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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충돌사고의 책임은 삼성중공업만이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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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정의 관용(tolerance)은 상식(common sense)의 수준을 지나쳤다.


지난 6월 23일 한국 법정은 유조선에 충돌한 해상크레인의 소유주인 삼성중공업과 무리하게 크레인을 운반하던 예인선에 법이 정한 형벌을 내렸다.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해상크레인을 운반하도록 주문한 삼성중공업의 잘못이 분명해진 것은 분명 우리 일반인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기에 천만다행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사고의 책임자 중 하나를 밝혀낸 한국 법정은 우리의 바다에서 단일선체(single-hulled) 유조선을 사용하는 것이 충돌사고가 서남해안 전역을 기름으로 오염되게 만든 책임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법적 관용을 베풀었다. 이중선체유조선(double-hulled tanker) 도입의 시한이 아직 몇 년 남아 있으니 기름의 주인도, 그 주인이 고용한 배도 잘못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단일선체유조선의 구조적 위험성을 이유로 국제협약이 정한 2010년보다 일찍 이중선체 유조선을 도입한 것이 상식 밖의 잘못이란 말인가? 

유조선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위험하기 때문에 ‘해양오염방지법’을 만들고, 기름오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국제협약을 체결하는 조치들이 존재하는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위험한 물질을 다른 누군가에게 대신 운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운반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면죄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돈 몇 푼 더 남기겠다는 천박한 상술의 소치(所致)인데도 우리 사회가 사고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10년 전 씨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더 교묘해진 책임회피의 상술을 마음껏 즐겨하도록 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지금 현재 600척 이상의 초대형 단일선체 유조선의 97%가 아시아의 바다를 오가며 기름을 운반하고 있다. 해상에서 유조선 사고로 기름오염이 발생할 확률적인 위험도는 아시아가 세계 최고라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바다는 53% 이상의 대형유조선이 단일선체가 뒤덮고 있어 한마디로 위기의 바다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그 위험한 바다를 더욱 더 위험한 상술로 종횡무진하게 되었으니 한국 법정은 상식을 넘어선 관용으로 유류회사에게 준 면죄부(indulgence)를 거두어야 할 일이다. 기름오염사고가 난 원인에만 초점을 맞춘 판결이 아니라면, 사고 이후에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제대로 취하여야 할 의무는 왜 보지 못한 것일까? 그나저나 법정이 잘못한 경우, 태안의 피해주민들은 잃어버린 그들의 권리를 어디에 하소연하여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누구든지 그 답을 주어야 할 일이다.


법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은 정부, 과연 책임은 없는 것인가?


그런데 기름오염사고의 책임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은 다만 기름의 주인과 운반을 책임진 선주만이 아닌 듯하다. 1997년 남쪽 바다를 강타한 폭풍과 함께 씨프린스호 유조선 사고가 있었고, 얼마지 않아 사파이어호의 기름유출사고가 뒤따랐다. 바다에서 안전하게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할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되었다. 그래서 기름오염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하여 오염방제능력을 키웠고, 해양부의 역할도 그만큼 커졌다. 그러나 그 능력은 2007년 겨울 냉정한 심판을 받았다. 몇 사람의 실수로 이렇게 큰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위험성을 진단하고 예방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사고를 방조하였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난 10년 간 안전한 항해를 위한 조치들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정부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배상청구권(해양오염방지법 제4조의6, 2006년)을 기업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바다에 대한 의무를 덜어 버렸다. 해양투기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환경오염의 절대적인 양이 증가하면서 생태계와 그 자원의 보호를 희생한 것이 더 큰 화근을 키운 셈이다. 

지나간 과거니까 모두 용서가 된다는 것은 사람의 허물을 감추어 줌으로써 미래의 행복을 기원할 때나 쓰는 것이지 지금처럼 방종(放縱)한 삶을 누리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법정이 잘못한 일을 정부 어느 곳에서도 책임감 있게 쓴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정부 또한 국민을 위한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묵시적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가만히 있다고 하여 본전을 차리는 경우는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의견을 말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펼쳐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그 어떤 정부 부서도 태안 앞바다의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암묵적 동의(implicit consent)’로 본전이라도 건질 여지가 없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국토해양부를 필두로 정부 각 부처는 한국의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그 어떤 다른 나라로 망명을 갈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태안 이원면 관리 음포해수욕장의 해초류 및 고둥 이상 증식 조사
:조간대 상하부 지역에 해초류(파래 등)와 함께 갯비틀이고둥(학명 : Cerithideopsilla djadjariensis K. Martin) 이 쌓여 있다. ⓒ서산태안환경연합


2008년의 태안은 독살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으로 기억되기에는 이미 너무나 견디기 힘든 현실을 몸으로 맞서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은 단지 오염된 바다와 해안을 깨끗하게 닦아 내는 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름에 오염된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기름에 타들어가는 몸을 이끌며 하루 품앗이를 위해 기름을 치우러 대문을 나서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들 옆에 누가 있어 주어야 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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