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어민들은 이제 어떻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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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합 활동가들의 조사 사진  ⓒ환경운동연합


 

 

나는 이번 피해실태조사 활동이 두 번째로 태안반도에 간 것이다. 처음에는 지난 8일에 내려가서 9일에 만리포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었다. 처음 만리포 해수욕장에 갔을 때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완전히 검은 색으로 변한 백사장뿐만 아니라 해수욕장 인근 상가까지 사방이 기름범벅이었고, 역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거기다 통합 대책반조차 구성되지 않아 관련자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 비일비재했다. 기름제거작업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정말 짜증이 났던 것은 힘든 일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나라 허술한 방제시스템과 지휘체계를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10년 전, ‘씨프린스호’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봐도 정부나 방제조합의 조직적인 대응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있었다면 책임 떠넘기기 정도가 있었을까?

 

그리고 대선후보들이 만리포 현장에 와서 위문한답시고 삽질 몇 번하고 사진 찍고 가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차라리 내실 있는 환경정책을 보여주는 것이 대선후보의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가 지난 11일 화요일에 실태조사를 위해 간 것이다. 주요 조사내용은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문화조사, 생물종 채집과 바닷물 채취 등을 하는 자연환경조사로 이루어졌다. 우리 팀이 간 곳은 만리포 아래쪽인 어은돌 해수욕장, 파도리 해수욕장, 통개항 이렇게 세 곳이었다. 처음 간 어은돌 해수욕장은 생각보다 피해가 심하지 않았다. 방파제 외부 해안선 바위 부분에 기름이 묻어있기는 했지만 백사장이나 바닷물 상태도 괜찮았고 새들이 30여 마리 쉬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해수욕장 앞 쪽에서는 선박 4대정도가 유화제를 뿌리며 방제작업을 하고 있었고 100명 정도가 바위에 묻은 기름을 흡착포로 닦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돌 닦는 모습을 보면서 이 넓은 태안반도에 있는 바위들을 어떻게 다 닦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 기름이 지나 간 자리 ⓒ환경운동연합

 

다음 장소는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어은돌에서 약 3~4km정도 떨어져 있어서 피해 상태는 비슷한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이곳은 바로 옆 어은돌과는 상황이 달랐다. 백사장에는 만조 수위 높이로 긴 기름띠가 남아 있었고, 자갈이나 모래를 파보면 바로 기름이 잔뜩 묻은 돌이나 모래가 나왔다. 바닷물에서는 기름으로 인한 심한 악취 냄새가 났고, 유화제로 인해 생긴 오일볼들이 해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흡착포를 바다에 던지고 건져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은돌에는 방파제가 있어서 방파제 내부 백사장까지는 기름이 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민들의 말로는 파도리에 기름이 4일째 계속 들어오고 있고 처음에는 양동이로 기름을 떠냈다고 한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냐고 되묻는 절망감 가득한 질문에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조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전방의 바다를 보니 유화제로 방제를 하는 선박이 11대로 늘어나 있었다. 마치 파도리 아래로 기름이 확장되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퍼붓는 유화제의 후유증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통개항으로 이동했다. 항구에 들어섰을 때, 방제작업을 하는 주민들이나 자원봉사자가 보이지 않아 ‘여기까지는 아직 영향이 없구나.’ 하고 안심했지만, 선착장을 가보니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어민들이 선박을 이용해 양어장으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기름띠를 흡착포로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 어촌계 총무의 이야기로는 이미 전복가두리로 기름이 퍼지고 있고, 서울로 전복을 공급하는 작업이 모두 정지됐다고 했다. 그래서 어민들과 배를 같이 타고 나가 전복 피해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각 지역 피해상황을 취합해야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직접 볼 기회는 가질 수 없었다.

 


 

▲ 어민들과의 실태현황 인터뷰 ⓒ환경운동연합

 

그렇게 조사팀들이 모여서 각 지역 상황을 서로 이야기해보니 정말 가관이 아니었다. 흡착포가 없어서 걸레로 바위를 닦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민들이 장비가 없어 뜰채로 기름을 건져내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정말 어이가 없게도 방제작업 나가는 주민 수를 제한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방제작업 나가는 선박 수를 보험회사 관련자가 나와 제한하는 일이 있어 주민들의 큰 반발을 샀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기억이 있었는데, 현지에서 그런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분통이 터졌다. 보험회사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말인가?



 

▲ 수면 위 기름을 제거하는 어민  ⓒ환경운동연합

 

지역사회와 환경생태계의 엄청난 피해, 그리고 정부의 허술한 방제시스템을 보면서 환경운동 활동가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기운이 빠지는 하루였다. 그렇게 밤늦게 서울로 돌아와 다음 날 사무실에 나와 보니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시민구조활동 참가단 신청이 이미 마감이 되었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로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이번 시민구조활동 참가단에 꼭 넣어달라는 앳된 목소리의 중학생부터 수능이 끝나고 여행을 준비하다 이번 기름유출사건을 보고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자원봉사를 하려고 한다는 고등학생,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대학생, 사무실 사람들과 의견을 모아 자원봉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직장인, 물품을 지원하고 싶다는 기업, 방제작업을 위해 자료를 찾아 효과적인 방제작업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시민들까지 환경운동연합의 전화벨은 밤늦게까지 울렸다. 시민들 한 분 한 분의 전화를 받으며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아! 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구나.’, ‘내가 더 열심히 활동을 해야겠구나.’


여수 인근 해역에는 12년 전 ‘씨프린스호사건’때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피해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번 기름유출사건은 ‘씨프린스호사건’때보다 두 배나 많은 기름이, 두 배나 넓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지금 같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하룻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 피해가 늘어나지 않도록 방제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으로 이런 일이 또 다시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도대체 언제까지 외양간은 안고치고 소만 잃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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