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희망의 서해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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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30분. 조용한 상황실에 전화한통이 왔다.
” 서울 입니다. 차량은 모두 아홉 대이구요, 지금 출발할께요.”

한겨울 추위가 전화까지 파고드는것 같다. 언제쯤 출발을 할까 기다렸던 전화인데도 막상 받고나니 눈물이 난다. 귀찮고 힘듦을 마다하고 내려오겠다는 예쁜 사람들 때문이다.  얼굴을 한번 마주친적도 없고, 이름도 나눠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꺼지지 않는 불씨, 그 따뜻함을 느낀다. 12월,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 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오직, 기름을 닦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밤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내려온 사람들은 한나절 기름을 닦아놓고 되려 미안해 한다. 처음 왔을때는 정말 보이는 곳은 다 닦고 싶었는데, 겨우 닦을 수 있는게 자기가 앉은 자리 한평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걸어두고 올라갔다. 이렇게 기적이 만들어져가고 있었다.

사고 100일이 되어간다. 사고는 기적으로, 어느 새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그저 추억만으로는 살아가기가 너무 힘겹다. 사고 이후 주민 몇 분이 돌아가셨고, 생계비가 지급된 이후로는 이웃과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터무니 없이 작은 보상금을 제시했을때는 기운이 쭉 빠졌다.  이곳을 다녀갔다는 사람들조차 주민들이 보상액 타령을 한다면서 비난했을때는 이세상에 홀로 내던져진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겨울이 되면 철새들은 먹이와 보금자리를 찾아서 수만마리가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 그런데 그 무리 중에 아픈 새가 있으면 친구새 몇 마리가 같이 무리에서 빠져나와 중간에 함께 쉰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쉬어도 아픈새가 낫지 않아 도저히 남쪽으로 향하는 대열에 낄 수  없게 되면, 친구새들도 아픈새와 함께 잠시 머무르기로 했던 그곳에서 그 해 겨울을 함께 난다고 한다.

피해 지역은 아직도 겨울에서 머무르고 있다. 아픈 새, 서해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가 친구새가 되어 이 겨울을 함께 날 수는 없을까?  검은 바위를 닦았던 손으로, 이제 더이상 방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야 한다. 그곳에서 삶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기다리던 푸른 바다가 되돌아오고, 그 안에서 사람이 삶을 영위한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눈으로 볼수 있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우리의 소박한 몫은,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또 한번 친구새가 되어야 한다.


*글/ 서해안 기름오염 사고 현장상황실 시민간사 오송이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 100일 즈음에
벌써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이 일어난 지 100일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7일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파란 바다와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바위들은 온통 시커먼 기름끼로 덮였다.
일터를 일순간에 잃으신 어르신들과 자연 놀이터를 잃어버린 아이들…

바다에 나가 일을 하셔야 할 어르신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방제복을 입으시고 바다에 나가 쭈그리고 앉아 기름이 잔뜩 묻은 돌들을 닦고 있었다. 그 독한 기름 냄새를 맡으시면서…

어느 하루는 방제작업을 하러 구름포 해수욕장으로 갔을 때..
점심시간에 따뜻한 밥을 드셔야 하는데 비닐하우스에 쭈구리고 앉아 덜익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이들은 기름 냄새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학교와 집에서만 지내야 했다.
아이들은 하루 순간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놀이터를 잃어버렸다. 내가 태안어린이초청 환경캠프에 참여했을 때 아이들은 “우리 집은 이제 망했어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는 맨 날 기름 닦고 오시면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요”라고 말을 하고 삼성에 대해 심한 말까지 하는 모습을 봤을 때 왜 그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야 하는지.. 마음이 아팠다. 이젠 태안의 모습은 완전히 변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좋은 관광지로 태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생활 터전이였던 태안은 이제 그저 바라만 봐도 한숨만 나오는 그런 곳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자 전국에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기름 제거 작업에 동참하기 시작하여 130만이 넘는 엄청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서해안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태 지금은 점점 서해바다가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을 볼 때면 정말로 대단하고 위대하기까지 하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하루 빨리 서해안이 다시 일어나 아름답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벌써 100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격려와 관심이 슬그머니 잊혀져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서해바다가 다시 일어나는 그날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태안에 있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그리워하며…

*글/ 서해안 기름오염 사고 현장상황실 시민간사 나창현


 

환경운동연합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100일을 보내며, 2007년 12월 7일 재난 발생일로부터 2008년 3월 16일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민사회의 아름다운 참여자와 아름다운 행동을 담은 100일 백서 [서해로 가는 아름다운 행렬-100일간의 기록]을 발간하였습니다. 발간 기념 기자회견에는 서해의 검은 눈물을 닦아내고 서해의 자연과 인간을 살리기 위해 앞장섰던 아름다운 손들의 주인공인 시민구조단 자원봉사자, 시민간사, 시민기자, 피해지역주민, 환경연합 시민대책단 활동가 등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 했습니다.





‘100일 간의 기록’은 총 90페이지로서, 주요 사진 180장과 자세한 해설 글이 담겨있습니다. ‘1부. 서해, 검은 눈물을 흘리다’ ‘2부. 환경연합 100일간의 활동과 계획’ ‘3부. 시민구조단의 손길, 검은 눈물을 닦다’로 구성 되었으며, 지난 100일간 성금을 후원한 10만 명이 넘는 기부자들의 명단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사고 100일을 지내면서 점점 잊혀져 가고 사라져가는 관심이 아쉽기만 한 요즘, ‘100일 간의 기록’이 우리사회의 위대한 시민의 힘을 다시 한 번 모으고, 남겨진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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