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마침내, 이곳은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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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주말,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분주한 때. 그 토요일
오전에 전국 도요·물새떼 조사단은 먼저 변산 곰소염전을 찾아 다양한 도요새의 종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염전에 고인 물은 12~15cm
작은 새들의 발목에서 겨우 찰랑거릴 정도로 얕디 얕았고, 신이 난 새들은 작은 수서곤충 따위를 주워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락도요,
좀도요, 멀리서도 굵고 뾰족한 부리가 또렷이 보이는 송곳부리도요, 우아한 쇠청다리도요, 부리 앞부분이 노란빛을 띄는 흑꼬리도요
등 변산 지역의 풍부한 자연생태계를 반영하듯 도요새의 종류 또한 다양했다. 평화롭게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도요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식들 숟가락질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럴까 싶다.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네 앞날에 좋은 일만 그득 생겨라’하는
기도가 절로 마음에 스민다.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축복을 받은 듯한 기쁨.

그러나 점심 무렵 부안 문포와 장돌마을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그 ‘축복’의 진정한 깊이는 아직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동진강을 따라 망원경을 옮기면서 우리는 저 하늘 위에 깨알 같은 검은 점을 찍으며 수백, 수천 마리씩 이동하는 흑꼬리와 뒷부리,
중부리도요, 개꿩들을 보았고, 미처 우리의 시야에 잡히지 않는 새들의 삑- 삑-, 꺅- 꺅-, 끼룩끼룩거리는 소리를 마음으로
들었다. 새들은 꼬리에 꼬리를 이어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일단 착지한 도요새들은 뻘 색깔과 비슷한 보호색을 띄고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조심히 들여다봐야만 눈에 들어왔다. 렌즈의 초점을 맞추자, 끝간 데 없이 넓은 갯가에는 바지락이 반 물새가 반. 도요들의
삑삑 소리는 함성처럼 커져 있었다. 탁탁탁… 마릿수를 세는 조사단원의 손가락이 숫자표시기 위에서 쉴 틈 없이 바쁜 소리를 낸다.

아, 이것이 새만금이구나.

우리는 드디어 강 건너편 기슭에서 먹이를 잡는 저어새 여섯 마리와 마주쳤고, 지금껏 본 적 없는 큰부리도요의 새끼 새(유조)를
발견하곤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할 흥분에 사로잡혔다.

그날 저녁,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정겨운 얼굴들이 함께 모여 지난달 조사 결과를 이야기했다. 저서생물팀은 썰물·밀물의
흐름이 생물 분포와 생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중이었고, 물새팀은 ‘몇 년 동안 관찰해보니 어떤 새들이 어느
장소를 선호하는지가 눈에 보인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다음날 저서생물팀은 최초로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초인적인
시도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고생한 만큼 효과는 있었다.
“지도로 볼 때는 그냥 어느 어느 구역을 막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보트 타고 바다에 나가보니 충남에서 전북까지의 섬들이 저
멀리 다 보이는 거예요. 이 넓은 바다를 다 막겠다니…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저서생물팀의 막내 윤소영 선생님의 소감이었다. 문화팀은 이전 달에 비해 주민 인터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워하는
모습이었고, 식물팀은 해변 곳곳의 덤불숲을 돌면서 동물계만큼이나 역동적인 식물들의 생활상을 주저리주저리 수다로 풀어내며 단란한
하루를 보냈다. ‘새만금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조사가 없다, 그것을 알리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역할’이라는 습지해양보전팀
김경원 국장님의 말에 모두들 고개가 끄덕끄덕, 가슴에는 보람이 가득.
정겨운 시민조사단 언니 형님들, 10월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10월 새만금 시민조사가 10월1일(토요일) 저녁부터 1박2일로 진행됩니다. 새만금이 궁금하신 분, 물새와 갯벌 생물과
식물군, 지역 주민들의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누구라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sunyoung@kfem.or.kr로 문의 메일주세요.

글,사진/ 습지해양보전팀 곁일꾼 미루

배 박사의 풀꽃일기 모래살이
식물, 육지의 어머니

여기
한 장의 사진에는 식물들이 육지를 만들어가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모래밭에 숲덤불이 둘러쳐진 평범한 풍경인데
무슨 말이냐고요? 사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모래밭이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놓여 있습니다. 모래질의 땅은 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죠. 그래서 사구가 바다와 맞닿는 최전방에는 사진 속에 보이는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멧꽃과
같은 모래살이 식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가 날아가지 않도록 꽉 붙들어놓는데, 식물의
키가 점점 자라갈수록 사구도 점점 높아가지요. 그러면 이 사진 속에서 제일 위쪽에 보이는 육지식물들이 내려와서 이들이
개척해놓은 사구에 싹을 틔우기 시작해요. 모래살이 풀들은 이 등쌀에 밀려나면서 점점 더 바다와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고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사구에 뿌리를 내리는 이들의 노력이 육지를 점차 넓혀가는 거지요. 한 주먹으로
뿌리째 뽑히는 식물을 보고‘까짓 약한 풀!’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식물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놀라운 존재들입니다.

글/ 환경연합 생태조사단 배귀재, 사진/ 미루

▲ 만조를 앞둔 화포선착장
▲ 바람 거센 날의 장돌마을 갯벌
▲ 비응어항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달개비꽃
▲ 수라갯벌의 기름진 뻘
▲ 옥봉 수라갯벌의 게
▲ 장돌마을의 구비구비 갯골 풍경
▲ 화포선착장의 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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