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4대강의 생명과 문화가 죽어간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지난 일요일 여러 대학의 학보사 기자와 환경동아리 학생들과 낙동강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다녀왔다. MB정부의 오만한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가 우려 이상의 현실로 나타나는 현장을 보았다. 배를 띠우기 위해 강의 흐름을 끊고 강바닥을 들어내겠다는 목표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철저히 은폐하며 추진하는 정부의 반역 행위와 그에 부역하는 토건 재벌의 탐욕이 보여주는 광기에 분노하던 심정이 절망으로 다가온다. 그런 정부와 토건 재벌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되는 것을 방관한 치욕은 남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괴지심(自愧之心)으로 나에 대한 분노가 된다.



<지율을 느끼며>

정치판에서 놀아나는 양아치들을
방관한 수치를 어찌 하나.

정치판에 기생하는 패거리들을
방관한 수치를 어찌 하나.

한 치 혀로 백성을 현혹하며
제 욕심만 차리는 사기꾼들을
방관한 수치를 어찌 하나.

힘 없음을 구실로
뒤편에 서서 안위만을 추구하는 나의 위선을
방관한 수치를 어찌 하나.

혼자라는 것이 미약한 존재라는 구실을
방관한 수치를 어찌 하나.

지율을 느끼며…
방관한 수치가 나에 대한 분노가 되어
나를 짓누른다.




지율 스님은 지금의 4대강 공사가 자궁을 들어내고 내장을 끊어 흩트려 놓는 폭력임을 호소한다. 그는 아직은 파멸되지 않은 회룡포 주변의 아름다운 강변 습지와 숲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준다. 무엇이 궤멸되고 있는지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한다. 말의 설명이 다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대학생들은 이국적 향취를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름다움이 낙동강에 숨어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자연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우리의 자연과 함께 할 행복을 누리지 못한 까닭이다. 다 어른들의 잘못 탓이다. 돈과 거짓된 이름을 위한 출세를 위해 강요한 탓이다.

어른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 속에서 살았다. 내 또래만 해도 자연에 뒹굴며 사는 것이 권태로워 문명으로 기어들어 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면서 마음 한 구석에 늘 자연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채 문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녀들에게 느낄 기회조차 주지 못한 불행한 세대가 우리라는 반성을 해본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터전인 습지와 모래사장이 낙동강 강변에 잘 발달한 것에 모두 감탄한다. 대학생들에게 강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수달과 고니, 그리고 새들의 발자국이 역동하는 강변 생태계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살아 있는 강의 감동을 가슴 깊이 담고 낙동강의 생명이 궤멸당하는 현장으로 향했다. 상주를 세계적인 자전거의 도시로 개발하여 지역 경제를 살린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를 위해 상주보 자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의 능선이 거의 2차선폭에 해당하는 시멘트 포장으로 훼손되어 있다.

경사가 45°는 되어 보인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경사를 자전거로 오르내릴 수 있겠는가? 더구나 경사길이 산허리에 만들어지는 까닭에 180°로 급선회하는 곳이 여러 곳이다. 경사의 밑자락에 어김없이 있는 추락 방지 모래더미에 앞바퀴가 박히면서 회전하여 뒤집히는 자전거 안장에서 튀어 올라 발사되는 운전자가 떠오르며 아찔한 생각이 든다.




능선에 있는 자전거 도로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은 강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보여준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과 드넓은 백사장, 그리고 강변의 습지와 숲이 펼쳐져 있다. 그에 이어지는 논과 밭은 그야 말로 생명과 우리 문화가 어우러지는 것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이다.





그 한가운데 강의 흐름을 끊기 위해 불철주야 상주보 공사가 굉음과 함께 진행된다. 상주보는 물의 흐름을 막고 백사장과 습지를 생명과 함께 수장할 것이다. 수심을 깊게 유지하기 위해 제방을 쌓아 강의 폭을 좁힐 계획이 보인다. 그리고 자연의 강변 생태계를 쓸어버리고 인공의 정원을 가꿀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9년 12월 농촌진흥청은 4대강 생태복원을 위한 자생식물 식재 가이드북을 발간하였다. 이 가이드북은 우리나라의 4대강에 중요한 습지식물과 수생식물이 100종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식재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품목이 30여 품목이라고 말한다.








세계 유일의 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군락지인 남한강 바위늪구비 습지의 식물을 밀어버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식재 가이드북이다. 100종이 넘는 중요한 식물을 4대강에서 몰아내고 식재가 가능한 30종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정원을 가꿀 계획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4대강에 자생하는 70종 이상의 식물을 멸종할 계획이 4대강 사업인 것이다.
이를 낙동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와 보 사이의 강변에서 백사장과 습지가 어김없이 궤멸되고 있다. 백사장은 준설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제거하여 골재로 팔아버릴 모양이다. 그런 후에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새로 흙을 퍼붓고 30여종을 식재할 계획이다.

하지만 풀 한포기 없는 백사장에 겨울 철새들이 남기고 간 발자국이 아직도 빽빽하게 남아있다. 백사장에 풀이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많은 무척추동물들이 살고 있다. 철새들은 백사장에서 쉬며 놀기도 하지만 백사장에 사는 무척추동물들을 먹기도 한다. 생명이 꿈틀대는 백사장이 정부와 토건 재벌에게는 그저 골재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수달, 매, 검독수리, 황새 등 멸종위기종 Ⅰ급과 새홀리기, 물수리,  흑두루미, 재두루미, 큰기러기, 큰고니, 개리 등 멸종위기종 Ⅱ급의 동물들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라는 팻말이 버젓하게 붙어있는 구미습지(해평습지)가 송두리째 없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테니스를 치며 놀게 하기 위해 정부와 토건 재벌이 최대 30여종으로 지역의 특색과는 무관하게 꾸민 정원에서 이들 멸종위기종은 삶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지역의 특색을 없애고 모두 동일한 모습의 호수로 만드는 무지, 오만과 독선의 사업이다. 전국 어디나 동일한 모습의 호수가 만들어질 때 지역의 특색이 사라지고, 결국 정부가 외치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관광객 유치의 매력도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강이 호수가 되는 순간 사람은 백사장이 있는 강변에서 자연과 이어지는 추억을 더는 새길 수 없다. 사람과 생명이 연결되던 강은 사라지고 접근 금지 팻말이 사람과 강을 갈라놓는다. 호반에 조성된 공원의 끝에서 사람은 두세 길의 깊이가 넘는 호수와 단절되는 것이다.
강은 우리 문화의 중심이다. 강을 따라 지역의 특색이 있는 문화가 발달해온 것이 우리의 역사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강의 많은 생명을 죽이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와 역사를 깡그리 말살하는 폭력인 것이다.





낙동강의 생명이 궤멸당하는 현장을 보며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과거 일제가 우리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은 것에 분노하였는데, 이제는 못난 우리가 용인한 정부가 토건 재벌과 함께 우리의 젖줄이자 동맥인 4대강을 끊고 막아 우리 국토가 괴사당하는 만행이 저질러지는 것을 방관하는 내 자신에 분노가 치민다.

지율 스님의 말씀대로 풀 한 포기조차 우리와 연결된 생명이라는 것을 대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현장 답사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망각하고 사는 우리 세대들에게도 생명의 느낌이 되살아나서 우리 국토와 문화에 대한 반역이 다시는 발호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 사진/ 정민걸 교수

admin

(X) 습지 해양 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