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비극의 대륙, 남극의 눈물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기후·생태계의
중심추 흔드는 ‘환경 전쟁’… 이젠 끝없는 탐욕의 손길을 거둬야 한다
예전보다 일찍 추위가 찾아왔다지만 과거에 비하면 요즘 겨울날씨는
추위도 아니다. 따뜻한 겨울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심각한 골칫덩이다. 지난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과 홍수 피해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이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0월 말까지 올해 지구환경재앙 비용이 91조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구건강의 바로미터이자
기후지킴이인 남극에서는 소리 소문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세계 270여개의 환경단체들이 참여한 남극보호운동연합(ASOC) 아시아
담당인 최예용씨가 남극에서 벌어지는 ‘환경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 사진/ 남극 빙하가 갈라져 녹는 지구온난화 현장사진. 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해수면이 1m이상
올라가 대재앙을 초래한다. (그린피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해마다
남극이나 히말라야 등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장을 촬영해 전 세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한국정부의 기후변화대책위원회는 국무총리와 10명이 넘는 주요 부처 장관들이 책임자로 있지만, 구체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물질 저감목표도 없다. 지난 10월, 인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 회의 자리엔 한국정부를 대표해야 할 환경부 장관이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는 분명해졌다.

해류 순환 변화로 생태계 위협


사진/ 기름을 아무렇게나 방치한 남극의 한 기지. 남극을 오염시키는 폐기물들은 발생을 최소화하고 육지로 공수돼야 한다. (남극보호운동연합)

남극은 지구 건강의 지표라고 한다. 남극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환경오염 위기에 놓인
지구의 처지와 매우 비슷한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를 단적으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남극 내륙의 기온은 영하 80℃까지 떨어지는 척박한 불모지지만 대륙을 둘러싼 차가운 주변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고 생물학적
다양성이 보존되는 곳으로 손꼽힌다. 수산업계의 집중적인 남획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남극대륙은 남반구 기상패턴과 지구상의 전
해류에 영향을 끼치고 인류가 지구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확연히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남극대륙은 99% 이상이 최대 4770m 두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덮여 있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눈이 쌓이며 형성된 것이다. 얼음 속에 갇혀 있는 기포는 대기의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포를 통해 42만년간 지구의
기후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고,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과 연관이 있는 온실가스가 급증했는지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또 남극대륙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이라는 오염물질이 마지막으로 쌓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오존층 파괴사실이 남극대륙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남극의 얼음이 다 녹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기후는 놀랄 만큼 변했다. 야생동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남극반도는 길이가
1300km로 지난 50년 동안 기온이 2℃ 정도 상승했고, 겨울 기온은 무려 5℃나 치솟았다. 최근에는 대륙 북단의 겨울
빙해(빙하가 바다 위로 나간 곳)가 크게 줄어들어 빙해 속에서 자라는 조류를 먹고 사는 크릴새우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크릴새우는 남극대륙에서 거의 모든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므로 물개·고래·펭귄과 같은 야생동물들에게도 생존위기가
닥칠 수 있다.

1772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한 이래 남극은 인간의 탐험대상에서 생물자원 공급기지로 이용됐다. 이후 남획으로
인해 생태계가 위험에 빠졌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특정 국가의 주권이 행사되지 않는 공간인 덕에 무분별한 핵실험과 자원개발의
대상이 됐다. 국제 쓰레기장인 무주공산(無主空山)에 놓일 위기의 남극을 구해낸 것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었다. 먼저 이들은
남극대륙을 둘러싼 국제정치관계를 활용해 남극이 어느 누구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았다. 또한 남극에서의 핵실험 등 모든
군사행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런 일을 과학자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남극이 가혹한 기후조건으로 인간이 영주하기 힘든 환경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국제협약도 속수무책…
무주공산 챙기기
남극조약(AT)은 1959년에 채택하고 1961년에 발효됐는데
아이로니컬하게 당시의 동서 냉전구도가 남극을 둘러싼 외교적 세력균형을 이루게 했다. 때문에 남극조약은 지구상에서 유일하면서 실질적인
세계정부의 성격을 띤다. 즉, 남극을 인류 공동지역으로 만들어 이 지역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연구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남극에 대한 실질적 관리권은 처음 조약서명국인 12개국과 이후 남극에 과학기지를 설치해 운영하는 한국 등 15개국을
포함해 모두 27개국에 있다. 각 나라는 남극 운영의 권한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협의당사국이다. 그밖에 북한 등 18개국이 비협의당사국으로
조약에 서명해 현재까지 남극조약에는 모두 45개국이 가입했다.

남극 주변의 생물에 대한 약탈과 남획을 막지 못하는 남극조약을 보완하기 위해 물개보존협약과 생물자원보존협약 등이 추가되었다.
1998년에 만든 환경보호의정서는 남극에서의 자원개발 시도에 쐐기를 박는 결정을 담고 있다. 향후 50년간 남극에서의 모든
자원개발 시도를 전면 금지하고, 특별보호구역을 설정해 엄격하게 인간활동을 규제한다. 나아가 남극에서의 모든 주요 활동에 철저하게
사전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11월 초 남미의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남극바다에
사는 한 물고기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과 로비전이 펼쳐졌다. 현재 우리나라 일부 횟집에서도 볼 수 있는 메로, 즉 칠레농어(파타고니아
이빨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의는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의 나라 간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생태계를 보호하는 유엔환경회의다.
환경운동가들은 남극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이 어류가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놓였으니 국제거래금지 명단에 올려야
한다는 의제를 상정한 것이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수산업계가 불법어획을 중단하고 자발적인 모라토리엄(어업중단)을 하지 않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고갈될 것임을 경고해왔다. 이대로 가다간 칠레농어 역시 다른 남극생물들의 뒤를 이어 멸종생물의 명단에 오를 것이다. 그동안
남극을 대표해온 해양생물들이 차례로 이 명단에 올랐고, 원인은 언제나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이었다. 남극해역에서의 생물자원
수탈의 역사는 200여년에 이르며, 남극대륙 탐험의 역사는 물개사냥과 포경업으로 시작해 생물종을 하나씩 차례로 멸종시켜온
생태계 파괴의 역사다.

불법어획에 씨
마르고 관광객에 밟히고
▶사진/
일본 포경선의 고래잡이. 일본은 노르웨이와 함께 포경이 금지된 이후에도 연구를 빙자해 수백 마리의 고래를 포획해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린피스)

1790년부터 시작돼 35년 만에 끝을 본 것은 털가죽물개. 한 식용유회사가 상품명에
사용할 정도로 기름이 많은 코끼리해표는 100만마리 이상 도살당한 끝에 상업적인 교역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음
공격목표는 고래.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남극포경산업으로 혹등고래부터 시작해 흰수염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향유고래 순으로
멸종위기종 명단에 올랐다. 1970~80년대 유럽과 미주사회를 뒤흔든 환경운동은 1982년 포경중지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남극지역에서의
고래잡이는 1994년에야 비로소 중단된다. 이때까지 무려 150만마리의 고래가 희생됐다.

남극에서 바다와 대륙을 오가는 동물들과 바다 위로 떠오르는 고래류에 대한 사냥을
끝낸 인간은 이제 바닷속 깊은 곳까지 탐욕의 손을 뻗치고 있다. 남극에 사는 빙어와 대구에 이은 희생대상이 칠레농어인데,
이 어류는 바닷속 3천m까지 내려가 산다. 인간은 칠레농어를 잡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남극생물을 희생시킨다. 거대한 날개를
가진 새 알바트로스다. 이 새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칠레농어를 먹기 위해 바닷속에 뛰어들다 그물에 걸려 희생되는데 그 수가
엄청나 생태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 사진/ 펭귄들의 조회시간? 먹이를 잡기 위해 최고 250m까지 잠수하는 임금펭귄들(가운데).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깨지는 현장을 조사하는 그린피스의 캠페인 선박(왼쪽). 남극의 북반구에서 관찰되는 오로라 현상(오른쪽).

칠레농어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단체들의 노력으로 첨단과학장비를 이용한 남획감시제도가 채택됐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을 통해 어획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위성 추적장치를 장착한 소수의 어선에만 어업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한 어획량은 물론이고 모든 거래과정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 한때 90%에 이르던 불법어획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어획량의 절반가량은 불법적으로 남획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린피스는 감시선박을 동원해 칠레농어를 불법어획하는
해적어선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한국 배들도 가끔 해적어선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차가운 바다 바닥까지 뒤지고 다니는 남획의 창 끝은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남극지역에서의 불법어획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는 관광산업이다. 1980년대 이후 남극의 광산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았으나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이를 겨우 잠재웠다. 그러나 레저바람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남극관광은 1960년대에 시작해 80년대 이전까지
소규모로 진행하다가 90년대 들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해마다 1만5천여명이 다녀가고 있다. 남극이 전 세계 졸부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자 더 늦기 전에 남극 방문을 신고제로 전환해 방문규모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행히 오존구멍은
줄어들었지만…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올해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에서
한국은 남극조약 이행을 위한 기초적인 국내법조차 만들지 않는 나라로 지적받았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남극을 무주공산인 양
착각해 자원개발 대상으로, 나아가 해양영토 개척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남극 개발을 명목으로 향후 10년간 3600억원을
쏟아부어 제2 기지와 쇄빙선까지 만들 계획도 세웠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남극을 모든 인류를 위한 세계공원으로 만들려는
국제적인 노력과 크게 어긋난다.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내외 균형잡힌 정책과 예산운용을 했으면
한다.

기쁜 소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남극 오존구멍이 근래 들어 가장 작은 것으로 관측됐다는
소식이다. 10년 전 남극에서 긴급 타전된 오존구멍 발견 소식 이후 전 지구의 환경운동가들과 과학자, 뜻있는 시민들이 긴급
대처하고 노력한 결과다.

admin

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