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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피해 없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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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에서 나왔다고 해도 뭐, 나는 새만금 둑 쌓는 데에 찬성하는 입장이여.”

10월의 첫날, 제23차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의 일원이 되어 부안 변산면을 찾은 우리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준공을 앞둔 도청마을의 갯벌체험학습장
▲갯벌 앞에 관광객을 위한 나무 데크를 설치해둔 모항 갯벌 풍경
▲도청마을 띠목해수욕장 전

방조제 건설 이후 새만금 지역 주민들의 생활상의 변화를 기록해온 문화팀이 이날 찾은 곳은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거주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이 마을에서 3대째 대를 이어 살아온 30대의 토박이 청년은 거침없이 방조제 건설 찬성론을 폈다.
그렇다고 그의 얼굴에 심각한 긴장감이 짜르르 흐르는 것도 아니다. 그저 편안해 보이는 표정, 건강하고 순박한 어부의 눈매를
드러내며 활기차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딴 거 없어요. 방조제 안쪽에 사는 사람들, 어업권 포기한다고 보상금은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다시 어업권을 내놓으라 그러면
어떡해. 꽃게잡이 배니 뭐니 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속된 말로 바다에 배 한 척 댈 틈이 없어요. 근데 뭐여, 우리
마을도 새만금 영향을 받기는 다 마찬가진데 여기는 보상금 한 푼도 못 받고, 바다에도 그물 내릴 자리가 없어. 인제 (보상금
받은 사람들 때문에) 배 아파서라도 저 방조제 막아야지.”

도청리는 정부에 의해 환경을 저해하는 요소가 들어설 때마다 보상금 문제에서 소외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고깃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정면에 영광 원자력발전소가 떡하니 보인다. 예전에는 부안 위도가 영광군에 속해
있었을 정도로 부안은 영광과 가까운 지역. 원자력발전소에서 뱃길로 2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어업과 관광에
잠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텐데, 행정관청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보상 지역으로 지정받지 못했다. 보상금에 관해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보상금의 형평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진 상태.
악감정은 정부가 아니라 ‘보상금 챙겨놓고 어업권까지 침해하는’ 이웃 마을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방조제 건설로 인한 피해는 1~2년
안에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지만, 보상금 받은 어민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당장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방조제 건설로 인한 피해가 현재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다.
옛날에는 고기잡이 배 하나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그 원인으로 그가 지목하는 것은 어족자원의
감소와 이웃 마을 어민들의 무분별한 어업행위였다. 그래도 어족자원이 감소하는 것이 꼭 방조제 건설 때문이라고는 안 느껴진다고
했다. 게다가 해수욕장 개방이니 갯벌 올림픽이니 하는 프로젝트를 유치해서 이전에 비해 개발이 진행되어 땅값이 오르고 소비 수준이
높아진 것도 요즘 생활고를 느끼는 한 원인이라고. 아예 버려진 땅도 평당 20~30만 원은 줘야 하고 괜찮은 땅은 1백만 원부터라고
할 정도였다.

도청마을에서 올여름 처음으로 치러진 갯벌올림픽은 1만2천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냈다.
군청의 목표치 5만 명에는 크게 모자라지만 태풍 나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부안의 사정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과다. 올림픽
기간 3일 동안 불볕 날씨가 이어지면서, 불덩이 같은 갯벌 위에서 벌어진 행사는 갯벌축구대회 정도가 전부. 나머지는 모두 해수욕장에
설치된 메인 무대에서 치러졌단다.

▲도청리 모항의 갯벌 출입구. 조개양식 기간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조사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각 팀의 조사단원들은 과연 단체 관광객들이 갯벌에 직접 들어가는
일이 안전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안전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무리하게 많은 인원이 들어가 뻘밭을 굳게
만들고 저서생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분명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이용해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 수익을 올리기 위한
사업이라면, 소중한 자원인 자연을 보전하는 일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데에 단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이밖에도 이번 달에는 정해진 구역 내에서 저서생물의 변화상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저서팀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10미터
간격으로 작은 말뚝을 박아 구역을 표시하고 매달 구역별 상황을 기록하기로 한 것. 나날이 발전하는 조사팀의 노하우에 격려의 박수,
짝짝짝~.

▲조개양식 작업에 한창인 동네 아주머니들과 문화팀 김경완
선생님

문화팀 조사를 마치면서 보상금을 둘러싼 지역 주민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직접 만나서 쌓인 감정을 털어놓고 억울한 속사정들을 얘기하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는데! 그러나 누가, 어떻게
그런 자리를 만들 것인가? 직장에 매인 몸으로 간신히 한 달에 한 번씩 새만금을 찾는 시민조사단원의 일원으로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을을 떠나면서 돌아다본 해변가에는 3백 년을 헤아리는 적송들이 열을 지어 서있었다. 대를 이어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삶도 저
소나무처럼 짱짱하게 이어져야 할 텐데….

글,사진/ 습지해양보전팀 곁일꾼 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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