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유부도, 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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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장표시를 위해 꽂아놓은 장대를 깃대삼아 유부도 모래갯벌위를 걸어가고
있는 참가자들

유부도 데생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하구에 이르러 넒은 델타를 형성하며 양 갈래로 갈라진 금강 물줄기의 끝자락에
유부도는 떠있다. 금강은 세월의 토사를 날라 이곳 하구에 부려놓아 미립의 모래 알갱이 하나 마다엔 시간의 흔적이 간직 되 있다.
유부도의 모래갯벌은 그래서 더 곱고 새들도 내려앉기를 좋아한다.

섬으로의 출항이란, 속이라도 울렁거리며 갈매기 몇 마리 뱃머리에 스치는 맛도 있어야하는 데, 군산항에서
쌔앵 선외기로 한걸음에 닿았다. 육지와 가까워 외로울 겨를도 없을 것 같은 이 조그만 섬은 유배지로 요양소로 외부의 부침이 끊임없었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천이지만 군산이 더 가깝다. 이유인 즉 간척으로 점점 자라는 군산이 유부도로 다가온
때문이란다. 섬사람들은 대부분 조개를 캐거나 염전에서 소금을 지으며 갯벌에 기대어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삶도 간척의 청사진에
들어간 현재로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유부도 동편 모래갯벌에서 쉬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와 갈매기.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인 멸종위기조류인 검은머리물떼새를 이날 한꺼번에 자그마치 200마리가 넘게 봤다.

썰물로 드러난 넒은 벌에 도요들 천지다. 전에 없던 일이다. 조사는 갯벌에 성큼 들어가 이 도요들과
정면 대응한다는데… 좀처럼 곁을 두지 않는 예민한 새들을 방해하지나 않을까? 검은머리물떼새는 인기척에 슬금슬금 물러서지만
이쪽의 마음과 상관없이 퍼덕 날아가지는 않는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눈높이는 생동감을 더하고 발밑에는 먹이 찾기의 떨림이 전해진다.
인간의 땅 경계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갯벌의 점령자는 유부도의 주인인 검은머리물떼새와 이미 붉은 기운을 빼버린
붉은어깨도요, 청다리도요이다. 물론 식별의 즐거움을 주려는 듯 노란다리의 청다리도요사촌도 끼어있다.

물이 끝도 안보이게 멀리 있는데 벌써 조개 잡으러 들어갔던 경운기들이 나온다. ‘아직 시간은
더 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을 먹고 나서 보니 삽시간에 물이 밀려들어와 그 넓던 갯벌을 다 채웠다. 아, 그만큼
갯벌이 평탄하다는 것이구나.

▲’조심조심, 도요새들에게 들킬라.’ 사리만조를 피해 자꾸자꾸 가까이 밀려들어오는
새들에게 들킬새라 모두 한 자리에 모여앉아 숨죽여 도요새를 보고 있다.

저 새도 내 마음 같아야

얼마 전 계화도에서 조개를 캐는 순덕이 이모님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요즘 갯벌에 일 나가면요, 도요새들이 겁나게 많이 와있어요. 이렇게 앉아서 새들을 보고 있으면 ‘저 새들이나 조개나 계속 같이
잘 살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갯벌에서 수그리고 갈퀴로 조개를 캐는 자신이나, 부단하게 부리로 찍는 도요새에게서 삶의 육질을
동일시하여 위로를 받는 것일까? 그녀는 ‘도요새야, 도요새야, 방조제가 막히면 너와 나는 이별이다…’라는 노래를 갯일하며
흥얼거린단다. 남모르는 한숨을 너만이 알아주었는데 이제 그마저 기약할 수 없게 된 조여드는 막막한 심정일까? 그럴 것이다. 저마다의
마음속엔 마주한 경험의 깊이만큼 간직된 새가 있다.

이미 갯벌에서 흩어져 있던 도요들은 훌쩍 둑을 넘어 날아와 섬의 동편 모래사장 쪽 안전지대에
모인다. 예사롭지 않은 바람과 모래의 세례. 일제히 바람을 마주하고 서있는 새들에게선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우리는 꼼짝도 안하고
이 모든 자연의 흐름에 동화되어 관계 속에서 비로소 의미 있어지는 존재를 만난다. 정적 속에 도요소리만 바람을 탄다.
기다려야 할 때와 삶에 치열하게 달려들어야 할 때를 저 새들은 아는 것 같다. 언제 떠나고 떠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말이다.

▲유부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군산내항. 갯벌에 콕콕 부리를 찍어대는 도요새들의
모습이 갯벌의 심장소리처럼 쿵쾅거린다.

유부도,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혹은 닫아버린 자연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그
문을 열면 조금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속에서 그런대로 살아가는, 그렇게 계속 살기를 바라는 존재와의 사귐이 가능하기도 하다.

글, 사진/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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