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아시아환경연대] 하루에 2달러 벌면서도바다거북은 우리가 지킨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는 신년 특별기획으로 6부작 ‘아시아 환경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필리핀 바따안(Bataan) 주민들의
바다거북 보호활동과 바다거북 축제를 취재하기 위해 함께 다녀왔다.

출국하기 전에 마무리지을 일들과 필리핀과 바다거북 관련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사무실에서
밤을 꼴딱 새고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나갔다. 바다거북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레임도 컸지만, 11월 26일(화)부터
30일(토)까지 닷새라는 워낙 짧은 기간동안 얼마만큼 취재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바다거북을 볼 수 있기나할까? 외국 TV방송의 자연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처럼 어미
바다거북이 해변으로 올라와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들이 바다를 향해 꼼지락꼼지락 힘겹게 기어가는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까?

3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텁지근한 필리핀의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이번 취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짐을 찾느라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 다음, 마중하러 나온 필리핀농촌재건운동(PRRM; Philippine Rural Reconstruction
Movement)의 앤디(Andy)를 겨우 찾았으나 우리의 목적지까지 자동차로 대여섯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에 다시
한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귀중한 하루가 다 가는구나.

앤디와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졸다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서야 목적지인
바따안(Bataan)주 모롱(Morong) 낙발라용(Nagbalayong)의 바다거북보전센터(Pawikan Conservation
Center; 현지어인 타갈로그말로 바다거북을 ‘Pawikan(빠위칸)’이라고 부른다)
에 도착했다. 마침 전날부터 시작된 바다거북축제 때문인지 센터와 주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는데, 우리는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주민단체인 ‘반따이 빠위칸(Bantay Pawikan; 바다거북보호회)’ 회원들과 PRRM 바따안 지부의
바다거북 담당자인 웬델(Wendell)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간밤에 한숨도 못 자고,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했지만 첫날밤부터 반따이 빠위칸
회원들과 함께 야간순찰에 동행하기로 했다. 반따이 빠위칸에는 15명의 회원이 있는데, 이를 3개조로 나누어 교대로 밤마다
순찰한다. 밤 10시쯤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10km에 달하는 해변을 순찰하며 알 낳으러 해변에 올라온 바다거북과 알을
발견하고 이를 보호하는 것이 이들의 주업무이다.

야간순찰은 밤 10시가 조금 지나 시작되었다. 발이 쑥쑥 빠지는 고운 모래해변을
걷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이들을 뒤따랐다. 바다거북 산란지라기에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열대해안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주택과 휴양시설이 해변에 들어와 불을 밝히고 있어 과연 이곳에 언제까지 바다거북이 찾아올까 걱정될 정도였다.

어두운 해변에 손전등 불빛을 간혹 비추어 모래바닥에 찍힌 바다거북의 발자국과 흔적을
찾는 세명의 순찰대원과 함께 두어 시간 걸어다녔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채 숙소로 돌아왔다. 할 수 없었다.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바다거북 축제의 일환으로
인근 지역에서 온 천여명의 학생과 어른들이 모여 새끼 바다거북 방사 행사와 그림 그리기· 벽화 그리기·연 날리기·모래 조형물
만들기 등의 경연을 벌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의 첫번째 바다거북 축제는 하루 동안만 개최되었지만 두번째로 열리는 올해에는
일주일 동안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바다거북에 관한 관심을 증진시키는 계기로 만들었다.

하루종일 부산하던 센터에도 밤이 되자 고요가 찾아왔으며, 이 날도 어김없이 야간순찰에
나섰다. 전날에는 북쪽 해변을 순찰했으나 이번에는 센터 남쪽 해변 순찰에 따라 나섰는데 이쪽에는 개발이 덜 되어 너댓채의
집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번에는 웬델도 참여했는데 밤 10시 30분쯤 센터를 출발하여 한참을 걸어 남쪽 해변 끝에서 잠시
쉰 다음 다시 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자정이 넘은 시각, 이번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나보다 실망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는데
센터에서 2백여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앞서 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급히 가보았더니
바로 5미터쯤 앞에서 바다거북 한 마리가 모래를 열심히 파헤치고 있었다. 알 낳으러온 거북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조명기구도 사용하지 않아 어슴푸레한 뒷모습만 보았으나 ‘쓱∼ 쓱∼’ 모래를 헤치는 소리는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잠시 후 거북이 바다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조금 늦게 와서 알을 낳은 후
이를 덮고 바다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모양이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조명을 밝히고 바다로 돌아가려던 거북을 멈추게 했다. 앞
물갈퀴에 아무런 표식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다. 줄자로 등껍질의 크기를 재고, 양쪽 앞 물갈퀴에 일련번호가
박힌 링을 달았다. 등껍질 길이가 70cm에 폭이 67.5cm였는데, 이 정도면 완전히 다 자란 녀석으로 30살가량이라고
한다.

바다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내고 이제부터는 알 찾기가 시작되었다. 반따이 빠위칸 회원들이
쇠막대기를 이용해 거북이 있던 지역의 모래를 쑥쑥 찔러가며 알을 찾았으나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이미 몰려와 거북을 지켜본
꽤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때문에 거북의 흔적이 훼손되었는지 한참동안 찾지 못하자 우리는 한시간쯤 후에 센터로 돌아왔다. 결국
두시간 후 에야 알을 발견했다고 한다.

셋째날인 목요일에는 인근의 다른 해변에서 쓰레기 청소를 했다. 바다거북 축제에 참여하러
온 대학생들과 반따이 빠위칸 회원들은 바닷가에 어지러이 흩어져있는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고 돌아왔다.

이날 밤에도 순찰에 나섰는데, 자정이 조금 안된 시각에 바다거북의 자국을 발견했다.
모래 위에 배를 대고 지나간 자국 양쪽에 발(물갈퀴)자국이 규칙적으로 있었다. 어젯밤에 알을 낳고 간 바다거북의 흔적이었다.
이번에는 아주 쉽게 알을 찾았는데, 128개의 알을 정성스레 가방에 담아 센터로 가져갔다. 이번 산란철 들어 26번째 발견이었다.

센터에는 부화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 30cm이상 모래를 파고 바다거북
알을 묻어놓으면 100% 가까이 부화된다고 한다. 부화장에서 깬 새끼 바다거북은 수조에서 며칠간 지낸 다음 바다에 방사된다.
이렇게 방사한 새끼 바다거북의 숫자가 1만8천마리가 넘는데 이들은 바다에서 줄곧 지내다 25∼30년 후에 짝을 짓고 알을
낳으러 이곳 해변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연에서의 바다거북 생존율이 1∼3%에 달하는데, 이렇게 인공적으로 보호하면 더 높은
생존율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도 계속 밤마다 순찰에 참여했다.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거북을 찾아다녔으나
바다거북이나 알을 더 이상 발견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날인 11월 30일의 가장행렬과 춤 경연은 이번 축제의 절정이었다. 갖가지
모습으로 분장한 어른과 아이들이 신명난 춤판을 만들어 온 지역주민들이 다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이 바따안 지역은 바다거북
서식지로 널리 알려지고, 지역주민들은 이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가난한 소규모 농·어민으로, 바다거북 산란철인 9월에서 2월
사이에 알을 낳기 위해 해변으로 올라온 거북을 잡아 고기를 팔거나 알을 채취하여 하나에 6페소(약 140원)정도씩 팔아 부수입을
올리곤 했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바다거북 알을 채취하고 있었으나, 이곳이 전세계 8종의
바다거북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올리브리들리바다거북(Olive Ridley Sea Turtle)의 산란지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7년에 불과하다. 현재 필리핀에서 확인된 올리브리들 리바다거북의 산란지는 이곳 바따안에서 바탕가스(Batangas)까지
이르는 해안과 빨라완 (Palawan)의 해변뿐이라서 이곳은 멸종위기에 처한 이 거북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래서 1999년부터 PRRM의 활동가인 웬델이 주민들에게 찾아와 바다거북 보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더 이상 늦기 전에 바다거북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9년 9월에 자발적인
주민단체인 반따이 빠위칸이 설립되고 바다거북 보호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이들의 활동에 중앙정부(환경·천연자원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며 나중에는
UNDP(유엔개발계획) 지구환경금융(Global Environment Facility)의 소액기금사업(Small Grants
Program)으로 지정되어 재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보호단체를 만들고 힘겨운 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바로 환경단체와 관련 정부의 꾸준한 설득과 대안적인 생계마련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지원으로 조그만 기름판매소를 만들어
어민들에게 값싸게 기름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생선을 구입하여 다른 소매상에 넘기는 일도 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꿈은
자신의 센터를 바다거북 생태관광 명소로 만드는 것이며, 대형 그물을 확보하여 마을 공동체가 함께 어장을 관리하고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협력하여 밀렵꾼을 헌신적인 바다거북 보호자로 변신시킨 이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찬사를 받는 훌륭한 것이다. 야생동물과 생태계 보전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대안적인 생계대책을 마련하여 지역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시키고 참여시킬 방안을 찾아야겠다.

<이 내용은 1월중에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를 통해 방송될 예정입니다>


▲ 해변에 알을 낳으러 온 바다거북의 크기를 재고
있다
▲ 쇠막대기를 이용해 바다거북의 알을 찾고 있다.
▲ 바다거북의 알을 수거하고 있다
▲ 부화장으로 옮겨진 알들
▲ 부화장, 알들이 묻혀 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새끼 바다거북을 방사할 때까지 보호하는 수조
▲ 모래 조형물 만들기
▲ 해변 청소
▲ 가장행렬

글/사진 : 생태보전팀 야생동식물 담당 마용운 간사

admin

국제연대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