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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부산에서 숨가빴던 이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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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동쪽 60마일, ‘동해 병’ 해역은 국내 해양투기 장소 중 가장 크고 그만큼 투기량이 많은 곳이다.
엄청난 량의 폐기물이 바다에 쏟아져 내리는 그 현장을 체험하고 투기선박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바다위원회 소속 활동가와 회원 11명이 포항항에 도착한 시각은 4일 오후 3시.

애초의 계획은 8월 17일 요트를 타고 나가는 것이었다. 태풍으로 인한 1차 시도 실패, 급히 선박을 다시 수소문하고 예정일 3일전, 가까스로 수협의 협조를 얻어 59톤짜리 트롤어선을 구할 수 있었다.
다소 무리한 일정 진행이라는 우려는 있었지만 투기지역에서의 선박현황을 파악하고 현장의 수질조사와 캠페인내용을 채우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출항의 키를 쥔 해경에 있었다.
포항해경의 너무나 ‘비협조적인’ 태도가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로 출항을 기다리던 활동가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운항을 위해 기본적으로 승선해야 할 선원이 6명인 상황에서 승선인원 11명을 초과해서는 출항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캠페인 자체가 어려워지는 조건이다. 게다가 어로 목적이 아니므로 면세유를 쓰면 안된다는 건 선장의 말처럼 ‘나가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파출소장을 면담하고 해경본부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완고하기만 한 해경파출소장의 ‘법대로, 규정대로’의 벽을 허물 수 없었다.

▲ 출항을 성사 시키기 위해 포항해경을 찾았다. 면담에 응한 담당자는
▲ 출항을 성사 시키기 위해 포항해경을 찾았다. 면담에 응한 담당자는 ‘친절하게’ 들은 후

부산에서, 울산에서, 서울에서 바쁜 일정을 물리치고 모여든 활동가들이다. 이대로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동해가 안될 경우 두 번째 안으로 제시되었던 감천항에서의 해상 캠페인을 위해 늦은 밤, 부산으로 차를 몰았다.
감천항에서 시위를 벌인 배경에는 지난 8월 18일 적발된 씨버드호의 GPS시스템을 조작한 상태에서 불법으로 송도 인근 해상에 폐기물을 배출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다시 아침이다.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처지고 전날의 숨 가쁘게 진행됐던 일들이 마치 꿈처럼 아련하다.
이른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와 낮게 내려앉은 먹구름이 심상찮을 파도의 높이와 험난할 해상 캠페인을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서둘러 고무보트를 조립했다. 보트 2척에 6명의 캠페인 팀이 나누어 타고 어선 한척을 구해 나머지 활동가들이 승선했다.
오전 10시 다대포항을 출발해 15분 정도 거센 파도를 넘어 감천항에 도착했다.
이어진 1시간에 걸친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

▲  출항 대기 중인 투기선박을 가로막고
▲ 출항 대기 중인 투기선박을 가로막고 ‘해양투기 중단하라

“불법투기 규탄한다” “해양투기 중단하라” 정박 중인 투기선 주위를 돌며 구호를 외치고 바다에 뛰어들어 수중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차 시위 현장으로 계획했던 송도해상까지는 가지 못했다. 멀쩡하던 바다에 갑자기 내려진 폭풍주의보 때문이다. 이래서 바다운동이 힘들다고 했구나…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다위원회 발족식에 앞서 용왕신께 고사 먼저 지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고려해볼 문제다.

▲  감천항 바다에 뛰어들어 수중시위를 하는 바다위원회 여성 활동가
▲ 감천항 바다에 뛰어들어 수중시위를 하는 바다위원회 여성 활동가

출항과 관련된 절차적인 문제를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고, 포항해경이 해양투기와 관련된 환경연합의 활동에 비협조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일을 성사 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 미흡했던 점은 평가와 더불어 숙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 앞서 ‘나이를 잊은’ 바다위원들의 열정과 힘든 일정을 시종일관 함께 한 울산과 부산의 회원들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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