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부활하라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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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죄업의 으뜸은 생명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악독하기로는 근친을 살해하는 일이 더하며, 나아가 극악한 것은 존속, 특히 부모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만을 생명으로 여겨온 인류의 근대사가 거대한 오류였다는 사실이 세계 각처의 파괴된 생물 서식처들, 교란된 기후와 같은 지구적인 차원의 환경문제들로 인해 드러났다. 환경의 문제란 다름 아닌 생명의 몰락에 관한 문제이므로 오늘 인류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문제는 인간의 역사가 생명과 환경을 질식시키는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아직도 이에 대한 실천이 뒤따르는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바로 일 년 전 우리는 어민들을 포함해서 서해바다 만 생명들의 어머니, 낳아주었을 뿐 아니라 먹이고 길러주던 어머니의 숨통을 막았다. 지난 4월 21일이 새만금갯벌을 막은 지 일 년째 되던 날이었다. 동진강, 만경강 하구의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기수역과 일대의 갯벌들이 품고 있던 생명의 무게를 잴 만한 저울이 세상에는 없다. 그토록 무거운 생명의 무게를 일 년 전 우리는 ‘공(空)의 자리’로 보내고 말았던 것이다.

방조제로 막힌 새만금갯벌은 일 년이 지난 지금 생명의 자궁으로서 생존하던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거북 등처럼 갈라진 갯벌에는 흰 소금이 켜켜이 말라붙고, 갯벌에는 도요새 한 마리 내려앉지 않는다. 물을 잃은 폐선들만 바다의 묘지로 화하고 있을 뿐이다. 강을 타고 내려온 영양염류와 갯벌의 해초를 먹는 자잘한 저서생물들이 자라고, 그것들을 먹는 물고기들이 자라고, 다시 그 물고기를 먹는 새들이 날아들며, 그러한 생명의 순환과 함께하면서 갯벌을 기어 조개를 캐고 물고기를 잡아 아이들을 기르고 부모를 봉양하던 어민들이 더러는 물길이 달라진 갯벌에서 익사하고, 더러는 더 이상 젖을 물려주지 못하는 어머니를 떠나 도시로 흘러들어가 유민화했다. 이 총체적인 새만금생명공동체의 해체 앞에서 우리는 죄인이다.

새만금갯벌의 죽음 위에 차린 황금의 굿판이 그녀의 죽음 이후 일 년만에 재개됐다. 정부가 새만금갯벌 간척으로 생긴 광대한 토지를 개발할 이용안을 내놓았다. 애초 목적대로 다 농지로 할 건 아니고 조금만 다른 용도로 전용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동진강 수역 쪽의 간척지부터 해서 순차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내세우던 농지 개발보다야 본심인 상업, 산업용지로의 개발안을 전면적으로 표방하고 싶으나 겨우 일 년만에 말을 뒤바꿀 수 없으니 향후 그런 개발이 가능하도록 입가심만 해두겠다는 의도다.

제 어미의 피에 젖지 않고 태어난 생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어미를 살해하고 손에 움켜쥘 황금의 무게를 어미와 어미가 품어 기르던 저 무수한 생명의 무게와 비교하기나 할 수 있을까. 어미의 시체를 어떻게 조각내 팔아먹을까 궁리하는 그 바쁜 입과 손을 나 또한, 그리고 당신이 또한 지니고 있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새만금갯벌의 죽음을 막지 못한 우리는 옷을 찢고 가슴을 치며 그녀의 제일(祭日)에 울어야 한다. 그리고 희망의 반역을 기획해야 옳다. 언제가 되더라도 다시 새만금을 갯벌로 되돌리자. 새만금갯벌에 생명의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부활을 기획하자. 시화호 갑문을 깨고, 연안개발특별법의 사슬을 풀고 새만금특별법을 발의하는 반생명 기획의 만행을 뚫고 어머니를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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