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을 파괴하는 정부는 갯벌과 습지 보호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새만금 연안에서 바다를 의지하며 살아온 우리
주민들은 결코 바다와 갯벌을 떠날 수 없습니다. 새만금의 바다와 갯벌이 바로 우리 삶의 터전이고 쉼터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새만금 갯벌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참담한 일입니다.
새만금 갯벌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입니다.
오늘은 습지를 보호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전을 지키고자 제정된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한국 정부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협약에 가입한지 10년이 되었고, 이 날을 정부차원에서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새만금 간척사업의 온갖 잘못을
뻔히 알면서도 방조제 공사를 강행하려는 정부가 습지 보전이란 이름을 내걸고 오늘을 기념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우리 새만금 연안의 주민들은 정부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분노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연안 갯벌 보호를 내세우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갯벌 체험관광, 갯벌 교육자 양성과 함께 광역어촌계를 조직하여 갯벌의 자율관리를
유도하는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서해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구갯벌인
새만금 갯벌을 죽이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갯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그러한 이중적인 모습
속에는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경제논리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만금을 비롯한 연안과 바다는 돈놀음에
놀아나는 관광산업의 대상이기에 앞서, 뭇생명들의 삶의 터전이며, 고된 노동 속에서 보람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터전입니다.
총연장 33km의 방조제는 현재 2.7km의
구간만이 남겨진 상태로, 그 2.7km는 바다와 갯벌의 목숨줄인 동시에 새만금 연안에 살고있는 우리 주민들의 목숨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2.7km의 구간이 막힌다면 갯벌에서
살고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들이 한순간에 죽게 될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바다와 갯벌이
파괴되고 나면, 우리 주민들의 삶도 파괴되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고자 제정된
습지의 날에 우리는 정부에 분명히 경고합니다.
새만금 연안의 주민들은 결코 새만금 갯벌이 죽음에 이르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애초 새만금 간척사업의 시작을
막아내지 못한 것은 우리들의 잘못이지만, 이제 잘못을 바로 알고, 지금에라도 삶의 터전인 바다와 갯벌을 끝까지
지켜낼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 힘겨운 투쟁의 길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자 무던히 애쓰는
여러 사람들과 세계의 양심있는 세력들이 연대하여 함께 싸워나갈 것을 또한 호소합니다.
새만금 연안의 2만여 명의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바보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보호받아야할 갯벌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풍요로웠던 지역공동체는 해체되고 있고, 서로를 의심하는 이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으며, 삶이 파괴될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 삶의 터전인 바다와 갯벌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었고, 이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자손만대에 물려주어야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농림부와 전라북도는 이러한 새만금 연안 주민들의
목소리를 바로 알고, 더 이상의 파괴를 즉각 멈춰야 합니다. 공공연히 말하듯 오는 3월에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새만금 연안의 주민들과 생명과 환경, 민중의 생존권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 힘찬 투쟁, 아름답고 소중한 행진에 여러분들이 함께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2006년 2월 2일
새만금 연안 피해주민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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