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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하는 ‘양식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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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송어·참치·줄무늬 배스 등 인기 있는 대형 육식어종을 양식하기 위해서는 멸치·청어·크릴과 같은 소형 어족을 사료로 가공해 먹여야 한다. 사진은 강원도의 한 송어 양식장. <경향신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4년 인류는 1억5500만t의 수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했다. 1950년 1900만t에 불과했던 자연산 어획고는 2004년 9600만t으로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증가율은 양식어업의 신장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양식어업 규모는 1950년 100만t에서 2004년 5900만t으로 늘어 무려 59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수산물은 냉동 보관 시한이 몇 달에 불과해 생산량과 소비량이 거의 일치하는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자연산 어획고와 양식어업을 모두 합해 인류는 54년 만에 수산물 소비량을 8배가량 늘린 셈이다.

그런데 어획고와 총 소비량의 증가율을 일인당 소비량의 변화 추세와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일인당 소비량은 1950년 7~8kg 수준이던 것이 2004년 25kg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 수산물 소비량의 증가율인 8배와는 차이가 크다.

이러한 통계적 불일치는 양식어업의 폭발적 확대로 설명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양식어업의 생산량은 지난 54년간 해마다 평균 100만t 이상씩 늘었다. 문제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양식어업이 점점 대형 육식어류에 집중되고, 이들을 위한 사료로 소형 어족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어·송어·참치·줄무늬 배스 등 인기 있는 대형 육식어종을 양식하기 위해서는 멸치·청어·크릴과 같은 소형 어족을 사료로 가공해 먹여야 한다. 이들 소형 어족은 대형 육식어종의 양식 사료 외에도 낚시 미끼나 육상 가축들의 사료로도 이용된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과 총 소비량의 차이는 소형 어족의 대량 사료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큰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작은 고기를 사료화


오늘날 지구촌 사람들이 소비하는 모든 수산물의 42%는 양식어업을 통해 생산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는 2030년께 양식어업의 비율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계산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자연산 어획이 남획과 바다오염으로 더 이상 증산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멸치나 크릴과 같은 작은 바다생물의 남획은 생태계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 남극에서 크릴새우를 남획하면 남극 고래들이 굶주릴 수밖에 없다. 오늘날 멸치는 남미 페루에서 주요한 외화벌이 수출품이다. 페루의 전통 음식문화에는 멸치를 이용한 장류의 발효식품과 멸치회나 멸치찜과 같은 다양한 요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멸치를 세계 각지의 양식장에 사료로 수출하면서, 페루 서민들이 예전처럼 싼값에 전통 멸치요리를 즐기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을 소들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양식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 과다 사용이나 양식장 폐기물 배출에 따른 연안오염에 비해 ‘큰 고기를 기르기 위해 작은 고기를 사료화’하는 문제는 아직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작은 고기들은 바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의 주춧돌에 해당된다. 주춧돌이 무너지면 먹이사슬 전체의 붕괴가 불가피하다.

미래 어족까지 싹쓸이해서 먹어치우는 ‘욕망의 자유’는 언제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최근 친환경적인 양식업에 대한 기준이 유엔 기구, 민간 환경단체, 수산업체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무분별한 식습관에 대한 성찰이다.

요즘 대부분 일식집에서 내놓는 메로(멸구)를 예로 들어보자. 남극 바다 속 3000m까지 내려가 사는 이 생선의 정식 이름은 칠레농어 또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다. 문제는 이들을 잡는 과정에서 거대한 날개를 가진 알바트로스 새가 희생된다는 사실이다. 알바트로스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칠레농어를 먹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다가 자신도 그물에 걸려 죽어간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메로고기를 외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혀끝을 만족시키는 대가로 희생되는 메로와 알바트로스,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 이 글은 10월 14일 위클리경향 79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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