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태안의 봄이 오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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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아침 10시, 태안터미널 앞에 우리는 하나둘 다시 모였습니다. 너무나도 추워서 가끔 신발을 벗고 언발을 풀어주어야 했던 1월 조사때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오늘은 서산태안환경연합 정진호 사무국장님이 김명희님 가족과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평소에 바다와 갯벌생물들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명희님의 두 아들 성준, 성주도 함께 해 더욱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봄기운 속에서 출발했지만 신두리 해변으로 향할수록 짙은 바다안개(해무)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재작년만 해도 여름 성수기나 주말이면 관광버스도 들어오던 신두리 펜션거리는 작년부턴 한산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오늘처럼 겨울바다도 보이지 않는 날은 거리도 해변도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얼 하러 온 것인지 모래해변 위로 지나가는 승용차 한 대만이 우리가 본 전부입니다.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사구와 조간대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보호하려면 이런 차량들의 통제가 이루어져야하나 여름이면 버젓이 사륜구동오토바이 대여소까지 열어두고서 불법영업을 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신두리 사구 입구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해무에 가려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환경연합 정나래



좌) 크고 작은 염통성게 패각들                      
(우) 고둥은 조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고둥류도 뚫어 먹는다    ⓒ환경연합 정나래



신두리 해변 만조선을 따라 모아본 패각들. 염통성게 패각의 증가 외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환경연합 정나래  




(좌)추운 겨울엔 모래밖으로 나온 게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환경연합 정나래
(우)아이들이 먼저 발견한 서해비단고둥의 예쁜 빛. ⓒ환경연합 정나래 



엽낭게나 서해비단고둥 밟지 않게 잘 보고 걷는걸까? 오늘 처음 이곳에 온 이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환경연합 정나래



조간대 하부에서 이동중인 서해비단고둥들    ⓒ환경연합 정나래


신두리에서 나와 소근마을을 지나 의항2리로 넘어갑니다. 만리포와 의항2리 가는 삼거리 옆 저수지에 너덧마리의 유조를 포함해 15마리 정도의 고니들이 떠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저수지가 꽁꽁 언 탓에 볼 수 없었던 두달전의 고니들인지 싶습니다. 소근마을 갯벌에는 아직 맨손어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전 간척사업으로 마을 입구가 넓어지기 전까지는 개미목만한 곳을 지나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하여 “개미목”, “개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의항2리에 들어섰습니다. 짙은 해무는 굽은 길을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바다풍경도 가려버리고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의항해수욕장과 의항분교의 풍경까지 스산하게 만듭니다. 한여름에도 소름을 돋게 만드는 한기를 뿜는 해무에 2월 말의 봄기운은 저만치 물러가는 듯 합니다. 



의항2리 어촌계 사무실 뒤로 펼쳐진 갯벌에서 낙지잡이 중인 어민 ⓒ환경연합 정나래  



신너루에 작년 가을부터 설치된 굴양식시설. 왼쪽 일부에만 굴줄이 설치되어 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게들이 만들어내는 펠릿 흔적들은 아직 많지 않다 ⓒ환경연합 정나래




좌)예부터 쓰던 나무지주목 대신 새로운 시설은 철골로 되어있다.  
(우) 유증이 발견되는 곳 근처에 새로운 설치물이 생겼다. ⓒ정나래


신너루 조간대 해변에는 2009년 11월에 한차례, 작년 가을부터 한차례 작업한 새로운 방식의 굴양식장이 들어섰습니다. 기름유출사고 이전까지는 개목마을은 주민들의 95%이상이 굴양식에 의존했었고 지금도 마을 곳곳에 굴까기 작업을 하는 굴막이라 불리우는 비닐하우스들과 굴껍질포대들이 쌓여있을 정도입니다. 2007년 수확직전에 마을 북서쪽에서 터진 기름이 양식장을 덮어버린 것을 보고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삶을 놓아버린 주민이 처음 나타난 곳도 이 마을입니다.


굴은 개목마을의 전부였지만 한순간에 사라진 삶의 근거에 대해 정부는 보상의 절차만을 이야기하며 대책마련을 외면했고 가해기업인 삼성은 장기적인 지원을 해줄 것마냥 자매결연을 맺자 하고서 그 이후엔 시퍼런 삼성표 천막 하나와 가전제품 몇개를 마을회관에 넣어주고 이젠 등을 돌렸습니다. 


이런 답답한 3년의 시간 속에서 주민들에겐 한숨 쉬며 신세를 한탄하는 것도 사치스런 일이 되었습니다. 어촌계를 중심으로 개목마을 주민들은 마을에서 사업으로 해볼만한 일은 무엇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독살을 다시 복원해보기도 했고 굴양식장을 걷어내고서 새롭게 들어오기 시작한 바지락에 희망을 걸어보기도 했고 지주를 박고 밀물이 들기를 기다려 작은 배를 띄워 이동하며 관리하고 수확해야하는 힘든 굴작업이지만 또 다시 거는 주민들의 희망에 마음을 함께 합니다.  



2년 전에는 채취하지 않던 지역인 신너루와 내태배 중간지역에서 의항2리 주민들의 굴채취가 시작되었다. ⓒ환경연합 정나래




좌)
신너루 우측에 이중독살을 만들고 있는 암반들에 굴채취 흔적이 보인다   ⓒ환경연합 정나래 
(우)검은 유증(fresh oil)발견되는 지점을 얕게 들추자 은빛 유막이 떠올랐다. 
(위치:
N 36° 46’30”, E 126° 9’42”)   ⓒ환경연합 정나래 


태안은 지금 회복중입니다. 하지만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되지 않아 해수욕장을 서둘러 개장하고 여전히 기름유출의 영향하에 있던 수산물의 판매를 독려했던 정부의 주장처럼 청정해역으로 완전히 복원된 것은 아닙니다. 모래알갱이 사이로 해수가 들어와 기름이 쉽게 바다로 쓸려가는 만리포나 신두리같은 유명한 해변은 새로운 모래를 몇 톤씩 갖다 부었으니 깨끗해 보일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서해안 곳곳의 펄해변마다 검은 기름띠는 여전히 숨겨져 있습니다.


기름띠 속에서도 생물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종수와 개체수들이 완전히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복원이라는 말로 기름유출의 실상을 축소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한 해안생태계의 회복과 더불어 어촌공동체가 예전의 평화로운 풍요를 되찾는 것, 태안해변이 건강한 생물들의 움직임으로 가득해지는 것만큼 태안 주민들의 건강과 웃음이 살아나는 날까지 우리는 정부와 가해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태안에 완연한 봄이 오는 날까지 우리는 오늘도 태안에 갑니다.





좌)작년 7월에 설치된 한국해양연구원의 생물정화제 평가 시설이 4개월째 방치되어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우)방조제 좌측에 쌓여있는 그물더미들. 까나리 조업 준비중이라는 주민의 말씀을 들었다. ⓒ환경연합 정나래




개목항에는 배들이 거의 정박되어있고 두개의 수산집과 거리는 조용하다.    ⓒ환경연합 정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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