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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이 나는 곳으로 옮겨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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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바다에 대한 기억은 서해안의 갯벌에 앉아서 온 몸에 진흙을 바르고 놀던 기억,
곳곳에 뚫려 있던 구멍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다가 그곳을 아래까지 파보면 예쁜 게들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게를 잡기위해서 갯벌을 파헤치다 가끔 나오는 조개들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 등 갯벌에 살던 여러 친구들에 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그 친구들에 대한 기억으로 바다를 기억한다는 것이 더 가깝겠지요.

▲ 멀리 갯벌을 바라보며 환경운동가 주용기씨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생들. ⓒ 환경법률센터

저는 그런 바다가로 변산, 새만금 지역을 기억합니다. 그러던 중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만금 재판이 정부 승소로 판결되고,
중, 고등학교, 대학시절에 가끔 생각나고 가보고 싶었던 새만금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끔찍한 광경은 보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는 도중 환경운동연합으로 봉사활동을 나오게
되었고, 마음속으로 계속 가보고 싶던 곳이다가, 이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 버린 새만금을 어떤 인연인지 결국은 가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 부안에 도착한 것이 점심 무렵, 부안에서 점심을 하고 근처에 오후쯤 새만금에 도착해 우선 들른 곳이
해창 갯벌이었습니다. 계속 비가 오다가 때마침 비가 개어서 우산 없이 나가 본 해창 갯벌에서 본 것은 줄지어 서있는 장승과
하늘위로 올라간 배 한척 등 이었습니다.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죽은 조개껍질 등은 치우고, 갯벌의 여기저기에서 풀들이 자라나
있어서 과연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 왔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그곳에 세워있는 수많은 장승과,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
이곳이 샐 수 없는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사실을 생각하면서 황량한 땅과 그곳의 장승들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공동묘지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 해안선에서 물끝선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미 갯벌은
마르고 딱딱해졌고 곳곳에는 조금씩 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학교 운동장같아 보인다. ⓒ 환경법률센터

해창 갯벌을 떠나 방조제 위에 있는 새만금개발계획에 대한 조감도와 앞으로의 개발계획이 안내되어 있는 안내도를 보며 철새도래지라는
이름으로 구획되어진 땅을 발견하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습니다. 저렇게 이름만 붙여 놓으면 철새들이 올 거라고 진정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했을까요? 그 동안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체력을 보충하던 수많은 철새들은 이제 어디에서 쉬어 갈 수 있을까요?

그곳을 지나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계화도 살금 갯벌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아직은 물이 조금씩은 드나들고, 물이 빠져 나간
지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 비록 조개들은 거의 죽고 없었지만, 아직 게들은 살아 있었습니다. 때마침 비가 오다 갠 후라서
그런지, 밖으로 나와서 무언가 하고 있는 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제는 저 게들도 곧 죽겠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누가 있나
없나 살피며 살금살금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게들을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 계화도 주민들은 아직까지 조개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찾아가 그레질을 한다. 하지만 애타게 찾는 백합 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 환경법률센터

그토록 아름다웠던 갯벌이 이러한 모습이 된 것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찾으라면 대법원의 판결일 것입니다. 대법원에서 농림부의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실시계획을 취소해 주었더라면 이러한 모습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으라면
그러한 개발계획을 수립한 정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대법원 판결에서의 10명 대 2명이라는 의견대립의
구조는 우리 국민 전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국지적으로는 부안과 관계된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실시계획을 우리 국민 전체를 생각하면 필요한 개발인데, 부안의 어민들에게는
피해를 미치게 되고 이러한 반대운동들은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는 부안의 어민들과 언제나 반대만 하는 환경단체만의 반대운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개발 론에 막연히 동의하고 있지 않나하는 걱정이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은 위의 반대하는 입장이 막연히 생계와 금전적인 걱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의 바탕에 깔려 있는 생각은 이러한 대규모의 자연환경을 바꾸는 공사는 이러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꿈으로서 앞으로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대한민국의 국민들, 나아가 세계의 인간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공사의 결과로 생길 수 있는 미래의 예측할 수 없었던 거대한
환경 재해를 예방하고 미래에 이 땅을 이용할 우리의 후손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살금 갯벌에서 죽어가는 게를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그래도 바다 내음이 나는 곳으로 옮겨 가면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직은 매우 조금이지만 바닷물이 들고 나고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자기 집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그냥 죽어가는 게들이 마냥 어리석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 곳으로 옮겨 가봐야 시간문제일
뿐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게들이 갈 곳이 어디에 있을까요?

▲ 해창갯벌 장승들 앞에서 연수생들 ⓒ 환경법률센터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개발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편리하게,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하루가 멀다하게 보도가 되는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들을 많이 접합니다만,
이러한 기상이변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매 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면 이것은 이미 이변이 아닐 것입니다. 세계의 기상이 그렇게
변한 것이지요. 이렇게 환경이 변해서 사람들이 살기 어렵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위의 대법원의 반대의견이 이야기하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배가 난파되려고 하면 쥐들이 먼저 알고 뛰어 나간다고 합니다. 인간만을 위해 여러 개발이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개발의 결과로
다른 종의 생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인간들은 그곳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주위를 반성하고 개발과 보전이라는 뜻을 다시 새겨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개발이라는 것도 결국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것인데, 그러한 개발들로 말미암아 다른 종의 생물들의 생존은 물론 나아가 인간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이미 개발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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