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검은 기름에 어민과 바다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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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7일 11시,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서울역 앞 연세세브란스빌딩 정문 앞에 흰 방제복을 입은 주민 30여명이 모였습니다. 지난 12월 20일과 1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유출된 현대오일뱅크의 벙커C유로 피해를 입은 당진 난지도리 주민 30여명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오일뱅크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1월 27일 서울역 앞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 건물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박종학



당진군의 유일한 도서지역인 난지도리는 해삼, 전복, 가리비 등 고급 해산물의 천연 어장입니다. 유류피해대책위 최장량 위원장은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기름을 쏟은 현대오일뱅크에게 ‘난지도가 현대의 저유소이냐’고 묻습니다. 그는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아 사고를 나게 한 현대오일뱅크가 사과는커녕 사고사실을 은폐, 축소하려 하고 언론과 기관마저 거기에 동조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어 발언한 주민대책위 오형운 위원은 이 추운 겨울 밥도 거르고 새벽에 나서 서울까지 올라온 피해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기름유출 이전에도 난지도 주민들은 시한폭탄같은 현대오일뱅크를 2km 거리에 두고 살아왔습니다.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냄새에 병원치료를 받아왔지만 증명할 길도 없어 포기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저 자연이 준 생업에 종사하며 주변 누구에게도 피해 한 번 끼친 바 없는 순수한 국민인 난지도의 힘없는 어민들을 현대오일뱅크는 외면하고 짓밟지 말라고 호소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2007년 기름유출 당시 활발한 방제자원활동을 벌인 봉사자들의 모임인 ‘자봉이’에 함께 한 창조한국당의 유원일 의원도 참석하여 태안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다시 기름유출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또한 당진군 출신인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기자회견 참석에 앞서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많은 주민들과 국회의원들이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은 벽 같기만 한 현대오일뱅크에 전달되기를 모두가 바랍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해온 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현대오일뱅크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단일선체를 여전히 이용하고 한 달에 1만 킬로리터의 유류를 해상에서 판매해오다가 사고가 잇따른 것은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자회견 후반에는 “서해를 흑해로 만드는 현대오일뱅크”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한반도를 검게 물들이는 현대오일뱅크와 그 기름을 닦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다른 주민들은 섬에서 가져온 기름묻은 자갈과 옷가지 등 방제수거물과 출하하지 못한 굴포대를 한반도 지도 위에 쏟아 놓았습니다. 시커먼 기름때 묻은 옷가지에서는 아직도 역한 기름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퍼포먼스를 마치고  환경운동연합과 난지도 유류피해대책위, 유원일 의원은 현대오일뱅크 송영상 상무에게 환경연합-대책위 공동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한반도에 덮인 검은 기름을 주민들이 닦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학

주민들의 생계대책마련과 상반기 내 단일선체 운항 금지, 사고 재발방지대책의 보완과 공개를 요청한 환경연합과 난지도 주민들은  현대오일뱅크의 수용여부에 따라 이후 대응방법들을 논의할 것입니다. 난지도에서 모두 올라와서 함께 하고 싶었지만 아직 남은 기름을 닦아야 해서 그러지 못했다는 주민들을 보니 또 다시 태안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떠오릅니다. 한반도 지도와 현대오일뱅크 로고 위에 시커먼 방제 수거물을 쏟아내던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분노가 되고 마음의 병이 되기 전에 하루빨리 현대오일뱅크가 공식 사과하고 어민들의 삶과 바다의 안전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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