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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피해 공포로 조장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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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구 대신 총을 들고 싶다!”
“조류독감 철새들이 몰려온다!” “조류공포!”

최근 언론에서 야생동물에 대해 보도하면서 대문짝만하게 뽑은 제목들이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런 표현들은 자칫하면 일반인들이 야생동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든다. 더구나 도시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잔인하게
포획하는 장면을 TV화면에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은 죽여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한다.

급격한 문명화, 도시화로 인한 환경피해가 인간에게 곧 닥쳐올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지된 사실이다. 태풍이나 해일로
인한 피해, 기후온난화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물적, 인적 피해를 주고 있다. 이는 서서히
재앙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인간의 피해’로 보도되는 야생동물들의 이상한(?) 행동도 결국
급격한 문명화,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손실 및 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 또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언론의 태도는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야생동물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나아가
야생동물을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개발에 걸림돌이 되거나 자연이 인간을 위협한다고 생각할
때는 가차 없이 응징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언론의 이러한 보도처럼 우리사회가 야생동물의 피해를 이해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단순하고 이기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조류독감에 대한 보도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최근 조류독감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대응은 야생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수준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류독감이 야생조류에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점, 이로 인해 상상 밖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류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이미 지구상에 존재했던 질병이며 야생동물이나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야생조류에 의해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전염되는 사례보다는 닭이나 오리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를 통해 비교적
접촉이 많은 사람에게로 전이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다. 오히려 가금류를 집단적으로 사육하는 축산방식의 문제와 조류독감에
대한 저항력이 취약한 가금류에 의해 야생조류로의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은 피해를 추정하기가 어렵고 만약 발생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물론 조류독감의 발생과 전파를 막기 위한 정부당국의 적절한 대응이나
이에 대한 언론의 지적은 마땅히 수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류독감으로 인한 피해의 모든 책임이 야생조류에게
있거나, 모든 겨울철새가 조류독감에 노출된 위험한 존재인양 떠드는 과장된 보도와 태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류공포’, ‘조류독감 철새가 몰려온다.’ 라는 제목의 보도는 자칫 야생조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인식은 급격한 환경변화와 파괴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개발됨으로써 제한되고 밀집되어있는
서식지내에서 조류독감의 발생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집단화되고 기업화된 가축사육방식과 도시화로 인한 사람들 생활방식의 변화가 이러한 질병의
재앙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조류독감의 발생으로 초래될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는데 언론 및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조류독감 철새가 몰려온다.’ ‘조류공포’라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남발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증가시키고 결국 가축 농가를 운영하는 농민들의 걱정과 경제적 손실까지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언론보도와 정부의
대응은 말 못하는 야생조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말고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야생동물 피해의 원인과 결과 무시한 선정적인
보도 피해야

야생동물에 의해 농작물의 피해가 발생한 지역농민이 참담한 심정으로 ‘농기구대신 총을 들고 싶다’는
말을 인용한 보도는 무책임한 언론보도의 대표적인 경우다. 물론 피해를 당한 농민들의 심정이야 야생동물을 직접 총으로 쏘아죽이고
싶을 테지만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농작물의 구체적인 피해, 그리고 야생동물피해에 대한 보상 등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야생동물에 대한 적대적인 입장만을 보도하고 있다.

정부의 ‘유해조수구제’라는 제도는 사실상, 한국사회의 경제발전과 사회적 성숙정도를 생각한다면 적절하지
않은 대책이다. 농작물에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유해조수’로 규정하고 총으로 쏘아서 죽여 없애면 될 것이라는 이와같은 정부의 대응은
그저 피해를 입히는 야생동물을 죽이는 것에 불과하다.
야생동물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행동방식과 서식환경을 결정하고 때로는 사람들 가까운 곳에 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보도나
관계기관은 서울도심에 왜 야생 멧돼지가 출현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도심을 질주하며 인간을 위협하는 야생멧돼지는
당장이라도 죽여야 하고, 이러한 포획장면을 드라마처럼 공중파를 통해 알리고 있다.

야생동물, 피해만 주는 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생명체

언제부터 야생동물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의 존재가 되었을까?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야생동물의 수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생명이 정말로 위협받고 있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야생동물은 사람들에 의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면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가끔 길을
잘못 들어서 감히 사람들의 영역으로 침입(?)하기도 하고 결국 죽음으로써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야생동물의 기억
속에는 인간의 영역도 야생의 영역도 아닌 공존의 공간으로써 생존의 터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언론과 정부는 더 이상 야생동물의 피해를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생동물이 그들의
서식지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어야 한다. 환경단체나 민간단체 등과 협력하여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대한 보전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일 농작물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유해조수’라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피해에 대해 적절하게 보상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생존을 위해 사람들 주변을 배회하고 낯선 도시로 뛰어든 야생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며, 결국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습지·해양보전팀 김경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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