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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을 가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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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부터 먼 길을 허위허위 달려 도착한 바이칼에서 우리는 몇날 며칠을 떠돌았다.
호수 동쪽에 위치한 울란우데(Ulan Ude)를 거쳐 가랴친스크(Goryachinsk)로, 이곳에서 처음 바이칼을 만났고, 다음날
호수를 왼편으로 끼고 북상, 우스트바르구진(Ust-Barguzin)에 도착, 자연보호구역을 둘러보고 시골집에서 홈스테이, 다음날은
바르구진 항을 떠나 드디어 바이칼의 심장부, 올혼 섬(Olkhon Island)으로, 이곳에서 세 밤을 잔 우리는 다시 호수
서편 이르쿠츠크(Irkutsk)로 떠났다.
지도에서 이동로를 보면 일단 동편으로 호수에 접근해 북상하다 배를 타고 서편으로 가로질러 섬으로 들어갔고 섬 끝 사큐르타(Sakhyurta)
항에서 다시 내륙으로 이동하며 남서쪽으로 진행, 이르쿠츠크에 가 닿은 것이다. 이곳에서도 세 밤을 잤지만 호수 남단에 발달한
도시 리스트비양카(Listvyanka), 쿨툭(Kultuk) 등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져 우린 대부분의 일정을 호수를 끼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여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결국 우리의 러시아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게 된다. 그것은 자연과 더불어 그곳 사람과의 만남에
의해 여행자의 느낌은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수와 타이가 밀림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소박하고 지혜로운 삶의
모습, 평화로운 만남이 있었는가 하면 대도시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악하고 탐욕스런 삶의 모습, 살벌한 만남도 있었다.

#1. 몽골의 북쪽으로 러시아와 잇닿아 있는 국경에서.

몽골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는 일은 까다로운 트집을 잡는 관리들로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국경을 넘지 못한 우리는 몽골에서
하룻밤을 더 지체했다. 다음날, 문제는 결국 돈으로 밝혀졌고 웃돈을 얹어줘야 트집을 그만 잡을 심산이었다. 결국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 우리 17명은 한 사람당 15달러, 그러니까 255달러에다 또다시 150달러를 덤으로 얹어 줘야했다. 유쾌한 기분일 리
없다. 모두의 얼굴에 짜증과 불쾌함이 어렸다.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과 증오를 넘어서는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 순례단의 여정을 책임진 사형(師兄)의 촌철살인이었다. 우리는 이때부터 생각을 바꾸었다. 잃은 것은 돈과 시간과 안락함이었지만
얻은 것은 이야깃거리와 나름대로의 재미와 불확실성으로 인한 ‘모름’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이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기 시작하자
모두들 고달프지만 다시 즐거운 순례의 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여정은 이틀째인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해 마지막 돌아오는 날 귀국행 비행기가 결항, 하루를 더 묵고 다음날 비행기로
입국하는, 순례단원들 경험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는 등, 처음과는 사뭇 다른 일정을 겪게 된다. 러시아의 특성상 시간약속이 정확하지
못한 일이 잦아 ‘기다림의 미학’은 모두들 일찌감치 터득했다. 순례여정을 한마디로 굳이 표현하자면 ‘불확실성의 재미’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2. 여행 중반에 접어든 이르쿠츠크에서.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각자 선물들을 살 시간을 갖기 위해 우리들은 시장에서 흩어졌다. 자유시간이 지나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로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시장 어귀에 지각생들이 나타나는데 허탈한 표정에 걸음걸이에 힘들이 없다. “400루블 뜯겼습니다.
경찰들이 여권을 보자면서 데리고 가더니 한 사람당 100루블씩 내놓으랍디다. 나 원 참…”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그리고 러시아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누구보다도 외국인에게 친절해야 할 일선 경찰이 버젓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니. 사회주의의 아름다운 이상은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교활한 욕심이 들어선 것인가. 사실 러시아 곳곳에서 변화한 사회체제 아래 인간들이 돈에 대해 갖는 지나친
집착을 느낄 수 있다.
“괜찮아. 이런 일을 당한 게 이 순례에서 또 무슨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가 생각해 보자구.”
느닷없는 봉변에 훌쩍이는 한 여성 순례단원의 눈물 앞에 당당히 던지는 순례단 총책임자 대형(大兄)의 경구였다. 인생에서 내가
당하지 않을 일이란 애초에 없는 것이다. 모든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건 그대로 받아들이며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뜻이 아닌가.
지금은 조용히 두 손 모으고 순례의 길에 오른 단원들이었지만 한국에선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시민활동가들. 우리는 이 순간 다시
한번 갈등과 증오의 산을 넘어야 했다. 마침내 상황는 정리되고 우리는 평화로운 순례자로 남기로 했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 우리들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고, 우리들 머리에는 올혼 섬에서 만났던 선하고 부드러우며 관대한 영혼을 지닌 바이칼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고 있었다.

가랴친스크 국립휴양소에서 낚시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어른과 아이들. 러시아에서 대부분 휴가는 한달 정도씩 가지며 휴양지 등에서 조용히 가족들과 보내다. 휴양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결코 소란스럽거나 인상 찌푸릴 행동은 하지 않는다. 조용한 걸음걸이와 말투 그리고 휴식. 러시아인들은 비장할 정도로 사람들이
점잖다
아르샨으로 가는 길에 있는 노천 온천에서 머드팩을 하고 있는
부자 삼대. 이곳의 진흙은 피부미용에 큰 효과가 있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개발되지 않아 주민들이 운영한다
평화롭기만 한 시골마을에 할머니가 물을 길어 가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이런 것들이 바이칼의 사람들을 한없이 너그럽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가랴친스크 마을
이르쿠츠크 시에 있는 재래시장. 이 시장 근처에서 단원 4명이
러시아 경찰에게 봉변을 당했다
호숫가에서 썬탠을 즐기고 있는 남녀들. 자유분방한 이들의 모습에서
러시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리스트비양카
늦은 저녁 황혼이 지기는커녕 저녁햇살이 대낮만큼이나 눈부시고
환한 바르구진 항
서커스 공연장에서 만난 삐에로. 서커스 공연은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는 훨씬 수준 높고 다채롭다. 러시아인들은 가족 단위로 이런 공연장을 많이 찾는다
어느 도시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레닌 동상.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현재 레닌은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파란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갈매기. 올혼 섬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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