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습지, 보전과 관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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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 되면 그 자리에 새들이 찾아와 먹이를 먹는다. 모두 세심하게 관리
되고 있는 현장

행정자치부의 지원으로 지난 10월3일부터 일주일동안 진행된 <환경활동가 해외습지센터연수를 통한 국제연대 프로그램>에
인천, 시흥, 화성, 목포, 마산, 부산과 속초 등 각 지역의 환경운동연합 및 민간단체 실무자 17명이 참여했다. 홍콩과 싱가폴의
5개 습지보전지역과 교육센터 및 습지공원을 방문했으며, 그 두 번째로 WWF홍콩이 관리하는 마이포 자연보전구역과 홍콩 정부가
야심차게 건설중인 홍콩습지공원 두 곳을 소개한다.

극명한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체계적인 관리와 보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마이포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연간 방문객 수를 4천 명으로 제한하며 철저한 예약제를 통해 무분별한 출입을 통제한다. 그 마이포에서 버스로 30여
분만 이동하면 정부 예산 7천억 원을 들여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는 홍콩습지공원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 건설에 7천억?
입이 딱 벌어지는 액수만큼이나 내부 설비도 눈부시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연간 예상 입장객 수 ***명의
목표가 이루어지더라도 재정적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민의 녹지 공간 확보와 자연환경(습지)에 대한 대중
인식 재고’ 차원에서 프로젝트는 진행중이다.

30여 년 전 ‘특별과학지구(SSA, Special Scientific Area)’로 선정된 마이포는
지난 1984년부터 WWF홍콩이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으며, 10년 전인 1995년에는 마이포보전구역을 포함한 주변의 딥 베이(Inner
Deep Bay) 지역 1천5백 헥타르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람사 사이트로 지정되었다. 이후 마이포의 관리 전략은 투명해
보인다. 첫째가 보전이요 둘째가 교육.

보전의 중심지역은 ‘게이와이’라 불리는 전통 새우양식장. 자연적으로 형성된 맹그로브 지역을 구역별로
나눈 뒤 주위의 뻘을 얕게 파고 나지막한 흙담을 쌓아올린다. 그러면 새우들이 자연 서식하는 플랑크톤류를 먹으며 자생하게 되고,
새우 잡을 철이 되면 어부들이 찾아와 수문에 그물을 설치한 뒤 네모난 나무판으로 만든 수문을 썰물 때에 맞춰 들어올린다. 바다로
흘러가는 물과 함께 새우들도 그물에 걸리게 되어 있다. 게이와이는 기막힌 단순함과 놀라운 정교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간의 손길이
닿는 부분은 단순하다. 수문을 들어올리는 길다란 나무 장대만 봐도 소박한 어부의 삶이 단박에 느껴진다. 그러나 자연이 스스로
하는 일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무성한 맹그로브 숲을 둘러싼 뿌연 짠물 속에서 놀라운 생명의 현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인간의 소박한 지혜를 거름망 삼아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지탱해주는 수단으로 화하는 과정.

▲왼) 다양한 동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게이와이 전통 새우양식장
오른쪽) 탐조장에서 바라다본 게이와이의 모습

마이포 입구에는 현대적인 양식장도 몇 곳 눈에 띄었는데, 풀 한 포기 없이 민둥으로 따가운 햇볕에
몸을 드러낸 신식 양식장은 아름드리나무에 둘러싸여 백로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게이와이와 한눈에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처럼
동식물 종다양성의 보고가 되고 있는 전통적인 새우 양식장인 게이와이는 신식 양식장에 밀려 이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WWF홍콩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까닭을 알만했다.

▲공원 내 연못의 수위를 조절하는 수문. 지역에서 구한 자연소재보다는 강철
과 석재가 눈에 많이 띄었다.

마이포 내에는 다양한 종류의 습지들이 있다. 기수역의 맹그로브, 민물습지,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같은 갯벌습지. 그중에는 지역주민의 친환경 어업이 허가되는 지역과 개인소유 지역도 있고, 오로지 연구목적으로만 출입이 가능한
‘중심지역’과 람사 사이트 지정 지역, 그리고 일반에 공개되어 현장 교육이 이루어지는 지역도 있다. 그중에서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지정된 ‘생물다양성 관리지역’은 일반 물새와 저어새, 갈대숲을 보존하기 위한 총 5개 부문으로 나누어 관리된다. 그 지역을
서식지 삼아 살아가는 생물들을 위해 세심한 관리와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무와 녹색의 특수한 펄프재질로 만들어진 탐조장은 맹그로브 숲에 파묻혀 사람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탐조장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수십 미터씩 둘러쳐진 갈대, 그물로 만든 ‘스크린’은 새들이 탐방객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안전망 구실을 해준다. 자연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배려는 꼭 야생동식물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탐방로를 따라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들은 홍콩의 고유종을 중심으로 선별되어 일부러 그 자리에 심은 것들. 여름에는 40도, 시원하다는 가을에도 28~30도씨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땡볕이 내리쬐는 홍콩의 기후를 생각하면 가로수 한 그루 한 그루에 담긴 WWF홍콩 측의 배려를 느끼게 된다.

▲아름드리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시원한 탐방로

가로수 없는 습지 탐방로의 곤혹스러움을 몸으로 느낀 것은 바로 다음날, 홍콩습지공원에서였다. 내년
초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정비공사가 한창인 홍콩습지공원은 대규모 주공아파트 단지인 ‘페어뷰 파크’(Fairview Park)를
등지고 중국 본토 선전의 공업단지가 바라다 보이는 딥 베이(Inner Deep Bay)를 전면에 끼고 있다. 광활한 습지로 남아있는
이 지역을 2개 구역으로 나눠서 한 곳은 연구 목적으로만 출입이 허가되는 보전지역으로, 또 한 곳은 방문객이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홍콩 정부의 계획이다. 공원 조성에 들어간 총 7천억 원의 예산 가운데 20%는 전시장 건설에
쓰였고, 툰드라부터 열대 지방까지의 습지의 모습과 예술, 생활양식 등 인간의 삶에서 습지가 차지하는 위치를 돌아보는 재미있는
전시들이 마련된다고 했다.
이러저런 설명을 듣고 야외 가이드투어에 나선 일행. 연못 위의 연꽃은 색색으로 빛을 내고 일부러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학생용
교육장이며 중간중간의 쉼터들은 최신식으로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늘이 없었다. 내리쬐는 햇빛을 머리며 어깨로 받아내며
걷기를 30여 분. 하나둘씩 녹초가 되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강철과 가공된 목재, 대리석과 유리로 만들 수 있는 설비들은 완벽했다.
빛의 반사를 차단하는 구조로 설계된 탐조장의 유리창도 감동적이었다. 탐방로 위에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만 있었다면,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 심은 어린 나무들 말고 원래 그 땅에 있었던 자연 그대로의 숲과 습지를 볼 수 있었다면…!

마이포보전구역에서 일하고 있는 WWF홍콩 친구의 말에 따르면 자연보전지구인 마이포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 허가를 얻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시민활동가도 연구원도 아닌 일반인으로서 부담이 느껴졌다. 일주일 내내 언제든지
들어가서 뛰어다닐 수 있는 홍콩습지공원이 있지만 자연의 푸근함이 없는 인공적인 설비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습지의 숨결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최고의 보전구역 마이포, 최고의 대중공원 홍콩습지공원.
보전과 관광의 균형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

글, 사진/ 습지·해양보전팀 곁일꾼 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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