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한국 언론의 조류독감보도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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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언론의 조류독감에 대한 보도는 실로 전 국민을 공포에 빠트리려는 어처구니없고도
책임감 없는 모습들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1500만 명 감염, 44만 명 사망!’이라는 발표도 지나치게 과장된
시물레이션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새를 사랑하는 여러분들만이라도 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아두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는 조류독감
스페셜 이슈 No.33 9월 1일자 보고서에서 야생조류가 고병원성조류독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을 전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한국 언론은 국제식량농업기구 발표 내용을 토대로 조류독감과
1918년 스페인독감을 연관 짓고 앞으로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죄를 철새들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합니다.

조류독감, 가축화 시킨 조류 통해 전파되는
경우 많아

지난 2003년 한국, 일본, 중국북부 등에서 고병원성조류독감 ‘H5N1’이 가금류(사람에 의해
가축화된 조류)로부터 발생한 이후, 2004-05년에는 홍콩, 태국, 중국 남부,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의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1억5천만마리의 가금류가 집단 폐기처분되는 등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한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의 가금류에 접촉한 사람들 중 60명 내외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류독감(HPAI)은 가축화시킨 조류(가금류)를 통해 사람에게 접촉되었을 뿐,
야생조류를 통해 감염되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단, 2004년 12월까지 야생조류 중 한국의 까치, 일본 까마귀, 홍콩 매와
왜가리, 중국 왜가리, 그리고 태국에서 비둘기와 기타 5종에서 ‘H5N1’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즉시 사망했고, 오히려 이들의 감염은 야생조류를 통해 전파한 것이 아니라 병든 가금류나 그들의 배설물에 오염된
물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고병원성조류독감(HPAI)에 가장 민감한 수조류(오리, 기러기 등)가
집단 도래하는 곳에서는 어떤 사체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들이 조류독감이 발생한 인근 장소에서 죽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야생조류의
이동경로와도 잘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2005년 4월부터 6월까지 중국 중서부의 칭하이(Qinghai) 호수(서울에서 약 2,500km 거리)에서
6,000마리의 철새들이 죽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줄기러기(Bar-headed Goose)였습니다.
또 지난 8월 몽고 북부 코브골(Kovsgol)지방의 에렐(Erhel) 호수에서 100마리에 가까운 줄기러기가 폐사한 보고가
있고, 7월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국경지역의 7개 마을에서는 가금류와 야생조류에서 ‘H5N1’이 검출됨으로써 조류독감이 서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중국, 몽고, 러시아 등지의 야생조류에게 고병원성조류독감 H5N1이 전파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줄기러기의 월동지가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임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도북부와 방글라데시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극빈층이 살며, 가금류들을 한국과 달리 논이나 수로에 풀어 키우는 동남아시아는 신속한 방역이 어려운 곳입니다.
만일 줄기러기가 고병원성조류독감 ‘H5N1’을 가금류에게 전달한다면 아직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은 이곳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만일에 스페인독감처럼 인간을 통해 전파되는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면 상당한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의 철새들 일부는 아프리카로 내려가 월동하고, 다시 북상할 때 유럽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때 조류독감의
확산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며, 아직 발생한 것도 아닙니다. 줄기러기들이 대량 폐사한 중국이나 몽고에서조차 야생조류에
의해 고병원성조류독감 ‘H5N1’에 감염된 사람은 아직 한명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칭하이(Qinghai)호수에서는 더
이상의 대량 폐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몽고의 경우에도 감염된 개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살아있는 기러기 139마리를
무작위로 포획하여 검사하였으나 ‘H5N1’이 더 이상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 6만 마리의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이 날아와 있는 천수만이나 한국의 경우는 이런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중국 중서부의 칭하이(Qinghai) 호수나 몽고북부,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줄기러기들이 한국에 날아올 가능성은 거의
전무합니다. 행여 1마리가 날아온다고 해도 그 개체가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1’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또한
설령 ‘H5N1’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가금류와 접촉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며, 사람이 그 개체의 배설물을 만져 감염될 가능성은
더더욱이 희박합니다.
또한 행여나 사람이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스페인독감처럼 사람에게 급속하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합니다. 다시 말해 조류독감에 걸릴 가능성은 로또복권에 1등으로 당첨될 확률보다 적습니다.

조류독감에
대해 기억해야 할 몇 가지

1. 지금까지 야생조류에 의해 인간에게 고병원성조류독감(HPAI)인
H5 나 H7 타입의 변종이 전염된 경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 거의 모든 감염은 가금류와의 밀접한 접촉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2. 조류독감은 유전적 다양성이 결여되고 밀집되어
키워지는 가금류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야생조류는 가금류와 달리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생태적 포식자에
의해 병든 개체가 제거될 수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야생조류를 모두 죽이거나 쫓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질병의 확산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3. 고병원성조류독감(HPAI)의 발생은 ‘철새의
이동’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철창 안에서 키워지는 ‘가금류’와 전 세계 어디로나 자유롭게 수?출입되는
‘유통구조’에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4. 스페인독감처럼 사람끼리 전파되는 변종은
아직 출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최소한 동남아시아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더욱 큽니다.
한국에서 2003년-04년에 발생했던 조류독감 ‘H5N1’은 가금류에서 인간에게도 전파되지 않는 타입이었습니다.

5. 조류독감은 포유동물을 통해서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6. 기타 자세한 내용은 Birdlife International(www.birdlife.org)의
홈페이지 성명서를 참고해보세요.

당국은 철새의 이동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지금처럼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겁을 주기보다는, 만일에 발생할지도 모를 조류독감에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올바르게 알려주는 것이 더 시급할 것입니다.

‘44만명 죽음, 대재앙’. 이러한 문구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철새를 기피하게 만들 뿐더러 그렇지 않아도 서식지 축소로 감소되어가고
있는 새들을 더욱 멸종위기로 치닫게 하는 행위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한국에 도래하는 철새들에게 ‘H5N1’과 같은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철새들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게 다양한 서식지를 보전해주는 장기계획이 절실히 필요할 것입니다.

글/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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