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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반핵운동가 김용국씨를 만나다

두 달 전 2월 4일, 한국 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 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핵폐기장 건설 후보지 4곳을 전격 발표했는데,
발표를 30분 남겨두고 지자체 대표들에게 이를 알렸다.

후보지로 발표된 고창, 영광, 울진, 영덕의 주민들은 경악했고, 2월과 3월 동안 수천 명에서 1만여 명의 주민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십여 차례 가졌다. 그리고 지난 3월 27일에는 네 개 지역에서 온 8000명의 주민들이 마로니에
광장에서 상경집회를 가졌다.

다음날 영광 원불교 김성근 교무과 각 지역 주민대표 일행은 환경운동연합의 마당에 텐트를 치고 핵폐기장 후보지 발표
백지화를 요구했고 김 교무는 죽음을 각오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주 토요일 오후 4시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설치된 단식농성장에서 ‘핵폐기장 반대 영광 범국민 비상대책위원회’의
대외 협력국장 김용국(43, 전남영광)씨를 만났다.

“뭣부터 말해야 할까요?”(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셔서 우리는 단식 농성장 텐트 밖으로 나왔다.)

– 무슨 일을 하시나요?
“영광에서 정미소를 하고 있지요.”

– 언제부터 이곳(서울)에 계셨나요?
“지난 주 부터요. 집에도 내려가 봐야하는데…”

– 서울에 계시는 동안 부인께서 정미소를 지키시니, 부인의 도움 없이는 이
일이 가능하지 않겠네요.

“뭘요, 제가 없으면 물건을 가지러 가지 못하니까 가져오는 것만 일하지요. 도와주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죠.”

(생업을 뒤로하고 반핵을 외치기 위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궁금해 졌다. 우리는
동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체르노빌과 영광

– 언제부터 핵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18년 됐어요. ‘못자리’ 알아요? 그 때가 못자리하던 때였어요. 뉴스에서 ‘비를 맞지 말라’고 하더군요.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했으니 그 재가 비에 실려 여기까지 온다더군요.”

(영광에는 현재 6개의 가압경수로 원자로, 그러니까 핵발전소가 있다. 제1호 영광 원자로는 86년 7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니까, 체르노빌 사고가 났던 86년 4월 26일 당시 제1기 원자력 발전소의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였을 것이다.
체르노빌에 관한 사이트에는 plaza4.snut.ac.kr/~blueloud/main.htm -한글, www.chernobyl.com
-영문 등이 있다.)

“그때 이미 영광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있었는데 저는 그게 원자력발전소지 핵발전소가 아닌 줄 알았어요.

당시 카톨릭 농민회 회원이었는데 그 사고 (체르노빌) 때문에 핵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영광지역에서 3, 4호기
건설 반대가 붉어지자 영광 핵발전소 추방운동연합에 파견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가
핵발전소인 것도 알게 되었지요. 벌써 18년이 되었네요.”

고등학교 중퇴 반핵운동가

“저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을 5일 앞두고 퇴학을 맞았거든요. 그땐 참 깝깝할 때였죠.
그렇지만 올해 방송통신 수업으로 고등학교 졸업장도 땄지요. 이제 정식으로 대학교도 입학할 거예요. 물론 원자력 공학과지요.

“저는 천주교 신자예요. 아들놈 하나는 신부 시키고, 아들 하나는 교무시켜서 반핵운동가 만들 거예요. 원불교
교무는 결혼을 하니까. 하나는 종족보존을 시켜야죠.”(웃음)
(김용국 국장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하나와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둘 있다.)

영광 발전소 부실공사를 막음

“제가 핵발전소 공사는 못 막았지만, 자부심을 갖는 게 하나 있지요.

핵발전소는 거의 배관 공사라고 보면 되요. 뜨겁게 달궈진 연탄을 물에 담가봐요. 그럼 ‘치지직’ 소리를 내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죠. 그런데 불이 적게 붙은 연탄은 김도 적게 나잖아요. 같은 원리예요. 그 열기로 증기가 생기는 거고, 그
증기를 이동시키는 것이 관이지요. 그런데 그 엄청난 압력을 받는 연결 용접부분이 불량하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해당
공사업체가 감리를 제대로 받아야하는데 그걸 피하려고 불량 용접부분을 덮어버렸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 사실을 관계 정부부서에 알리고 다시 만들라고 압력을 주었지요. 그래서 다시 다 점검하고 새로 만들게 했어요.
그때 그 불량 용접부분들을 지나쳤다면 어떤 일이 있어났을지 아무도 모르지요.”
(문제의 원자로는 영광 3호기와 4호기였다고 한다. 김용국 협력국장은 기본 용접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필자를 위해
공책에 그림을 그려가며 배관 용접을 설명해 주었다.)

짜잔한 공무원들, 혹은 기자

“기자 양반, 한 1년만 공부해 봐요. 핵은 알 수 록 재미있답니다. 제가 18년 공부한 거 알짜배기로
가르쳐 드릴께요. 이젠 기자도 전문기자가 되야해요.

핵 쪽은 사람이 안 모타져요.(전라도 사투리로 ‘안 모인다’는 의미다.)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까 나가 떨어지는
거예요.

핵 관계부서 사람들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면 아무것도 몰라요. 참 짜잔해요.”(전라도 사투리로 ‘못났다’는
뜻이다. 뜨끔했다. 나는 ‘짜잔한’ 기자가 아닌가?)

“이런 일로 죽어도 괜찮잖아요. 뭐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죽는데 늙어 죽거나 병들어 죽는 것 보단 낫잖아요.(핵
운동이 재미있다는 그가 왜 갑자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까? 그 일은 그처럼 어렵고 무서운 일인가? 그가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제가 재미있고 쉽게 설명했나요? 명색이 대외협력국장인데…”

(핵에 대해 무지한 사람에게 그처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분명 최고의 대외협력국장이었다.
아니, 중졸의 자신이 독학으로 공부한 것을 알려주겠다고 친절히 손을 내미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스승과 함께 그가 말한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그 길을 함께 가고 싶어졌다. 이 즐거운 길을 함께 가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은 영광 반핵사이트
www.antinukeyg.net
이나 환경운동연합 반핵홈페이지 antinuke.kfem.or.kr
를 방문하면 된다.)

글 : 그린시티21 기자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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