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자연아 미안해, 도요새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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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목) 평택항, 화옹호, 화성 백미리/매화리/매향리/궁리
9월 9일(금) 대부도, 시흥갯벌
9월 10일(토) 시화호, 오이도, 인천 송도
9월 11일(일) 영종도, 강화남단
9월 12일(월) 강화도, 한강 하구

가을철 전국 도요·물떼새 조사를 마친지 보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오래간만에 사무실에 돌아오니 밀려있는 일들이 반갑게 나를 맞는다. 매일
서산·홍성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홈페이지의 도요소식을 보면서도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글쎄……. 나를
주저하게 만든 것이 굳이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만은 아니었을게다. 평택항부터 한강 하구까지 올라오면서 만난 도요새들. 막히고,
잘리고, 사라진 갯벌 사이에서 한쪽에 옹송거리며 몰려있는 도요들의 모습을 어떻게 나에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 부담감이었을게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을 위해 시베리아 툰드라지대나 멀리 북극권까지 날아가는 도요들
그리고 번식을 끝내고 다시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날아가는 도요들을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시기는 매년 봄과 가을 도요들의
이동시기이다. 세계지도를 놓고 자신이 새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한 번 지도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고가는 도요물떼새들의 이동경로 중 중간에 들려 잠깐 쉬어 가기에 가장 적합한 자리에 놓여있다. 게다가 도요들이 다음 목적지까지
충분히 쉬고 먹고 갈 수 있는 갯벌마저 드넓게 펼쳐져 있으니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에 갯벌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서해안갯벌처럼 드넓은 갯벌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이다.

▲화옹호 제방

전국 해안과 갯벌의 도요조사를 하면서 맞닥뜨린, 현재 우리나라 연안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해안도로, 새로 쌓고 있는 옹벽과 제방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만나게 되는 간척사업을 들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앞장서서 연안관광벨트개발을 이유로 번쩍번쩍 닦아놓은 해안도로. 바다와 딱 붙어있는 해안도로는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안생태계를 없애고 있고 새로이 높이 쌓고 있는 제방 및 옹벽은 자연스럽게 해안선을 지키고 있던
해안림이나 사구들을 밀어내고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한다. 새만금이나 시화호와 같은 대규모 간척사업은 그나마 사회적 조명을
받고 논의라도 하게 되지만 전국 곳곳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간척사업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금싸라기 같은 갯벌들을
없애고 있다.

평택항부터 한강 하구라니……. 평택항은 현재 기존 항만을 더 넓히기 위해 추가 매립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좀 더 올라오면 갯벌을 매립하여 생긴 땅에 세워놓은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고 한국의 간척 역사 중 손에 꼽히는
대규모 간척사업인 화옹호, 시화호가 갯벌은 없앴지만 아직 그 용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겨우 몇 km 열어놓은 수문으로 들락거리는
바닷물에 의지해 거친 들숨과 날숨을 내쉬고 있다. 한국 최대 도요물떼새 기착지였던 영종도는 섬 세 개를 막아 인천공항을 만들었고
지금도 공항을 확장하기 위해 동쪽과 서쪽에 남아있던 갯벌을 추가로 매립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였던
곳에 공항을 지은 공항공사측은 ‘버드스트라이킹’(새들이 비행기에 부딪혀 죽는 것) 때문에 매년 손실이 발생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도요들이 먹고, 자고, 쉬고 난다. 수천 년 동안(이것도 내 가정일뿐이다) 매년 이동해온
도요들의 몸속에 남아있는 본능은 봄, 가을 어김없이 도요들이 한국의 갯벌을 찾게 할 것이다. 그러나 매년 눈에 띄게 달라지는
서식지 상황 속에서 그들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 이런 안타까움 한 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그들이 떠나기
전에 묻고 싶다.

글/ 습지·해양보전팀 선영
사진/ 습지생태조사단 배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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