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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엔 철새가 날아야 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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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날 무렵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7월 중순입니다.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고 싶은 게 꼭 이맘때이죠.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주말동안 환경운동연합 전국 52개 지역조직의
회원 1천2백여 명은 물 좋고 공기 좋은 피서지 대신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 일대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환경연합 회원들이 천수만으로 발길을 옮긴 이유는 겨우내 철새들의 군무를 자랑하던 천수만이 최근 들어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시범사업 최적지’라는 이름으로 개발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 이 문제를 공감하고 천수만을 지키기 위한 긴급 구조 신호를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회원대회가 열렸던 이틀동안 전국 회원 1천여 명은 “천수만에는 골프공이 아니라 철새가 날아야
한다.”라는 하나된 외침으로 천수만의 생명을 안았습니다.

ⓒ 강동송파환경연합 이계룡

생명의 땅, 천수만 우리 회원들이 지키자

16일 저녁 늦은 7시 고즈넉이 어둠이 내려앉은 충남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 이곳으로 모인 회원들은 이슬비로 젖은 모래밭을 살살 걷어내고, 낮부터 햇빛 받아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모래 위에 앉아서 전국 회원대회 전야제를 즐깁니다.

생명을 울리는 하유 스님의 법고 연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 환경연합 대표 13개 팀의 장기자랑도 오랜만에 흥이 납니다. 천수만의
자연과 생명을 위한 염원이 담긴 노래도, 몸짓도 무대 위에선 수줍어서 자꾸 틀리지만 회원 대회 참가자들은 전야제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천수만의 위기를 새롭게 알아갑니다.

일반적으로 천수만은 ‘넓디넓은 간척농경지’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이 서산, 태안, 홍성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갯벌과 뭇 생명을
내주고 만들어진 대단위 간척지인지 잘 몰랐죠.

이곳에 대규모 영농단지가 들어서고 농지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큰고니, 쇠기러기, 개리, 홍머리오리, 가창오리, 재두루미, 검은머리
물떼새, 흰물떼새 등 이름도 갖가지인 철새들이 찾아와 먹이를 먹고 쉬었다 가는 줄 잘 몰랐습니다. 또 이곳이 기업도시와 관광특구로
개발되면서 골프장이나 승마장,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계획들이 장황하게 추진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 조한혜진

회원들은 전야제에 참가하면서 천수만이 골프장 건설 등으로
파괴되지 않아야 하며, 농지로서 지켜지고 생명의 땅, 철새 도래지로 남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합니다.

아들녀석이 졸립다고 들어가자고 보채도, 귀여운 딸래미가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고 떼를 써도 많은 회원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로써 아이들에게 상처의 땅이
아닌 생명력이 꿈틀대고 천수만을 그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천수만
기업도시, 여주 골프장, 울산 핵폐기장 등 반대운동에 관심

환경운동연합 전국 회원대회인 만큼 대회장 곳곳에선 천수만의 기업도시 문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환경 이슈들이 조금씩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 여주 골프장 반대=
경기도 여주 송삼리 초등학교 옆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여주환경연합 활동가와 회원들은 여주에서 손수 기르고
재배한 유기농 감자를 가지고 와 선보이며 ‘골프장 설치 계획 승인 처분 취소 소송’등에 필요한 기금 마련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여주 감자 참 맛있다!”
“초등학교 옆에 골프장 말도 안되지”
“이거 한 상자에 얼마 에요?”

비도 내리고 살살 배도 고픈데 잘 되었다 싶은 회원들도 감자 하나 집어듭니다. 따끈하게 삶아진 감자 맛도 일품,
골프장 건설 계획 때문에 힘들지만 농사짓고 사는 송삼리 사람들의 구수한 이야기도 재미납니다. 모금함에는 한푼 두푼
골프장 반대 운동을 위한 소중한 모금이 모아집니다.

△ 웰빙시대, 체질감별=
요즘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웰빙, 환경과 건강이겠죠.
진주환경연합에서는 장승환 정책위원장님이 직접 ‘체질감별’을 하면서 회원들의 건강을 챙기십니다. 환경연합 회원이라면
평소의 생활·식습관이 체질에 따라 자신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센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듯, 환경이 건강하려면 내 몸부터 건강해야 한답니다.

△ 핵없는 세상= 울산환경연합
등은 지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핵폐기장 유치 반대 운동’을 알리고 회원들의 참여를 당부합니다.

△ 기업도시=
그리고, 당연지사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기업도시 문제. 태안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천수만 B지구
간척지를 144홀의 골프장과 호텔, 콘도, 펜션 그리고 기타시설로 개발하고, 서산의 웰빙레저 특구는 B지구
간척지 중 일부를 골프장 54홀과 각종 숙박시설 그리고 승마장 등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추진 중입니다.
이 지역은 대부분 현대건설이 소유한 땅인데, 농지를 포기하면서 기업도시라는 명목으로 골프장과 레저타운 등을
세운답니다. 철새를 내쫓고 골프공을 날리겠다는 기업의 비생산적인 활동계획에 회원들은 혀를 내두르며 기업도시의
문제점에 대해 밤새 토론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맑은 하늘 높이 수놓은 연, 새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 박종학

다음날 아침부터 숙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해수욕장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래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안면도 백사장을 거닐며 쓰레기도 줍고, 해안 사구와
갯벌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동글동글 게가 내놓은 모래더미와 구멍을 피해 살짝 까치발로 걷습니다.
밀려오는 얕은 파도에 발을 담그고 아침의 바다를 느낍니다.

이런 여유도 잠시 접어두고 전국에서 모인 환경연합 회원들은 삼봉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손에 들린 오색 연을 하늘 높이 띄웁니다.
해수욕장 하늘 위로는 수백 개의 연들이 살랑살랑 하늘을 수놓습니다. 예로부터 민심을 모으고 소망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하늘로
띄웠던 연. 꼬리길이가 50미터가 넘는 창작연도 환경연합 회원들의 추억과 소원을 담고 하늘 위에서 춤을 춥니다. 마치 천수만
위로 수천 수만의 철새들이 날고 있는 모습 같습니다.

지난 2000년 새만금 SOS 인간띠 잇기에 이어,
안면도 삼봉 해수욕장 모래밭에서도 천수만 SOS 인간띠 만들기가 펼쳐졌습니다. 한사람의 말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몸으로
써 내려간 SOS는 천수만 생명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자, 천수만 개발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전국 환경연합 회원들의 외침입니다.
봉우리 끝에서 내려다본 SOS란 문구가 더욱 절실하고 다급하게 다가옵니다.

철새 도래지 파괴하는 기업도시 특구 개발
막아야

ⓒ 조한혜진

한편, 대회 마지막 일정으로 회원들은 각 지역으로 돌아가기
전 개발계획의 현장인 천수만 B지구의 부남호를 방문하고, 그 앞에서 약식의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 부남호 너머로 멀리 보이는 곳은 지난 5월 지역주민이 정부의 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에 반발해 불을 놓은 갈대숲입니다.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천수만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다시 한번 천수만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한사람 한사람의 힘을 모아 막아내야 한다고 되새깁니다.
모두가 이 천수만 하늘에 골프공이 아닌,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소망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글/ 사이버기자 조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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