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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 삼성 고발운동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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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에서 멀리 제주 연안까지, 서해 바다 대부분을 검은 기름으로 오염시킨 사상 최악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가 난 지 두 달이 지났다. 풍요로운 서해 바다에 의존해 살고 있던 수만 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이 붕괴되는 고통과 절망에 빠졌지만 사고 책임을 밝히고 피해배상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월 21일 검찰(서산지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과 ‘선원법 위반’,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등으로 삼성중공업 예인선단과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장과 선원 등 5명과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호사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 발표를 ‘중간 수사결과’라고 했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쌍방 과실’이며, 삼성예인선단의 중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민사재판의 몫이라고 했다.

 


 

책임회피, 배상시점만 늘어져

 

하지만 검찰이 법원에 공소장을 보낸 후 추가 수사를 하지 않는 게 관행이고, 지난 25일 1차 심리에서도 검찰은 추가 수사 계획이 없다고 했으니 검찰의 중간발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 허베이스피리트호에 과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호 쌍방 책임을 강조한 것은 주범의 책임을 가볍게 해 양측의 논란을 격화시킬 가능성만 키웠다. 즉 배상 비율을 둘러싸고 허베이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삼성은 끝까지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덕분에 배상 시점만 한정 없이 늘어질 판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검찰의 발표가 삼성 예인선단의 중과실을 밝히지 않고, 사고항해에 대한 삼성의 지휘책임을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유조선보험사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배상한도 3천억 원을 넘는 피해에 대해 삼성예인선단으로부터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예인선단이 ‘고의’ 또는 ‘무리하게’ 항해를 해서 사고를 냈다는 것을 확인했어야 한다.
특히 항해가 삼성중공업의 회사 차원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밝혀 배상 책임을 삼성중공업 차원에 지울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예인선단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고, 삼성중공업의 예인선단 지휘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이 선원들에게 있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의 용역을 받은 자본금 5천만원짜리 영세업체 보람(주)의 직원들이 수천억원짜리 삼성1호(크레인바지선)의 풍랑 속 항해를 결정했다. 대산지방해양수산청 관제센터의 충돌 위험 경고 무전에 대한 응답을 거부하고, 예인선단 선장의 휴대폰을 통해 무리한 항해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예인선 삼성T-5호의 레이더의 충돌위험 경보를 무시한 것은 모두 선원들의 자발적 결정이다. 항해 일지를 조작해 수사당국에 제출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를 방해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검찰은 사고 크레인이 지난해 12월 9일 거제의 예약 작업을 위해 4일 동안 100여 시간 연속 항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수사하지 않았다. 하루 6천만원의 수익을 내는 시설의 가동을 위해, 항해 용역 업체에 어떤 계약조건을 요구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또 풍랑주의보 속에서 항해를 선원들만의 판단으로 진행했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데도 당사자들의 사고 전후 전화통화 등에 대해서도 검증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삼성크레인에서 삼성법률팀과 삼성중공업 임원 등이 증거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했음에도, 삼성중공업에 대해 압수수색도 않고, 임원들에 대한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재벌 봐주기 피해 고스란히 주민 몫

 

검찰은 사고의 진상을 밝혀내고 공익을 수호하기는커녕, 재벌의 범죄를 숨기고 피해를 공적영역으로 떠넘겼다. 그리하여 바다와 갯벌에 의존해 살고 있던 수많은 주민들의 피해배상을 어렵게 하고, 삼성이 저지른 사고에 대한 배상을 국민세금으로 대체케 만들었다. 또 또한 기름에 오염된 바다와 해안 생태계의 장기적인 복원에 필요한 비용을 확보하기 어렵게 했다.
19년 전 얼음벌판인 알레스카에서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 사고를 낸 엑손사는 복구비, 보상비, 벌금 등으로 5조원 가량을 썼다. 그런데 서해의 황금어장, 최대의 양식장,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쑥대밭으로 만든 사고는 가해자도 가리지 못한 채 3천억원의 배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렇게 면죄부를 받은 삼성이 어떤 교훈을 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절망의 서해에 희망의 기적을 만들었던 우리 사회는 이제 부정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새롭게 도전해야 할 때다. 마침 환경운동연합을 비롯,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해 검찰(서산지청)이 수사를 포기한 삼성의 중과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자 삼성중공업에 대한 범국민 고발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서해의 피해 주민들, 기름방제활동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두 함께 범죄를 단죄하고, 부실한 검찰을 개혁하고,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 이 글은 호외 ‘다시 일어나는 태안’ 1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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