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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시작된 본격적인 고래 싸움-1일째

오늘 오전 10시, 59개국 5백여 명의 정부 대표와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헨릭 피셔 국제포경위원회 의장의
사회로 국제포경위원회(IWC) 제57차 연례 총회가 울산 롯데호텔 회의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지난 5월 27일부터 과학위원회와
혼획 워크숍 등의 각종 부속회의가 계속 진행되었는데, 이 기나긴 논의에서 도출된 주요 결정 사항들은 오늘부터 닷새 동안 각국
정부 대표단의 열띤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입니다.

▲ 제54차 국제포경위원회 회의장인 울산 롯델호텔앞에서
울산과 부산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독일에서 온 환경운동가와 함께 상업포경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 노르웨이 그리고 아이슬랜드를
비판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상업적인 고래잡이를 시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개정관리제도(RMS)에 대한 합의
여부와 일본의 과학 연구 목적의 고래잡이 확대 계획 등이 가장 커다란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설정 및 남극해 고래보호구역 유지 등도 큰 논란거리이지만, 사소한 사안들 하나하나마다 일본,노르웨이를 비롯한 고래잡이 국가와
호주,뉴질랜드 등의 고래 보호 국가 사이에 날카로운 논쟁과 대립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82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대표단을
몰고 온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개정관리제도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습니다.

총회 개막과 함께 시작된 열띤 논쟁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몇 개의 안건을 삭제하자는 일본이 제안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은 고래를 죽이는 방법 및 이와 관련한 동물복지 문제, 고래보호구역, 건강 문제, 고래 관광, 소형고래류, 보전위원회 등에
관한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삭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 등이 반대하였고,
결국은 표결을 통해 일본의 안건 삭제 제안이 부결되었습니다.

오후에는 비밀투표 관련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지금은 의장과 부의장 등의 주요 위원과 차기 개최지
선정만을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하는데, 작은 나라들이 압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기 위해서는 포획 한도 등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비밀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과 뉴질랜드 등은 국제포경위원회가 투명성과 책임성 있게 운영되어야
하며, 모든 자국민에게도 투표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20여 개가 넘는 나라가 한 시간
가까이 열띤 논쟁에 참여했는데, 결국 이 사안도 표결을 통해 부결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지금은 남반구 밍크고래와 밍크고래 J-개체군(우리나라 동해 일대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밍크고래 개체군), 한국 귀신고래(북서태평양 귀신고래), 고래를 죽이는 방법 및 이에 관련한 동물복지 문제 등에 대해 과학위원회와
몇몇 실무그룹의 논의 결과가 보고되었고,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남반구 밍크고래

호주와 뉴질랜드, 독일 대표들은 남반구 밍크고래의 숫자가 최근 조사에서 1992년 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조사 보고를 언급하면서, 이들의 숫자에 대한 보다 정확한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과학적
연구 활동을 구실로 남반구 밍크고래를 연간 440여 마리씩 잡고 있는 일본이 신뢰할만한 과학적 조사결과는 내놓지 못하면서, 남반구
밍크고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대표는 “15년 전의 도쿄 인구조사에서 인구가 1천만 명이었는데,
올해의 조사에서는 5백만으로 나온 것이다. 그 동안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도 아니며, 도쿄 시내에 시체가 널리지도 않았고,
아이들도 많이 뛰놀고 있다. 우리는 그 수치가 다르다는 것을 원인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였습니다.

멸종 위협에 처한 우리나라 동해의 밍크고래

우리나라 동해를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는 밍크고래 J-개체군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있다는 것도 총회에서의
주요한 관심거리였습니다. 한국의 김장근 대표는 “과학위원회에서 이 밍크고래가 위협에 처해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밍크고래 J-개체군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심층적인 조사와 연구가 있어야 한다. 많은 고래들이 인간의 잘못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는데, 이 밍크고래도 그 중요한 사례이다. 한국도 한반도 연근해에 살고있는 밍크고래의 숫자 감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그물에 걸려 죽는(혼획) 밍크고래에 대해서는 DNA 샘플을 채취하여 밍크고래 개체군의 숫자를 추정하고자 한다. 과거 한국의
바다에는 고래들이 많이 살았지만, 1세기 동안에 이루어진 고래잡이 때문에 고래의 서식지를 잃었으며, 밍크고래도 멸종위협에 처해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대표가 “요즘에는 이 밍크고래를 EJ-개체군으로 부르고 있다. 이 밍크고래는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육안 관찰이 힘들 정도이며, 혼획문제가 매우 심각하여 고래를 멸종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방기혁 대표는 “영국 대표의 발언에 동의하지만, 최근의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의 혼획이 꾸준히 줄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오늘(6월 20일)에만 포항에서 2마리의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었으며, 어제(19일)도
포항과 울진에서 3마리가 혼획되었습니다. 이처럼 아직도 우리나라 바다의 밍크고래들은 혼획 때문에 심각할 정도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 당국은 밍크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조사와 연구만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혼획과 사고사를 방지하고 고래를 보호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내놓아야할 것입니다.

환경연합은 이달 중순 30여명에 달하는 외국의 전문가들까지 초청하여 국제 심포지엄과 워크숍을 열고,
동해의 밍크고래와 귀신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의 일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바다에서 과도한 어업활동이
방지되고, 그물에 걸린 고래들을 풀어주는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며, 장기적으로는 고래를 관광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우리 바다의 고래들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고래 보호 방안을 모색하려는 논의에는 참여하지도 않은 채 예산과 인력만
더 확보하여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만 하려는 해양수산 관계자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낍니다. 지금 우리 바다의 고래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그 고래의 분포와 생태적인 특성만 연구하다가는 언제 우리의 고래가 되돌아올 수 있을까요?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그린피스의 ‘가상행진(버추얼 마치)’에 참여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

세계적으로 100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는
한국 귀신고래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것이 바로 한국 귀신고래입니다. 여름에는 오호츠크해 일대에서
먹이를 먹다가 겨울이면 우리나라 동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남해와 남중국해 일대에서 지내며 번식을 하던 고래인데, 상업적인
고래잡이 때문에 한때 멸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 귀신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한국의 김장근 대표는 “러시아와
미국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한국도 참여하여 귀신고래 보호에 앞장서기를 원한다. 우리는 한국의 문화유산인 귀신고래에
관한 다큐멘터리 촬영 등 대중 홍보를 통한 인식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귀신고래가 지금 당장 멸종해가고 있는데, 그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보호대책일까요? 지금 우리 동해는 각종 고기잡이용 그물이 빽빽이 널려 있는데, 아무리 귀신고래라지만 그 틈바구니를 헤치고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해양수산 당국이 진정으로 귀신고래 보호에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과거에 귀신고래가
찾아오던 우리 동해 일대를 고래를 위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혼획의 위협을 제거해야 합니다. 제발 말로만 고래가 한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외치지 마시고,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할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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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환경연합 국제연대팀 마용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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