에는 부안군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평소 자동차로 가득찼던 도로와는 달리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노란 깃발을 가진 남녀노소 8천여명의 부안군민들로 도로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후 2시경 부안군 상서면, 백산면, 계화면, 하서면, 행안면, 남부안 등 부안군내 곳곳의 군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핵반대!
군수퇴진! 부안군민 1만인대회’를 가졌다.

핵폐기장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김종성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집회에는 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핵폐기장을 단독 유치한
김종규 부안군수에 대한 부안군민들의 실망감이 분노로 표출되었다.

▲ 죽음을 싣고 부안을 떠도는 핵폐기물수송선

집회 중앙무대 오른편에는 ‘죽음을 싣고 전북 부안을 떠도는 핵폐기물수송선’이라는 조형작품과
함께 반핵국민행동 회원들의 퍼포먼스가 펼쳐져 부안군을 위협하고 있는 핵폐기장을 상징화시켰다.

여당 원내총무 정균환 의원, “부적절한
국책사업은 반대”

한편, 집회를 찾은 민주당(고창·부안) 정균환 의원은 “여러분은 이길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하나다 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꼭 이길 것입니다”라며 함께하는 동지들을 격려했다.

또 “난 집권여당의 원내총무이지만 국책사업을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유는 나라가 이미 기준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지층이 불안정하다면
핵폐기물을 묻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6월 28일까지 부안 인근 지역에서 미미한 지진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균환 의원이 부안의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한다는 발언을 통해 “무소속 군수가 군의회를 비롯 군민들과 협의없이 밀실에서 유치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했다.

또한“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끼고 있는 부안에 핵폐기장이 들어설 수 없다. 바람과 햇빛, 물과 같은 자연을 이용해 핵에너지를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원자력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내비췄다.

▲ 핵폐기장반대 범부안대책위 김종성 위원장.

이에 김종성 위원장이 “임기때까지 부안에 핵폐기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결사 반대를 할
수 있는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정의원은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 군의회도 국회의원도 군민과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이와함께 전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고홍섭 교수가 무대위에 올라 유치반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고홍섭 교수는 “전북대라고 하면 이 자리에 모인 부안군민들 중에는 치를 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안군민들에게
깊은 사죄를 하러 이곳에 왔다. 얼마 전 전북대 두재균 총장이 교수와 학생, 직원 등 대학 구성원의 협의없이 또 교육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부안군에 전북대 부안캠퍼스를 짓겠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핵전문가도 아닌 의사 총장이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적극지원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링거꽂은 환자도 초중고등생도 반대 나서다

▲ 아픈 몸을 이끌고 집회를 찾은 이재천씨. 지난 14일 집회에서 경찰진압에
부상입었다.

집회에 모인 군민 중에는 더러 환자복을 입고 온 사람도 있었다. 지난 14일 부안군청앞
집회 중에 경찰들에게 구타당했다는 이재천씨는 목보호대를 하고 붕대로 가슴을 감고 링거를 꽂은 채 자리를 지켰다.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은 이씨는 “예전에 변산에 살았다. 내 고향이든 어디든 핵폐기장은 들어서면 안된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호소했다.

중학교 3학년 서정걸 학생은 호소문을 통해 어른들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어린 남학생이 분노에 차 내던지던 말 한마디에 집회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왜 공부해야 할 학생인 제가 이 자리에서야 합니까? 왜
제가 이 자리에 서서 ‘절대 핵 폐기장을 반대’라고 피맺친 절규를 해야 합니까? 사랑을 베풀어라고 배운 제가 왜 핵폐기장 유치
오적에게 증오로 가득찬 통곡을 해야 합니까? 새만금 둑인가 제방인가 무엇인가가 아름다운 부안을 갈기갈기 찢어놓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핵폐기장이라니 도대체 어른들이 하는 짓이 고작 그것입니까?”

“제가 만약에 연애 결혼을 하든, 중매결혼을 하든 고향이 부안이라고 하면, 아니 주민등록등본에 부안이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다면
누가 저하고 결혼하고 싶겠어요….저 컴퓨터 게임도 안하고, 선풍기도 안 틀고, 텔레비전도 안 볼테니 제발 원자력 발전소,
핵폐기물 처리장 이런 험한 단어를 부안에서 몰아내고 쫒아 냅시다. 생거 부안에서 영원히 영원히 그런 말들을 박멸합시다. 어른들은
우리가 세상을 잘 모른다고 하시죠. 하지만 다 알고 있어요. 무엇이 옳은지를 알고 있어요. 핵폐기장은 절대 반대입니다.”

▲ 집회를 찾은 어린이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뼉치며 함께 핵 결사반대를
외쳤다.

격포에서 횟집을 하며 살았던 석정순(56)씨는 “내가 시집
올 때만 해도 격포는 아름다운 산과 바다로 이루어진 자연 그 자체였는디, 한 20년 동안은 발전이 잘 되더라. 근디 갑자기 부안에
그 위험한 핵폐기장이 생긴다면 누가 이 땅을 사고 누가 집을 사겠능가. 어디 갈 수도 없어 그냥 살아야지.”라며 한탄했다.

관광지로 유명했던 격포에는 요즘 들어 관광객이 부쩍 줄었다. 석씨는 “한창 횟집이 잘될 때 주위에서 ‘돈을 벌면 떠나야한다’설을
말하곤 했는데 그 말이 맞나보다.”라는 농담섞인 말로 기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군청 가도행진 중 격렬한 충돌, 부상자 속출

2시간동안 진행된 본 집회가 마무리 된 후 8천여명의 부안군민들은 군청 앞으로 가도행진을 하고 나섰다. 문규현 신부를 비롯해
군의원, 군민대표들은 쇠사슬로 몸과 손을 묶은 채 행진에 앞장섰다.

▲ 쇠사슬로 온몸을 묶인 채 가두행렬을 앞장서고 있는 반핵국민행동 대표들.

하지만 수협사거리에서 500m 지나는 지점 부근, 300여명의 경찰들이 길을 막고 있었고
분노에 가득찼던 부안군민들이 방어벽을 뚫는 과정에서 경찰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여졌다.

격분한 군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들의 충돌 가운데 방패와 곤봉에 맞아 코뼈가 골절된 신요한씨를 비롯, 중상을 입은 군민들이
인근 혜성병원 응급차에 실려 갔다.

특히 주민 90% 이상이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하고 있는 위도에서 힘겹게 반핵투쟁을 하고 있는 위도 핵폐기장반대대책위원회의 서대석씨도
시위 도중 부상당했다.

잠시동안의 몸싸움이 진행된 후 경찰들의 방어벽이 뚫리고 군청 앞에 다시 모인 군민들은 부안군수를 규탄하기 위한 집회를 재차 열려
했지만 계속되는 진압 속에 부안군청측과의 대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곰소에서 왔다는 여학생은 “우리가 도와줄 것이 없어요. 가족 모두가 집회에 나와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걱정돼요. 몸싸움하다가
아버지가 다치기라도 하면, 왜 이렇게 싸워야 하나요. 제발…”라며 계속 울먹였다.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는 도중 주민들은 그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정경들을 향해 준비해온 젖갈을 뿌리기 시작했다. 형용할 수 없이
심한 젖갈 냄새가 사방을 둘러쌌다.

이를 지켜보던 부안읍내 주민은 “미래의 부안아이들은 이보다 더한 냄새를 평생 맡고 살아야 한다.”며 군수 한명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부안군민 8천여명이 함께 한 이번 집회는 부안군민 8만명 중 이례적으로 많은 군민이 집결한 대규모 집회였다.

결국 수십명의 부상자를 내고 밤 10시가 다되어 집회는 마무리됐다.

글/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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