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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국 핵산업을 얼어붙게 만든 쓰리마일 핵사고

지난 3월 28일은
쓰리마일(Three mile)섬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23년 째 되는 날이었다.
핵발전소 역사상 최초로 일어난 대형사고인 쓰리마일 섬 핵발전소 사고는
세계에서 핵발전소 운전 경험이 가장 많은 미국 핵산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는데, 사고가 일어난 1979년 이후로 미국 내에서는
새로운 핵발전소 주문이 중단되었고 이미 주문된 핵발전소들 가운데서도
61기가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 상황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이 신규 핵발전소를
다시 건설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미국이 아무리 원자로 분야에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난 20년간 사라진 핵발전소
건설 관련 인프라를 재가동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핵발전소는 원자로가 핵심기술이나 복잡한 주변 시설을 건설하는 데에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선언은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인 표현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인간의 작은 실수에서

쓰리마일 핵사고는 체르노빌 핵사고와 함께 서방 선진국들에게 핵의
위험을 피부로 느끼게 하였고 첨단 과학 기술을 자랑하는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뼈아픈 교훈이었다. 그러나 이 사고들은
핵발전소가 태생적으로 불안전하다는 진실을 깨닫게 해 주기도 했다.

쓰리마일 핵사고의 원인은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운전자의 판단 착오로 인해 일어났다.
발전소에서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경보가 울리고,
이때는 사람이 직접 안전 장치를 수리하여 가동시키게 된다.
즉, 이론상으로는 안전 장치는 자동적으로든 수동적으로든 항상
작동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핵발전소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쓰리마일 핵사고는 이론상의 완벽한
안전이 실제로는 허구임을 보여준다. 쓰리마일 핵발전소는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보가 울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경보가 한꺼번에 울렸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어떤
경보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고, 여기저기에서 계속
울리는 경보가 작업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서 경보장치 자체를 정지시킨
것이다.

쓰리마일 핵사고,
일촉즉발의 순간

그러나 이 경보장치 중에는 325도(℃)의 뜨거운 핵발전소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가 외부로 빠져나감으로 인해 격납용기 내의 방사능
농도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도 있었다.
기술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냉각수는 계속 빠져나가서 원자로는
2,200도(℃)까지 도달했고 원자로 안의 핵연료봉은 녹아내리고
내부에서 생성된 수소가 폭발하기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원인을 발견해서 처리한 덕에 체르노빌과 같은 폭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원자로 건물뿐만 아니라 발전소 밖으로 핵물질이
빠져나가 주변은 오염되었다. 주정부는 발전소 주변 학교를 폐쇄하고
약8km 이내에 사는 어린이와 임산부를 대피시켰다.
다행히 녹아내린 핵연료봉이 원자로 용기를 뚫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핵분열을 시작한 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서 핵분열 생성 물질이 많이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인해 인근에서는 상당한 가축 피해가 있었고 사고 후
암발생률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가동기간이 더
긴 핵발전소에서 발생했다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컸을 것이다.

핵발전소의 태생적
불안전성

핵 관련 전문가들은 핵발전소가 대단히 안전하게 설계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타고난 불안전성을 지니고 있으며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생태계와 인간사회에 입힌다.

한국의 핵발전소 중 대부분은 쓰리마일 핵발전소와 같은 가압경수로형이다.
가압경수로의 설계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어 냉각재 순환펌프, 증기발생기,
제어봉 등 여러 구성부분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쓰리마일 핵사고는 작은 고장에서 시작되었는데, 거대하고
복잡한 기술장치에서는 사소한 고장으로도 커다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안전 장치 많을수록
위험하다는 증거

가압경수로에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핵분열 생성물의
붕괴로 끊임없이 열이 발생된다.
이 열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대규모 핵물질 유출이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원자로에는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이중삼중으로 덧붙여져있다.
핵발전소에 많은 안전장치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원자로가 근본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말을 조금도
위험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은
존재하지만 이 위험을 여러 가지 세부 안전 장치 등의 기술을
겹겹이 도입해서 차단했을 때 도달되는 상태로서의 안전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 장치가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는 쓰리마일
핵사고를 통해서 보아도 극히 불안하다. 오히려 안전 장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쓰리마일 핵사고는 증명했다.

발전 노조원 해고와
한국의 핵사고 가능성

최근 발생한 월성 4호기 정기검사 연기와 핵발전소를 통한 출력
조절은 정부가 핵발전소의 안전상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어서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1일 일어난 월성 1호기 주 변압기 가스누출
및 가동 중단 사건은 화력발전소 인원 부족으로 화력발전소가 담당하는
전기수요 변화에 따른 출력조절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송전계통에 무리를 줘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설계
수명이 10년이 더 남은 월성 1호기의 주 변압기 내부 설비가
파손된 점은 우려할 만한 것이다.
월성 4호기에 대한 정기검사는 애초 3월 16일 계획된 정기검사
일정을 무시한 채 가동을 강행하고 검사일정을 4월로 연기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영춘, 안영근 의원실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기술적 문제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사회적·정치적인 이유로 원전의
정기검사를 연기한 것은 88올림픽 이후 이번이 2번째라고 한다.

원자력법에 의해 가동중인 핵발전소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
스스로 정한 정기검사를 정치적인 이유로 파기한 현 상황은 정부가
과도하게 노동계와 대치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담보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이번 과학기술부와 (주)한국수력원자력의 정기검사 연기조치는
지난 3월 3일 화력발전소가 담당하던 출력조절을 영광핵발전소
등 전국 3기의 핵발전소를 통해 시도한 이후 다시 발생한 사안으로서
그만큼 발전노조 파업이후 전반적인 핵발전소 안전규제체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쓰리마일 섬의 핵사고 등 대형 핵사고는 작은 고장과 인간적인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발전노조파업의 와중에 화력발전소 대신 일정한 출력을 유지해야하는
핵발전소가 출력조절의 위험한 곡예를 벌이는 행위나 원자력법상
규정한 정기검사조차 뒤로 미루는 등의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은 한반도를 대규모 핵사고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지난 3월 27일 발전노조파업 와중에 있었던 발전노조,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성연합 등에서 발표한 공동 선언문은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의 민영화 방침을 유보하고
핵발전소의 단계적인 폐지와 에너지 효율과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산,
그리고 그로 인한 고용 창출 확대를 기본으로 하는 전력산업 전반적인
구조개편 제안은 정부의 막무가내로 밀어부치기 식보다 훨씬 대안적으로
보인다.

참고 : 이필렬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창작과 비평사

양이원영 팀장 (반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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