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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순천만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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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인철)

지난 1998년 10월 전남 순천에서 흑두루미국제심포지움이 지역 민간단체에 의해 열린 이후 꼭 10년 만에 순천만 흑두루미 생태계 복원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이 환경운동연합과 순천시 공동주최로 오는 10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3일 동안 순천만 자연생태관에서 열린다. 2005년 한국의 네 번째 람사습지(Ramsar Site)로 등록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은 순천만에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순천만을 찾아오는 흑두루미는 10년 전보다 행복할까? 순천만과 흑두루미를 둘러싸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996년 11월 17일, 사람들 앞으로 날아오른 흑두루미 59마리


1996년 11월 17-18일, 지역의 한 민간단체(전남지역동부사회연구소)와 한국멸종위기조류연구의 선구자이신 故 김수일 교수(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환경연합 DMZ특별위원)가 참여한 순천만자연생태조사에서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 59마리가 최초로 발견되었다. 홍수방지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의 전형적인 강 하구 골재채취사업으로 인해 생태적 원형을 잃어버릴 뻔했던 순천만이 흑두루미와 함께 어렵사리 위기에서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대구․경북등지에서 월동하던 흑두루미들이 월동지 조건이 악화되면서 차츰차츰 그 수가 줄어들다가 1994년 마침내 모습을 감춘 지 꼭 2년 만의 일이었다.   


 




  ▲순천만 해룡들판의 흑두루미 (사진: 김인철)


전 세계 10,000여 마리, 흑두루미의 생태와 그 신비


두루미(Red-crowned Crane), 재두루미(White-naped Crane)와 함께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 3종 중 하나인 흑두루미(Hooded Crane)는 전 세계 약 10,000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국제적 멸종위기조류이다. 몸 전체적으로 흰빛을 띠는 두루미와 달리 검은빛을 띤다하여 흑두루미라고 불린다. 순천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흑두루미라는 긴 이름보다는 ‘두리’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를 즐긴다. 흑두루미라고는 하지만 가까이에서 관찰하다보면 완전히 검은빛이라기 보다는 깃털 하나하나가 햇빛을 받아 각각 다른 면에서 빛을 반사하고 있는 흑진주를 보고 있는 듯하다. 시베리아 남부 타이가 습지지대, 우수리강, 아무르강, 중국 동북지방 등에서 번식하고 중국 양쯔강 하류에서 월동하거나 우리나라 서남해안 및 동해안을 거쳐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중국, 일본 및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의 생태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자연 번식지 및 번식생태에 대한 정보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동북아시아 흑두루미, 지금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 10,000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흑두루미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번식지와 월동지 국가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동북아시아 각 지역에서 흑두루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흑두루미의 자연번식지 및 번식상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흑두루미의 번식지로 추정되는 시베리아 남부 타이가 습지대는 개발과 벌목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흑두루미들이 중간기착지 및 월동지로 이용하던 한국과 중국의 습지들은 더 이상 습지가 아닌 곳이 많다. 늘어나는 도로 및 다리건설, 습지의 농경지 전환, 겨울철 비닐하우스 경작 등은 점점 흑두루미들이 내려설 땅을 비좁게 만들고 있다. 대구․경북의 낙동강변에서 꾸준히 월동하던 흑두루미 개체들이 1990년대 초반 이후 더 이상 월동을 하지 않는 것도 이 기간 이 지역의 흑두루미 서식지가 급격하게 변화한데 기인한다. 전 세계 흑두루미 개체수의 90%가 넘는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일본의 상황도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8,000여 마리가 넘는 흑두루미들이 일본 큐슈 이즈미시의 좁은 농경지 안에서 한꺼번에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에 조류 관련 질병이 발생한다면 전 세계 흑두루미 개체수의 절반이상을 단숨에 잃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이지만 준비해야만 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용산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 (사진: 김경원)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는 이유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6년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수 십 년 동안 매년 10월 하순이면 어김없이 순천만을 찾아오는 흑두루미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흑두루미들은 왜 순천만을 꾸준히 찾는 것일까? 순천만과 순천만 주변의 지형을 관심 있게 들여다 본 사람들이라면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순천만에는 바다나 갯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순천시를 휘돌아 순천만을 통해 남해바다와 만나는 이사천과 동천이 순천만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전형적인 강 하구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또한 순천만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15만 평이 넘는 갈대군락은 흑두루미들에게 훌륭한 은신처를 제공한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흑두루미들이 제일 먼저 영양을 공급받는 곳은 바로 순천만의 펄갯벌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양질의 먹이를 섭취하고 멀리 번식지에서 데려온 새끼들을 훌륭한 성조로 키워낸다. 순천만을 둘러싸고 있는 논, 강 하구 생태계, 갈대군락, 갯벌 이 모든 것이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는 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순천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시도: 환경연합과 순천시의 MOU체결


오는 10월 말 ‘순천만 흑두루미 생태계복원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에서 환경연합과 순천시는 순천만의 효율적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임을 선언하는 협약서를 체결한다. 선거 국면에 의해 4,5년 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한국 사회의 얄팍한 정치풍조 및 시민의식을 생각한다면 한 지역의 생태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올바른 정보와 비전을 갖고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순천시와 환경연합의 협약서 체결은 지방정부와 민간단체가 함께 협력하여 순천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227마리, 2006년에는 310여 마리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또 흑두루미가 얼마나 찾아올까? 언제쯤 그 모습을 보여줄까? 건강한 습지는 곧 그 습지에 기대어 사는 새,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토대가 된다. 올해도 순천만을 찾는 모든 흑두루미와 사람들이 그저 건강하길, 그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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