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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죽이는 기름” 독성분 자연정화 기대


 해양사고로 인한 기름유출은 많은 생태오염 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크고 심각한 오염 중 하나다. 한 번에 다량의 오염물질이 순식간에 배출된다는 점도 치명적이지만 오염원이 되는 기름은 각종 독성물질이 고농축 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12월 7일 삼성중공업 크레인과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조선의 충돌로 1만900톤이 넘는 기름이 유출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해양사고 중에서도 세계적인 규모에 꼽히는 대형 사고였다. 게다가 사고지역은 국립공원 급의 청정해역인데다 수많은 어민들의 생계가 이루어지는 지역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꾸준히 이어졌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겉으로 보이는 많은 곳이 원래의 경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바로 순식간에 파괴되어버린 바다의 생태계이다.


 


먹이사슬 타고 연쇄적 생태 파괴 


기름의 독성물질은 일단 사고 직후 수 일 내에 많은 생물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후로 수십 년에 걸쳐 생태계를 파괴한다.
조개류나 해조류 등 이동이 쉽지 않고 부착생활을 하는 생물의 경우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해류나 조류를 타고 이동해온 기름이 해안가 절벽이나 모래, 갯벌을 덮치면 그 안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호흡을 할 수 없게 되고, 이후 유독물질에 중독되어 결국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휘발성분이 대기 중으로 날아가고 남은 찌꺼기가 뭉친 기름덩어리는 해저로 가라앉아 바다 속 조개 등 저서생물을 덮쳐 죽게 만든다. 지난 2003년 사이언스지(12.19)에 실린 1995년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고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조개류가 원상으로 회복되는지에 대해서는 최대 30년까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보고도 있다.
물고기들은 사고 직후 수면위의 기름 때문에 질식하거나 아가미가 기름에 덮여 죽는다. 다행히 이들은 이동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고지역에서 멀리 떠날 수 있어 조개류 등의 저서생물보다 피해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원래의 서식지를 버리고 이동하게 되는 경우 해당지역의 먹이사슬에 구멍이 뚫리고 연쇄적으로 다른 생물종까지 자취를 감추게 만든다.
지역의 어족자원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계 역시도 무너진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물고기들이 원래의 어장으로 돌아온다 해도 이들에게는 장기간의 생태농축 위협은 계속된다. 먹이인 저서생물이나 플랑크톤의 체내에 쌓인 오염물질이 물고기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 상위먹이사슬에 위치한 대형물고기의 경우는 피해가 훨씬 커진다.
해양 또는 연안습지에서 활동하는 뿔논병아리와 쇠오리, 청둥오리, 갈매기 등의 조류와 내륙에 서식하면서 해양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백로류, 도요&물때세류 등도 죽음의 위협에 내몰린다. 파도에 떠밀려오는 기름은 해변에서 조개나 바닷게 등을 먹고 있는 새들을 덮친다.
또한 바다 속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의 경우 잠수 후 수면위로 올라올 때 수면의 기름을 그대로 뒤집어쓴다. 기름에 범벅이 된 새들은 날 수 없게 되고 저체온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 털 고르기를 시도하다가 깃털에 뭍은 기름을 섭취해 중독되어 죽음을 맞기도 한다. 유독성 휘발물질로 인한 뇌손상, 스트레스, 방향감각 상실도 사망의 원인이 된다.
갈매기류는 사고 직후 무리에 신호를 보내 재빠르게 서식지를 옮겨 피해를 최소화한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 이곳으로 찾아오는 철새들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오랜 비행으로 축적된 피로를 풀고 다시 장시간 비행에 필요한 먹이를 공급받아야하는 이들에게 서해안의 갯벌은 동북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큰 규모의 먹이공급처이다. 이들에겐 마땅히 피해갈 대안지역이 없다. 
미생물의 경우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피해가 적다. 일부 종은 기름 때문에 죽게 되지만 일부 미생물들은 기름을 분해해 영양성분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방제작업이후의 자연치유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장기적으로 일어난다는 게 큰 문제다. 기름의 유해성분인 다환방향족탄소(PAHs) 때문이다. PAHs는 물이나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따라 저서생물에서 어류로 어류에서 조류나 인간으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체내의 축적농도가 높아져 피해는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PAHs가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일으키거나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기형을 유발한다. 더구나 이로 인한 피해는 순간적으로 포착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집단적으로 광범위하게 수 십 년에 걸쳐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종이 멸종하거나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경우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지역이 갯벌과 모래사장이라는 점 때문에 장기적인 피해가 더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갯벌과 모래위의 기름이 충분히 제거되기 전에 스며들거나 기름위에 새로운 층이 퇴적되면 오염물질이 분해 과정에 노출되기 힘들다. 더구나 갯벌과 모래의 저서생물은 먹이사슬을 통해 오염물질이 생물들 간에 퍼져나가는 출발지다. 



 
자연치유에 인간은 보조자 역할



재앙을 최소화하기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로 자연치유다. 다만 사람이 직접 손으로 기름을 걷어내는 초기방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섣불리 화학적, 물리적 방제를 할 경우 인간보다 빠르고 안전한 자연의 치유능력을 망가트릴 우려가 있다.
지금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름제거 방제작업 중 고온고압세척 방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바위에 고온고압의 세척이 가해지면 그 위에 살아남은 미생물이 죽어 이후 자연치유가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바위를 깎거나 돌을 솥에 삶는 것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주민과 방제업체의 입장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빨리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고온고압세척 방법이 효과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자연치유과정이 늦어지면 오히려 생태복구는 요원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름을 제거하는 효과로 잘못 알려진 유화제는 사실 기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누와 비슷한 계면활성제 성분으로 기름을 잘게 나누는 것뿐이다.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지찬혁 간사는 “유화제로 잘게 나눠진 기름 입자는 바다 속에서 섞이고 침강하면서 또 다시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흩어진 입자는 기름이 가지고 있던 독성물질도 그대로 포함한다. 때문에 오염의 빠른 확산과 유화제 자체 화학물질의 생물체내 축적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자연은 어마어마한 힘과 속도로 오염된 바다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치유능력마저 파괴되면 생태복원의 길은 수 십 년씩 멀어지게 된다. 인간은 자연이 자정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적절한 선에서 방제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성급함과 과욕은 생태계 회복은 고사하고,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 글은 호외 ‘다시 일어나는 태안’ 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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