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오늘은 또 얼마나 죽어 있을까…동죽아, 백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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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유통 확대를 염원하며 백합을 잡는 어민 뒤로 보이는 가력배수갑문


지난 5월 21일 일요일,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새만금갯벌에선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계화도를 찾았다.


타고갈 경운기를 기다리는데 11시반경 여성어민 4명이 ‘그레’와 ‘구럭’을 하나씩 들고 뒷자석에 올라탄다. 모두들 백합이 많이 안 잡혀
힘들다고 한다. 한 어민은 “어제 비가 내렸으니, 오늘도 얼마나 죽어있을지 모르겠다. 장마 때까지 백합 잡이도 얼마 안 남았다”고 한숨을
쉰다.
탈탈탈~ 경운기 소리를 내며 마을 앞을 지나 갯벌 입구에 다다랐다. 예전의 갯벌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하얀 소금 가루와 딱딱해진 흙바닥이다.
경운기가 다니던 길은 차들도 들어다닌다. 어민들의 슬픔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동차 경주장 사용하듯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갯벌생태 학습을 하러 왔는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막화된 갯벌에 신발을 신고 걸어 들어간다. 며칠 전 갯벌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던 고은식씨의 말이 생각난다.

죽음의 행렬 속으로 빠지는 듯, 갯벌 위에서 죽어가는 생명들


바닷가에 살던 칠게와 갯지렁이는 자취를 감췼고, 죽은 민챙이, 서해비단고둥이 즐비하다. 맛조개와 개맛도 갯벌 표면에 몸을 3분의 1 정도
내놓고 죽어 있다. 경운기가 죽음의 행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처참한 광경이다. 차마 바닥을 보지 못하고 멀리 계화산만 바라본다.



경운기가 회전하니 멀리 물가에 3천여 마리의 새들이 무리지어 있다. 몇일 동안 도요새 물떼새들을 살펴본 바, 갯벌 면적이 많이 줄어들고
먹이가 많지 않아 갯골 주변의 한곳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엔 흩어져서 먹던 새들이 한곳에 모이다 보니, 서로 먹이를 가지고 싸우는
것을 자주 본다. 원래 먹었던 먹이가 부족해서 인지 죽은 조갯살을 파먹는 새들이 많다. 부리로 갯벌을 뚫은 자국도 선명하다. 바닷물이 갯벌에
들어오더라도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갯벌을 뒤집어 주지 않아 딱딱해져서다. 새들이 사람들과 제법 가까운 곳에 있다. 먹이가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어 사람들이 다가 오더라도 멀리 날아가지 않고 주변에서 맴돌기 때문이다.


경운기는 제법 속도를 내다가 갯벌 고랑(갯골)에 이르러서는 속도를 늦춘다. 갯벌고랑은 아직 깊다. 한 어머니는 “예전 시간 같으면 바닷물이
많이 빠져 쉽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빨리 빠지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바닷물이 느리게 들어오고 나가고, 또 많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단다. 방조제 33km가 없던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마지막 물막이 공사 직전 2.7km 터진구간에 깊은 수심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던
바닷물이 바닥이 높아진 두 수문(전체길이 540m 폭)으로만 들어오고 나가고 있어 바닷물 유통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전 조석표를
보면 만조시간이 오전 9시 30분인데 2시간 이상 늦어진 것 같다. 나갈 때(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때)와 비교해 보니 체 2m가 되지
않았다.

조금 더 지나자 죽어있는 동죽(현지 명칭 ‘꼬막’)과 백합(현지 명칭 ‘생합’)들이 즐비하다. 한 아주머니는 “이전 비(15일전)에는
동죽들이 먼저 죽더만 다음 비(10일전)엔 큰 생합들이, 이번 비(3일전)엔 작은 생합들이 죽는구만!” 하고 한탄한다. 내려서 자세히 보니,
많은 백합들이 갯벌 표면에 삐죽 내놓기도 하고 아예 몸 전체를 드러내 놓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자 갯벌속에서 나오지 않고 버티다가
비가 내리자 바닷물이 들어온지 알고 나와 올라 왔다가 빗물을 먹고 죽거나 또 힘이 약해져서 갯벌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죽기 때문이다.


손으로 집어서 만져 보고 까보려 하자 까지지 않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것도 제법 있다. 나중에 다른 어민에게 들으니, “보기에는 살아있어도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다. 빨리 죽어 오래 보관을 못하고 오랫동안 바닷물을 못 먹어 살이 말라 있다”며 “살아있는 것은 백합 입술이 흰색인데
죽으려고 하는 것은 빨간색이 되다”고 한다.


경운기를 운전한 어민은 “그래도 상태가 괜잖은 것을 가져가면 집에서 손질해서 먹을 수는 있다”고 하면서 큰 백합을 주으러 다닌다. 작은
백합들은 대개 죽어 있고 입을 벌린체 하늘을 향하고 있다. 바닷물을 달라는 모습 같다. 가수 한대수의 ‘물좀 주소’라는 노래가 머리에 떠오른다.
예전엔 갯벌에 맨발로 들어와도 다치지 않았으나, 지금은 죽은 조개들이 많아 장화를 신어야 할 지경이다.

경운기 네 대가 들어오더니 한곳에 모인다. 예전엔 넓게 펴져 있었으나, 한곳에 몰린 것이다. 잡을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운기에서 내린 24명의 어민들이 주변에 흩어져 ‘그레’질을 한다.


한 어머니가 죽은 ‘상쾡이’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가보라고 하면서 썩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다시 경운기를 타고 가는데 속도를 낼
수 없다. 모래가 많아 속도를 냈다간 깊이 빠지기 때문이다. 물가까지 다다르자, 재법 멀리 들어왔는지 가력배수갑문과 방조제가 보인다. 망원경으로
확인하니 8개 수문이 열려 있다.



▲ 죽은지 얼마 되었는지 썩어가고 있는 어린 상괭이


바닷물이 들어왔던 자리인데도 바닷물이 빠지자 동죽, 백합, 민들조개, 맛조개 등 조개들과 큰구슬우렁이(일명 ‘배꼽’ 또는 ‘골뱅이’)가
죽어있다. 좀도요와 뒷부리도요 두 마리씩이 물가를 따라 가며 연신 먹이 사냥을 한다. 메마른 모래사장위로 올라와 여기 저기 돌아보니, 죽은
‘상괭이’ 한 마리가 바다를 향해 누어있다. 몇일 되었는지 많이 썩었다. 길이가 크지 않고 머리가 작은 것을 보니 어린 새끼인 모양이다.
5월 16일 배를 타고 가력배수갑문까지 갔을 때 방조제 내에서 모두 7마리가 뛰어 노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시 주변을 둘러 보자, 붉은어깨도요 두 마리가 죽은 채 모래에 반쯤 덮여 있다. 먹이를 많이 먹지 못했는지 몸이 홀쭉하다. 우연인지 한
마리는 부리가 조개를 향해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모랫바람이 일어 계화간척지를 향한다. 갑자기 봄철 중국에서 날라 오는 ‘황사
바람’이 생각난다. 백합을 잡기 위해 ‘그래질’을 하고 있는 물가로 가자, 5m 폭으로 연분홍색 거품이 물가를 따라 깔려 있다. 어떤 현상일까!
갯벌에서 나와 다른 어머니에게 들으니, “생합 썩은 물이 바닷가로 나가다가 파도 때문에 거품이 생겨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섬뜩한 느낌이다.
다시는 이곳을 찾고 싶지 않을 것 같다.


▲ 죽은 붉은어깨도요가 모래에 파묻혀지는 모습


▲ 물가에서 먹이를 먹는 좀도요 뒤로 보이는 가력배수갑문

걸어서 갯골 방향으로 향했다. 붉은어깨도요가 갯골 건너편에 168마리, 갯골 윗부분에 294마리 보인다. 개꿩, 민물도요, 중부리도요도
몇 마리씩 흩어져 있다. 모두들 먹이잡이에 바쁘다. 몸이 홀쭉한 것을 보니 새만금갯벌에 온지 얼마 안 되었던지,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되돌아 나오는 길에 어민들이 제법 가까이 뭉쳐서 백합잡는 광경을 보았다. 차마 말을 붙이기가 부담스러워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6시반
경이 되니 멀리서 나가자고 부른다. 어두어지고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해서다. 경운기에 올라타서 많이 잡은 것 처럼 보인다고 하자, “예전보다
잡는 양도 많이 줄었지만, 큰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 중합 이하”란다. ‘상쾡이’가 죽어있던 장소를 알려주었던 어머니는 “죽은 상쾡이를
찾았냐고 하면서 살아있는 상쾡이들이 앞으로 죽을 것 인디. 불쌍해서 어떻게 한다냐”고 말한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방조제 넘어 서녘하늘에
떨어지는 햇살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매마른 모래가 바람이 불자 계화도를 향해 황사바람을 일으키는 모습


동죽도 백합도 잃은 계화도 어민들, ‘미안허다’


바닷가에 다다르자, 한 지방선거 출마자 운동원들이 연신 절을 한다. 그러자 한 어머니가 욕을 퍼붓는다. “새만금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않다가 선거 때만 되면 찍어달라고 한다냐”.


경운기가 출발했던 마을 안 까지 다다르자, 조개를 사러 온 도매인이 트럭을 세워놓고 있다. 어머니들은 한 모둠씩 조개를 부어 놓고 크기별로
분리하기 시작한다. 트럭에는 작은 백합들이 망태에 담겨져 실려 있다. “이 종패들은 군산 사람에게 팔리는데 서천지역 갯벌에 2억원정도 뿌렸다”며
“살아남을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한다. 도매인은 쪼그려 앉아 썩은 것은 없는지, ‘그레’로 잡지 않고 갯벌위에 드러난 백합을 주은 것은
없는지 물으며 확인한다. 백합을 바닥에 비벼보기도 하고 두 백합을 들어 맞부딪쳐 보기도 한다. 손으로 한 움큼 집어 들고 냄새를 맛기도
한다. 모두들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오랫동안 바닷물을 먹지 못해 폐각을 벌린 채 곧 죽을려거나 썩은 냄새가 나는 백합 한 마리라도 섞여
있으면 전체 백합이 빨리 죽거나 음식을 만들 때 썩은 것이 들어가 맛을 망치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들이 하루 6시간 동안 잡은
백합의 양은 한 어머니가 중합 4.2kg, 소합 1.3kg, 다른 어머니가 대합 1kg, 중합 4.4kg, 소합 14.2kg, 또 다른 어머니가
대합 2kg, 중합 10kg, 소합 8.4kg이다. 가격은 1kg 당 대합이 6,000원, 중합이 2,700원, 소합이 1,500원이라고 하니,
각각 2만3천원, 3만원, 5만1천6백원 정도다. 잡히는 대합량도 줄어들었지만, 단가도 떨어져 전체 소득이 많이 줄어들었단다. 예전엔 소합 보다
작은 백합들은 잡지 않았단다. 그러나 곧 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 잡아서 가져 온다고 한다.

백합을 잡는 또 다른 한 어머니 댁에 들어갔다. 늦게 둔 아들이 있는데 대학가지 보내야 하는데 갯벌이 없어져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소연
하던 분이다. 백합탕을 끊이면서 반갑게 맞이 한다. 저녘 먹고 가란다. 한국농촌공사에서 하루 일당으로 남자는 7만원, 여자는 5만8천원을 주고
죽은 조개들을 걷어내는 일을 마을주민들에게 제안해 왔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고 있단다.


그동안 새만금 사업을 반대해 왔는데 양심상 조개들을 죽인 공사측의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당장 돈이 급할 분들인데 대단하다.
계화도 조류지의 물을 빼는 수문을 못 열어 배수펌프장을 가동했는데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3천만원의 전기료가 들었다는 말도 해 준다. 이는
방조제 내측 바닷물의 수위가 조류지 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를 볼 때 장마 때나 작년처럼 집중호우 때 기존 제방
내측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대부분 펌프장이 없기 때문이고 있어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고부천과
원평천 유역에서 이를 증명한바 있다.

▲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자 빗물을 받아 먹기 위해 나왔던 백합들과 죽어가는
백합들, 그리고 이들중 살아있는 큰 백합을 줍는 어민

오늘 하루 어민들과 만나 갯벌을 돌아보면서 죽어가는 무수한 생명들과 어민들의 모습을 맞아하면서 안타깝고 찹찹한 심경이었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유통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새만금갯벌에서는 엄청난 생명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곧 있을 장마 때와 장기적으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사진/ 주용기, juyki@hanmail.net



※ 이 글은 환경연합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foe-kfem )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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