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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 다양한 건강피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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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최악의 기름사고를 당한 태안주민들이 망연자실해 있을 때 전국에서 수십만 자원봉사자들이 물밀 듯 밀려들어 일손을 거들었습니다. 사고기업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당장 눈앞에 벌어진 참사를 수습해야 한다는 이심전심이 전 국민의 마음에 통했던 거지요. ‘천사와 같은 순수와 열정에 감동할 수 밖에 없지만 시커먼 기름 속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을텐데,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제도 필요하지만 염려가…


마침 어떤 분은 사고지역은 위험지역인데 오히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도록 해도 되나 하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건강영향조사를 기획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설문조사와 함께 소변시료를 받아서 오염의 정도와 건강영향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대규모 환경연합 시민구조단이 태안에 내려가는 날 새벽, 10여대의 버스 중 2대의 버스에 탑승한 구조단원들에게 특별한 요청이 전달되었습니다. 출발 전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시료통 2개에 받아오라는 것입니다.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하는 사람들에게 ‘건강영향조사’의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방제를 마치고 귀가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다시 한 번 소변시료를 받았습니다. 오염물질에 노출되기 전과 노출 후를 비교하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설문조사도 실시되었습니다.
며칠 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두리사구 북쪽 방제현장과 파도리 방제현장에서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30여명에게 개인노출측정기도 달았습니다.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개인별로 측정해보기 위함입니다.
개인노출측정기는 3일후 수거했습니다. 마침 날이 춥고 눈이와서 방제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15명의 주민들의 경우는 일일이 댁을 찾아다니며 수거했습니다. 마지막 수거를 마치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주무시는 분들까지 깨워가며 수거했습니다. 아무도 귀찮다는 기색을 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발암물질 노출, 급성스트레스 공동체심리 등 측정


방제작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오염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은 어떠할까? 어른들이 모두 방제작업에 나가고 오염지역에서 있는 것이 위험하여 교육당국에서는 태안지역의 초등학교 겨울방학을 늦게 잡았습니다. 방학 후에도 학교에 와서 지내게 했습니다.
파도초등학교 등 2개 학교의 학생들 1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노출되지 않는 어른과 어린이들과의 비교를 위해 어른들의 경우는 예산군에서 아이들은 태안읍내에서 비교집단을 설정하여 각각 100명씩 조사했습니다. 이렇게 모두 600여명에 대한 건강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뒤늦게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건강영향조사의 필요성을 깨닫고 환경단체와 같이 건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오염물질에 대한 분석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건강조사는 어른의 경우에는 급성영향을 중심으로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만성 영향을 중심으로 조사합니다. 물론 어른의 경우도 암과 같은 만성영향을 보지만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발생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난 1월 29일 방제작업을 계속한 주민을 대상으로 2차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차 조사에 참여한 분들을 다시 한 번 조사하는 것인데 80여명 정도 진행했습니다.
그사이 피해를 비관한 주민 3명이 자살했습니다. 주민들 사이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흉흉합니다. 결국 자살심리와 급성스트레스 그리고 공동체심리에 설문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설문지 하나 받는데 시간이 길게는 1시간이나 걸립니다. 남자분들은 귀찮다며 안한다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여성분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합니다.
건강영향 조사 중 소변분석은 몇 달이 걸립니다. 하루라도 빨리 검사결과가 나와 발송해 드리고 싶은데 결과를 기다릴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2차 조사 때는 방제하다 어지러워 병원에 실려 간 분들이 4명이나 있다고 하여 조사자들이 모두 놀랐습니다.
좋은 일도 있습니다. 서산과 태안지역의 내과의사 소아과 의사분들이 건강조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2월초에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을 마치면 태안의 오염지역 내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대규모 건강조사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에서는 일부 어린이들을 초청하여 위로하는 행사도 준비합니다.


 


모두가 건강히 복구작업을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아무런 건강이상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워낙 많은 량의 기름이 쏟아졌고 피해가 커서 언제 어떤 건강피해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조사를 계속해야 합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마을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피해가 있다면 이를 확인하는 것이 건강조사입니다. 개인적으로 태안사태가 발생한 다음날 처음 태안을 찾은 이후 벌써 12번째 방문했습니다. 앞으로도 수십 번 더 갈 것 같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빕니다.


 


※ 이 글은 호외 ‘다시 일어나는 태안’ 3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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