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에너지전환의 현장을 찾아서–독일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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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간간이 내리는 굵은 빗방울에 땅바닥이
패이고 있었다. 태양열 조리기로 음식을 하러
가는 건 아니었지만 같이 가는 일행들과 나눌
수 있는 감동이 줄어들까 봐 마음 한 구석도
어두워졌다. 더구나 우리가 보게 될 파라볼라형
태양열 조리기는 직사광선을 이용하여 열기를
모으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차창 너머로 어두운
하늘을 걱정스레 쳐다보며 뮌헨에서 1시간
남짓 달리자 작은 시골학교가 나타났다.

태양열
조리기와 담요에 싸인 그릇
차를
세워 둔 마당에는 이미 몇 대의 태양열 조리기가
놓여져 있었다. 태양열 조리기의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커서 내 키랑 맞먹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에게졸라(e.g.solar) 회사의 미쉘 바워 대표를
만났다. 이 회사는 아직까지 크게 이익을 남기는
일 없이 제3세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10년 전 이곳 청소년
직업전문학교에서 파라볼라를 개발했는데 그
활용안을 고민하다 에너지 난을 겪고 있는
제3세계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페루와
안데스 산지에 조리용으로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낸 것이 시초가 되어 현재
80개국에서 이 태양열 조리기를 사용하고 40개국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태양열
조리기를 설명하고 있는 E.G. Solar의 미쉘
바워

이 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1주일 과정으로 태양열 조리기 제작방법을
교육한다. 작업실에 가보니 마침 세네갈과
우간다에서 온 기술자 2명이 진지하게 기계를
연마하고 있었다. 작업과정은 공장에서 전기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느렸지만
내가 직접 만든다고 해도 금속을 다루는 데
큰 힘이 들 것 같지 않았고 생산과정 전체를
이해하는 데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고등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상자형 태양열 조리기

작업실을 돌아보는
동안 구름 사이로 드디어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커다란 태양열 조리기가 빛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파라볼라형 조리기는 중심 조리대 부분의
온도는 6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초점을 크게 했고 조리시간은 전기조리기와
거의 같다고 한다. 조리기 옆에는 요리하는
데 편리하도록 작은 조리대도 붙어 있어 이것
하나면 어디서든지 멋진 부엌이 차려질 것
같았다.

태양열을 이용하는
기기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대로 추운 밤에는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미쉘
바워는 대답 대신 광주리 하나를 들어 보였다.
대광주리 속에 검은 그릇이 두꺼운 담요에
꽁꽁 싸인 채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웃었지만 어렸을 적 따뜻한 아랫목에 공기를
묻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두던 일이 떠올랐다.
우리가 많은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계문명에
너무 익숙해 버린 나머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따뜻한 삶의 지혜를 많이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새로운 희망과
함께 교차했다.

제3세계와
공유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 기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콘센트에 플러그를 꼽기만 하면
전기를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인구의 20퍼센트가
전세계 에너지 이용량의 80퍼센트를 소비하며
기후변화의 지구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몇 십억년에 걸쳐 형성된 화석연료를 바닥내는
사이 지구촌 이웃 셋 중 하나는 깨끗한 물을
얻고 음식을 만들고 불을 켜는 등의 기본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에너지조차 얻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들 국가에 대한 물질적 원조와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는 오히려 제3세계의 환경을 더욱
파괴하고 자급자족을 바탕으로 생계의 필요를
충족하던 이들의 경제를 ‘문명의 다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절대적 빈곤’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에게졸라가 하고 있는 사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기술을 이용하는가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와 연결된다. 비교적 단순하며
분산적이며 환경적으로도 덜 유해한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은 누구나 쉽게 기술을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조를 받는 지역에 경제적·기술적
종속관계를 만들지도 않고, 기존의 선진국-개도국간에
이루어지던 중앙집중적인 개발프로그램들이
원조를 받는 사회 내에 필연적으로 유도하던
새로운 권력의 편중이나 비민주성을 낳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역에서 에너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기술을 운용하면서 지역환경에
조화로운 기술을 발전시켜 갈 수 있고 외부에서
자본을 들여 에너지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립적인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데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


E.G.
Solar에서 자체 제작한 태양열 냉장고

생태적인 빚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리가
역사적으로 진 환경파괴의 부담을 개도국에서
함께 감당해야 하듯 개도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량이 야기하는 환경부하도
우리가 함께 나누게 될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도 인간적인 규모에서 통제할 수
있고 재생가능한 적정기술을 선택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제 3세계 스스로 사회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이러한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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