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다시 찾은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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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장항역은 조금 을씨년스럽다. 바람은 조금 차고, 비가 올 듯이 날씨는 흐렸다. 올 봄 처음으로 가본 새만금에서 당한 추위 때문에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내려갔다. 첫 행선지는 화포였다. 이미 칠면초들이 큰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 그 군락들을 벗어나자 온통 메마른 땅 뿐이다. 저 멀리 물길이 흐르지만 이 땅을 적시기에 그것은 너무 멀어보였다. 메마른 땅위에 농게, 갈게들이 말라 죽어있었다. 아직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생명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더 이상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곳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 물길만 남은 화포 갯벌 ⓒ김경민
▲ 물길만 남은 화포 갯벌 ⓒ김경민

▲ 학당에서 찾은 대추귀고동 ⓒ김경민
▲ 학당에서 찾은 대추귀고동 ⓒ김경민

학당으로 가는 길 우리는 한 무리의 새들이 높이 날고 있는 모습을 만났다. 내려앉을 곳이 없어 저렇게 날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칠면초 군락 속에 버려진 배는 그 마음을 더 애잔하게 하였다. 이번 조사단 참여로만 이런저런 생태지식들을 얻게 되었다. 대추귀고동은 염습지에서도 육지에 가장 가까이에 서식한다. 아주 가끔 바닷물이 와 적셔주는 곳에서 살고 있다. 지금쯤 동면에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땅이 너무 메마르고 여름 내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갈 힘이 없어서 아직도 지면으로부터 1cm정도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려앉지 못하는 새처럼 잠들지 못하는 생명들….

▲ 칠면초군락 속에 배만 덩그러니 ⓒ김경민
▲ 칠면초군락 속에 배만 덩그러니 ⓒ김경민

▲ 학당, 말라버린 화포갯벌 ⓒ김경민
▲ 학당, 말라버린 화포갯벌 ⓒ김경민

이제 거전갯벌. 칠면초 군락도 염전도 생명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저 드넓게 펼쳐진 평원처럼 보였다. 이제는 물길조차 저 멀리서 들어올 생각도 않고 있었고 땅은 차로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우리를 포함해 여기를 다녀가는 사람들 모두 차를 타고 갯벌 한가운데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갯벌이 아닌 곳이다.

우리가 찾은 심포항은 사람들로 분비고 있었다. 물론 아주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었지만 주말이라 관광객들도 모이고 제법 장이 서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저 한 바퀴 장을 돌아보았을 뿐이다. 장이 활발히 서는데도 우울한 날씨는 계속 기분을 짓눌렀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간척사업과 새만금, 그리고 2003년 네 성직자의 삼보일배를 이끌어냈던 새만금을 올 봄 처음 가보았다. 그때는 법원 판결 직전 방조제공사가 완료되기 전이었다. 우리는 해창갯벌에서 그 시린 바람을 견디며 ‘새만금을 그대로 두라’고 소리쳤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새만금. 나는 갯벌의 진 흙 감촉을 알지 못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은 생명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바닷물을 보고 덩그러니 놓인 갯벌을 걸으니 새만금을 둘러싼 그 많은 이해관계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싶다. 놓여진 자연 모습 그대로,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서 우리는 모두 만족이나 행복을 얻을 수 없는 것일까?

새만금은 들끓는 개발의 욕망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그 과정에 또다시 친환경성에 대한 여러 가지 논쟁이 있을 것이고, 그래도 사람들은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더 매립하고 다시 파헤치고 또 개발해야, 생명이 죽은 땅엔 우리도 못산다는 종말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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